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속에 비친 미얀마 풍경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작성일 :
2020.02.06
조회수 :
750
작년 11월 다녀온 미얀마 출장의 여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년보다 따뜻하다는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뜨거웠던 여름기운이 그립다. 특별할 게 없는 서울의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도 미얀마에서 보았던 가슴 벅찬 붉은 노을을 상기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도시 곳곳 불쑥 솟아난 사원과 불탑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벽화.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마차. 연꽃과 물푸레로 뒤덮인 한적한 호수. 미얀마의 멈춘 시간 속으로 떠났던 여행이 내게 남긴 풍경들이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큰 감동을 전해준 장면은 만달레이에서 일어났다. 에야와디 강줄기를 따라 발달한 만달레이는 미얀마 불교의 혼이 담긴 도시다. 불교 신자가 아닌 내게도 만달레이가 가진 기운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만달레이가 내게 더욱 특별해 진 건 아마라푸라에서의 일 때문이다. 도심 남쪽에 위치한 아마라푸라에는 마하 간다용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10시면 이어지는 수도승들의 탁발 행렬이 유명하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나도 손님들과 함께 인파 속에 자리를 잡았다.
지체되는 행렬 탓에 수도승들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이내 엄숙한 표정의 동자승이 내 앞에 멈춰 섰다. 정갈한 모양새를 갖춘 수도복과 단아하고 반듯한 자세. 작은 키에 앳된 얼굴이지만 분명한 수도승의 모습에 나는 경외감을 갖고 그를 지켜보았다
행렬이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앞만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잠깐 나에게로 향하였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엄숙한 수도승의 표정은 지워지고 맑은 미소를 짓는 소년이 나타났다. 내게는 미얀마에서 마주한 모든 풍경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후 몇 번이나 눈이 마주치는 동안에도 나는 그의 미소를 카메라에 담지는 않았다. 그저 함께 미소 지으며 미얀마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자 풍경일 그와의 교감을 느긋하게 즐길 뿐이었다.
지금 나의 사진첩에는 그날의 행렬과 뒤늦게 찍은 동자승의 엄숙한 모습이 남아있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의 미소가 번져 오르던 순간이다. 굳이 사진첩을 열어 꺼내보지 않아도 마음속에 각인된 장면이다.
미얀마의 풍경이 오늘도 나의 일상 곳곳을 파고든다. 나와 함께 여행을 하셨던 손님들도 비슷한 향수를 느끼고 계실 것 같다. 앞으로 미얀마를 찾게 되실 손님들도 그곳에 서서 가슴 뛰는 여행을 하고, 긴 여운을 간직하게 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