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동서가 뒤바뀐 비즈니스 석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1

  • 조회수 :

    279

 얼마 전 암스텔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입니다. 아일랜드를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네덜란드 항공사측과 일행들의 배려로 혼자 비즈니스 좌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심심해서 세어 보니 비즈니스 석엔 모두 17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중 한국 사람은 나를 포함해 3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유럽인들로 보였습니다.
 식사시간이 됐습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 기내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무심결에 옆 좌석을 보니 중년의 외국인이 포크가 아닌 젓가락으로 먹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말입니다. ‘외국인이 정말 젓가락질도 잘하네’라고 속으로 감탄하며 다시 기내식을 먹는데 열중했습니다. 그런데 헤드폰을 끼다 우연히 본 다른 쪽의 외국인도 젓가락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옆의 외국인도.
 나는 화들짝 놀라 비즈니스 석의 다른 외국인들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주변의 외국인들이 모두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한국인인 나는 포크를 사용하고 있는데…
 호기심이 동한 나는 식사를 하다 말고 일어나서 비즈니스 석 전체를 살펴보았다. 14명의 외국인중 무려 절반이 젓가락을 제법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정반대로 나를 포함한 3명의 한국인들은 모두 포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것 참! 뭔가 뒤바뀌었다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당혹감이 순간 밀려들었습니다. 혹 우연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비행기야말로 전세계를 이웃처럼 가깝게 만든 가장 분명한 문명의 이기라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리고 그 날의 비즈니스 석은 더욱 빨라진 동서양 문화 교류의, 생생한 현장이나 다름없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