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28일부터 10월7일까지 열흘간 동유럽을 여행했습니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잘츠부르크/잘츠캄머구트,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프라하,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여행을 다녀온지 이제 제법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아름다웠던 여행이 가슴에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라하, 자꾸만 머리에 떠오르는 고자우호수의 그림같은 풍경, 며칠 푹 눌러 쉬고 싶었던 작은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 그리고 전망좋은 카페만 나오면 음미했던 카푸치노의 커피향, 저녁식사때마다 기분에 취해 서로 쏘던 와인, 그리고 매일밤마다 밤마실에서 보았던 그 근사한 야경들... 이런 것들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좋은 곳들을 보면 가족들이 생각나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자꾸만 슬퍼져서 눈물이 나는지....
동유럽에서 심금을 울려주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여행 후기를 씁니다. 여행의 감동을오랫동안 간직하고 싶고, 여행을 같이한 일행들과 소중한 추억을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 | | | 9월28일 토요일(여행 출발일) | | | | 인천공항 10시 20분 집결. 남편이 아침 출근시간을 늦추며 공항까지 태워다 줍니다. 내 친구와 명퇴한 몇몇 선생님과 모르는 동행자등 14명 모두 여자들,그리고 유일한 남성인 TC (Tour Condocter) 마경찬사장. 배낭여행때는 직접 여기저기 다니며 분주하게 수속절차를 밟았을텐데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해다주는 서류를 여권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되니 처음 해보는 그룹여행이 참 편하기는 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큰 가방을 부치고 가볍게 기내로 들어갑니다. 네델란드 항공인 KLM. 암스텔담에 내려서 다시 부다페스트행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각자 정해진 좌석에 앉고보니 친한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져 있네요. 서로서로 좌석을 바꿔 친구와 신선생과 셋이 오붓하게 갈수 있겠구나 안심하고 있는데 왠 외국인이 뒤늦게 와서 신선생자리가 자기 자리라는군요. 외국어가 능통하면 좀 양해를 구할수도 있으련만,할수없이 신선생은 뒷자리로 밀려났고, 난 친구와 외국인 사이에 끼어 12시간을 지내야 하는데...에그에그.
12시 40분 출발예정이 50분 지연되어 13시 30분에 이륙합니다. 승무원이 부지런히 먹을것을 날라다 줍니다. 이 항공의 승무원은 아주 씩씩하고 건강미가 흘러 넘칩니다. 음료수와 땅콩,식사,커피,건너편에 있는 우리의 동행자는 와인을 마시고 있네요. 음~ 그럼 나도... 헤드폰을 끼고 클래식을 들으며 여행사에서 준 두툼한 여행자료집을 읽으며,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유럽지도를 펴놓고 하나하나 점검해 봅니다. 그런데 내 옆의 외국남자는 꼼짝도 안하고 오로지 콜라만 마시며 화장실 한번 다녀온것 뿐, 12시간 동안 참 질기게 앉아있어요. 잠은 안오고...책을 펼칩니다. 베르베르의 "뇌". 긴 시간 독서에 빠지다보니 여기가 내방인지...비행기 속인지... 그래서 여행사에서 보내온 준비물 품목에 소설책이 들어있나 봅니다. 아이스크림,컵라면,또 식사...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도착, 현지시간 17시 30분. 우리나라보다 7시간이 늦어요. 여기서 부타페스트행은 20시 30분출발. 3시간을 공항내의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빈둥빈둥. 다시 돌아올때도 이곳을 거쳐야 되기 때문에 살 물건들을 찜(?)해놓고 항공기를 갈아탔어요.
승무원들이 선머슴같아요. 마치 시장가게의 점원같이... 조그마한 비행기에 승객들의 옷차림도 허술하고 기내식도 허술하고... 왠지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2시간 비행. 22시 30분 도착. 아뿔싸! 내 가방이 없어요. 이 비행기를 타고온 승객중 5명 정도가 짐이 없어 분실신고를 했어요. 다행히 우리 일행중 나만 없으니, 불행중 다행이랄까?
유학생 가이드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버스로 30분 거리인 호텔로 이동하는데 이미 비가 왔던듯 길바닥이 질펀하고 밤늦은 거리에는 사람하나 보이지 않고 길가의 집들이 참으로 썰렁해보입니다. 늦은밤 체크인 하고 객실에서 콜렉트콜로 잘 도착했음을 집에 알리고... 여행자료를 다시 꺼내봅니다.
헝가리:인종구성:마쟈르인 중심(독일인,슬로바키아인,남슬라브인 혼합) 인구 :1040만 종교 :카톨릭67.5%,칼빈교20%,루터교5% 1인당 GNP:7400불 국토면적:93030평방Km 현지언어:헝가리어(마쟈르어) 화폐단위:포린트(FORINT) 1 FORINT= 4.80원
| | | | 9월29일 일요일(여행 둘째날) | | | | 몸은 피곤한데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뒤척이다가 5시 기상. 밖은 아직 어둑한데 호텔앞 가로등이 환히 비추어 마침 전차가 도착한다. 오가는 사람은 없고 전차속도 텅비어 있고... 얼마쯤 지났을까.창밖 경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맞은편 언덕에 있는 육중한 건물들,그위 숲속에 파묻힌 붉은 지붕들.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겨울옷이다.패딩잠바,가죽잠바도...
헝가리 TV방송을 보며 아침단장을 한다. 내 가방이 도착 안했으므로 친구 화장품으로...얻어 써보는것도 재미있다.
7시 아침식사.서양식 뷔페. 빵,햄,치즈,샐러드,시리얼과 우유,과일,커피... 우리의 동행자 한분이 요거팅에 각종 시리얼과 잼, 꿀을 넣어 드신다. 변비에 대단히 효험이 있단다.나도 그대로 따라 해봤다. 으음~거 괜찮네.
객실로 올라와 여행자료를 다시 읽는다.
헝가리의 답사자료
헝가리의 역사
마자르족,우랄산맥에서 시작,광대한 푸스타 지역에서 말을 타고 유목과 사냥을 하는 사나운 종족으로 유럽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됨.국가 형성기(895년) 이 시기는 유럽의 중세문명 시작-카톨릭문화 거의 완성시기. 신성로마제국의 오토황제는 야만민족(헝가리)을 개화시킬 필요성 느낌. 978년경 스테판왕에 의해 결국 카톨릭 받아들임. 이후 수난의 시기;1241년~1242년 몽고의 침입,전 국토 초토화. 1526년부터 150년간 터어키(오스만 투르크제국)의 지배 1700년 헝가리를 놓고 터어키와 오스트리아의 주도권싸움- 결국 터어키의 패배로 오스트리아(합스브르크가)의 지배. 19C 헝가리 민중들-강한 민족적 자각을 느끼고 오스트리아로 부터 독립을 원함-이중국가(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탄생. 오스트리아와 대등한 위치-정치,경제,문화 발전. 1918년 부다페스트 혁명-오스트리아로 부터 완전한 독립 2차 대전후 소련의 지배 (40년간) 1990년 동유럽의 자유화 물결을 타고 다시 민주국가로 태어남.
한국과 헝가리의 문화적 유사성
헝가리 민족의 뿌리는 아시아에 있다-작은 체구와 검은색 머리. 언어 또한 우리와 같은 우랄계. 수많은 외침의 고난의 역사.거기에 대항하는 강력한 저항정신 애조 띤 전통음악과 집단성을 강조하는 헝가리의 민속춤. 정에 약하지만 격정적이고 기분파적인 기질 소유, 가족간의 유대관계 중시.
부다페스트:다뉴브강의 진주,동유럽의 파리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도시. 헝가리의 수도, 230만.서울과 맞먹는 크기. 도나우강(다뉴브)을 사이에 두고 부다지역과 페스트지역으로 나눔 부다지역:언덕으로 이루어짐.왕궁,역사적 유물,기념비적인 건축물, 역사와 정치의 도시 페스트지역:평지로 되어있다.중세이래 상업과 예술의 도시
역사적 배경을 알고 길을 떠나면... 유홍준씨가 그랬던가.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느낀다고...
9시 출발.오늘은 부다페스트를 관광한다. 어제 비온뒤라 좀 쌀쌀하지만 날씨는 매우 쾌청하다. 어제 내 가방이 도착하지 않은것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모든 액을 사하여주는 액땜이 아니겠냐고 TC가 말했는데 그영향일까? 기분좋게 출발.
갈레르트언덕으로 올라간다. 부다페스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235m의 바위산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다뉴브강 건너 평평한 페스트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붉은 지붕이 조화롭다. 언덕길가 노점상에서는 레이스천을 팔고 있다. 중고교때 한창 유행했던 레이스뜨기.지금도 이곳은 손수 떠서 파는것 같다. 노점상인들의 고단한 삶이 얼굴에 배어있지만 눈망울이 참 선해보인다.
부다 왕궁으로 간다. 13C부터 300년간 영화를 누렸던 거성이다. 건축물의 기둥을 보고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들으니 도리아식,이오니아식,코린트식을 구별할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국립 박물관과 화랑으로 이용되고 있단다.
왕궁옆에 있는 마차시 교회. 첨탑이 뾰족한 고딕식으로 지어진 교회다. 왕의 대관식 장소로 쓰이기도 했고 오스만투르크제국하에서는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기도 했지만 곧 카톨릭교회로 복원되었단다. 막 일요미사를 끝낸 신자들이 나오고 있다.
그옆에 어부의 요새. 긴 회랑과 고깔모자 모양의 지붕이 꼭 동화같다. 이런 건축을 로마네스크양식이라고 한단다. 강에서 고기잡던 어부들이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이 성채에서 파수를 보았던데서 이런 이름이 유래되었다나. 긴 회랑은 카페로 이용. 우리는 이곳에서 다뉴브강 건너 페스트지역을 바라보며 따끈한 카푸치노를 마셨다. 찬바람이 씽씽불어도 참 여유로운 시간이다.
근처의 13C에 만들어진 좁은거리를 걷고 있는데 가이드가 가게로 안내한다. 아니? 이 여행사는 쇼핑 안하기로 유명한데??? 순간 TC의 얼굴을 보았다. 매우 난처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우리 일행중 누군가가 쇼핑꺼리를 가이드에게 요구했던것 같다. 이곳은 류마티스 관절염약이 유명하다나. 일행들이 몇개씩 사는데, 난 글쎄...외국여행후 사다주는 약들이 그대로 있는데...빈손인 날보고 일행들이 사라고 성화를 부려 1개를 골라 계산하려니 EURO화는 거스름돈이 없단다. 호호호... 이렇게 장사해서 어떻게 외화를 걷어 들이려는지....
다뉴브강을 건너 페스트지역으로 가는데 강물이 거무스름하다. 누가 푸른 다뉴브의 물결이라 했는지...
점심은 한식으로 밥,깍뚜기,육개장,야채,소고기와 닭구이등이 참 푸짐한데 이선생님이 와인을 쏘았다. 와인 한잔씩 걸치니 서먹했던 우리 일행들이 훨씬 부드러워져서 웃음이 많아졌다. 국회 의사당을 돌아보고 젊음의 거리인 비치거리에서 자유시간을 주어 주변 상가를 아이쇼핑했다. 레이스천을 파는 가게가 많다. 피자헛,맥도널드,KFC도 있고.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150년)를 가진 지하철을 탔다. 우리의 지하도 정도의 깊이에 객차가 2량. 지하철표 ticketing도 재미있다.
영웅광장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넓은 광장에 가족들이 많이 나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롤러스케이트로 묘기를 부리기도 하고... 참 평화롭다. 시민공원도 둘러보고 되돌아오는데 아까부터 호수가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하던 1쌍의 남녀가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풀지 못하고 그대로다. 에그그그...
저녁식사는 헝가리 전통음식을 먹었다.우리의 육개장과 비슷한 굴라쉬스프(스프그릇이 무지 크다) 빵,밥,닭가슴살,과일,와인...푸짐하다. 여기 식당이름이 재미있다. "대리석 신부 식당" 어느 신랑신부가 이식당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열었는데 음식이 너무 맛이 있어서 신부가 음식을 쉴새없이 급하게 많이 먹었다가 급체하여 얼굴이 대리석같이 하얗게 되었다나. 여기 음식이 맛이 있음을 요렇게 나타낸 것.
호텔에 돌아오니 아직도 내 가방은 도착되지 않고 아까 TC와 가이드가 연신 전화로 독촉하는것 같았는데...에잇 생각하지 말자. 야경이나 보러 나가자. 친구의 목도리를 두르고 밤마실을 나간다. 로비에 모인 희망자는 택시 3대에 나누어 타고 사슬교 앞에 내려 건너편에 보이는 부다왕궁의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하다가 사슬교를 건너 부다쪽에서 페스트쪽의 야경을 보고 또다시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긴다. 여유로움과 쓸쓸함....
호텔에 돌아오니 내 가방이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했단다. 공항 직원이 곧 가져올거라고 하는데.... | | | | 9월30일 월요일(여행 셋째날) | | | | 가방을 가져 올까나 하며 옅은 잠을 자다가 5시 기상. 떠나오는 날부터 제대로 잠을 못자서인지 눈이 충혈되어 있다. 오늘 아침 7시에 오스트리아로 떠나야 하는데 내 짐은 어이할꼬.
TC가 내 여권을 가지고 공항에 가서 직접 찾아오겠단다. 식사를 끝내고 객실로 올라오니 TC가 내 가방을 가지고 왔다. 어이쿠,얼마만에 보는 가방인가? 공항 담당자들이 서로 책임회피를 하고 미뤄 놓아 빚어진 일이라며 아직도 이곳은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서 특히 서비스 분야에선 매우 열악하단다. 버스에 올라타니 같이 걱정해줬던 일행들이 모두 축하해준다.
7시 출발.오스트리아를 향하여! 국경에서 입국심사 기다리는 차량이 많아 지난번 팀은 땡볕에서 2~3시간을 기다렸다며 그래서 이번엔 1시간 일찍 출발한단다.
부다페스트 시가를 벗어나니 야트막한 산꼭대기까지 예쁜 단층집들이 푸른숲과 어우러져 참 아름답다. 내동생의 여름별장이 있는 남불의 휴양지 사진과 똑같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우리 일행들이 저마다 좌석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편하게 바깥구경을 하며 사색에 잠긴다.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밭과 씨만 남아있는 해바라기밭. 복잡하다던 국경을 아주 쉽게 통과했다. 누가 그런다. 우리팀 멤버들이 복이 많아 앞으로도 잘 풀리는 복순이팀이 될거라고.
바깥 경치들이 헝가리쪽보다 좀더 여유있어 보인다. 윤기있는 푸른풀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잔잔하게 피어있는 노란꽃,흰꽃들... 곧 봄이 올것만 같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TC가 마이크를 잡는 통에 깨었다. 늘 뒤에서 말없이 지켜주며 사진을 찍어주던 TC가 얘기보따리를 풀었다. 학창시절얘기,여행기,여행사 차리게된 동기,또 인솔하며 겪은 얘기등. 졸던 사람들이 재미있게 얘기를 듣는다.
비엔나 도착해 가이드와 인사. 빈국립대 인문학을 공부하는 유학생. 35세 아저씨. 부인은 하프전공하고 아이가 둘, 8년째 살고 있으며 이곳에 정착해 살겠단다. 강남에서 쪽집게 고액과외 선생으로 돈을 벌어 이곳에 와 가이드생활, 다시 공부 시작,아주 시원시원하고 재미있게 얘기를 하여 폭소연발...
우리를 비엔나 숲속으로 이끈다. 요한 스트라우스가 연주하던 야외무대와 동상. 날렵하게 연미복을 입은 요한 스트라우스.그당시 귀부인들의 우상이었다나.
점심식사(한식-김치찌개). 그동안 짠 음식을 먹다가 매콤한 음식을 먹으니 속이 개운하다. 가이드가 직접 멜랑제 커피를 만들어온다. 모카커피에 같은양의 거품을 낸 우유를 넣은 것으로 비엔나에서 가장 인기있는 커피라나. 맛이 무척 부드러웠다.
베토벤의 정신적 요람이 되어준 창작마을, 하일리겐슈타트로 간다. "전원"의 악상을 떠올렸던 베토벤의 산책로. 우리도 따라 걸어본다. 길 모퉁이에 베토벤의 입상이 있다. 이 작은마을에서 베토벤은 7번이나 이사를 했다던가. 그중 귀가 들리지 않아 절망끝에 유서를 썼다는 "유서의 집"은 베토벤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월요일 휴관이어서 되돌아 나왔다.
다음은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잠들어있는 중앙묘지로 간다. 세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주요인사가 묻혀있는 명예의 정원,유대인 묘,음악가 묘역등, 묘지 가는길은 우람한 나무들이 즐비하여 공원으로 산책가는 기분이다. 음악가 묘역에서 베토벤,슈베르트,요한스트라우스를 만난다. 묘위에는 누군가가 놓고간 장미묶음들이 흩어져 있고. 모짜르트는 시신을 찾지못해 동상만 외로이 서있고.
주변에 각종 상점으로 구성된 번화가 속에 있는 성슈테판 성당을 찾았다. 명동에 있는 명동성당 같은 위치이다.이곳에서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치뤘다고 한다. 매우 웅장한 고딕식 건물, 지붕에 쌍독수리 마크가 있는데 바로 합스브르크왕가의 상징이다. 전망이 좋은 비엔나 숲에서 시가지를 내려다 보는데 눈이 매우 아프다. 인공 눈물약을 넣었는데도 충혈은 계속되고 내가 너무 눈을 혹사 시키나보다. 그러나 어찌하랴. 볼것이 너무 너무 많은데...
숲근처 아주 오래된 호이리게 식당을 찾았다. 1317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이어오는 매우 전통있는 식당으로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다. 호이리게란 금년에 만든 햇 포도주란 뜻이란다. 정부에서 포도를 직접 키우는 사람에 한해서만 호이리게라는 간판을 걸수있도록 허락했단다. 식사는 훈제돼지,삶은돼지,소시지와 와인. 서로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아코디언 악사들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에델바이스를 연주한다.흥에 겨워 따라부르고...으음~좋아 좋아... 흐뭇한 기분으로 식당을 나와 삼삼 오오 짝을 지어 천천히 걸으며 야경을 감상 한다. 시청,호프브르크왕궁,카를교회...
전철을 타고 호텔도착. 파크 호텔 셀브른.100년된 건물. 객실로 들어오는 길이 미로같다. 객실도 천정이 높고 웅장하고 넓직하다. 화장실의 시설들이 큼직큼직하고 튼튼하다. 독일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화장실 거울옆에 튀어나온 동그란 거울이 있어 들여다보니 내얼굴의 땀구멍까지 보인다. 면도용 거울이라는 것을 후에 알았다.
오늘은 왠지 잠을 푹 잘것같다. | | | | 10월1일 화요일(여행 네째날) | | | | 처음으로 푹잤다. 개운한 몸상태가 오늘도 매우 즐거울것 같다. 식사전 자투리 시간에 여행자료를 다시 펼쳤다. 오스트리아의 역사
976년:국가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시기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오토2세가 이곳을 바이에른 후작의 영지로 정한 후. 오스트리아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합스브르크 가문의 등장후부터. *유럽을 움직인 3대 가문
중세 이후의 유럽은 국가개념이 희박해지고 가문 또는 왕가의 개념이 더 뚜렷하게 부각된다. 대부분 봉건제후로 출발한 각 가문들은 자신의 세력확장을 위해 각 지역의 왕가및 제후들과 정략적인 결혼을 시행. 이 때문에 각 왕실에 연고가 생기고 왕위계승까지 주장하게 된다. 영토 또한 한 국가의 영토라는 개념보다는 가문의 영토라는 개념이 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유럽역사를 이해해야만 한다.
3대 가문:프랑스를 기반으로 하는 부르봉 왕가,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하는 합스브르크 가문, 이태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메디치 가문
20C 세계 제 1차 대전 : 러시아의 범 슬라브주의와 독일+오스트리아의 범 게르만주 의가 대립. 오스트리아는 패전국. 혁명이 일어나 합스브르크가는 쓰러지고 공화제 성립. 전 국토는 1/4로 축소.
제 2차 세계대전:독일의 제3제국의 한 주가 된 오스트리아는 소련군에게 비엔나를 점령당함. 1955년 : 중립체제를 전제조건으로 점령군 철수. 독립주권 회복.
오스트리아의 인종구성:게르만족 99% 인구:820만 종교:카톨릭 78% 개신교 5% 1인당 GNP:28000$ 언어:독일어 화폐:EURO 수도:비엔나(150만)
객실을 나와 식당으로 내려가는데 미로같은 복도를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은 밖으로 나와서 호텔로비로 들어가 식당을 찾았다. 식사후 TC가 우리를 100년전에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준다. 직접 문을 열고 드나들어야 한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쉔브른 궁전에 갔다. 합스브르크가의 여름궁전.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을 모방하여 만들었단다. 어제 야경으로 본 호프부르크 왕궁은 본궁전으로 지금은 대통령과 수상관저로 이용.
여기 여름궁전은 옛날 화려했던 유물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볼게 많다. 귀부인들이 입던 페치코트속에는 속옷을 12겹이나 입었단다. 24시간 계속 연회가 베풀어지기 때문에 배설할 시간이 없어 그냥 쌌단다. 배설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고 12개의 속옷을...지린내를 숨기기 위해 향수를 뿌리고... 방마다 구석에는 커다란 도자기로 된 난방장치가 있다. 옛날부터 중앙난방을 했던것. 침실로 들어간다. 널직한 침대는 길이가 짧고 두터운 매트리스가 상체를 눕히는 부분이 매우 높다. 연회가 몇날 며칠 계속되기 때문에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하느라 상체를 올려 비스듬한 자세에서 소화시키느라고.... 바깥정원은 인공적으로 다듬은 모습이 프랑스식 정원과 똑같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스트리아는 한반도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 800만 정도가 사니까 널직하게 주택을 지어 살며 호수가 많아서 수력발전으로 얻은 풍부한 전력으로 버스대신 전차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하고 있단다. 거리에 다니는 버스는 관광버스뿐.... 깨끗한 공기,예쁘게 꾸며놓은 단층집들,푸른초원,아름드리 나무들.....
슈베르트의 창작마을 뫼들링으로 간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명성에 가려 평생 가난하게 지냈던 슈베르트는 이 마을에서 "보리수"를 작곡했고,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영감을 얻었단다. 지금은 호텔을 지어 보리수만 있다는데 그냥 지나쳤다. 이 마을은 돈많은 부자들의 동네가 되어 집값이 아주 비싸단다.
예쁜 동네를 지나 동굴호수로 간다. 개인소유인데 폐광된 지하공간에 우연히 지하수가 계속 유입되어 이곳에 배를 띄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2차 대전때는 히틀러가 이 동굴에서 비행기 동체를 만들게 했다나. 1년에 한번씩 이 동굴에서 카톨릭미사도 있단다. 성탄절 파티도 하고. 아무튼 폐광된 동굴을 이렇게 관광자원화 시키는 아이디어가 놀랍다. 동굴밖으로 나오니 소풍나온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줄을 지어 서있다. 어린 녀석들의 장난기 어린 모습이 아주 귀엽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축복받는 땅,오스트리아에도 고민이 있단다. 인구 800만중에 은퇴하여 연금생활자와 아이들이 인구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경제활동 인구가 적어 미래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그리하여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양육비를 보조하기 때문에 특히 타국에서 온 사람들이 3~4명을 낳아 부모가 일을 안해도 양육비만으로 가족생계를 꾸려갈 수 있단다. 어제 오후, 하교길의 중학생정도 되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워물고 당당하게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제 휴관이었던 베토벤 생가를 다시 찾았다. 아담한 집 2층에 그가 남긴 악보,유서,데드마스크(사망후 그의 얼굴),머리카락,책상등....2층 난간에 서서 안마당을 내려다 보며 이곳에서 유서를 써야했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본다.
점심식사는 한식집에서 한식과 일식이 혼합된 도시락을 먹었다. (밥,생선초밥,불고기,샐러드,김치) 비엔나에는 한국식당이 몇군데 있는데 한식으로는 수지가 안맞아 일식도 병행하고 있단다. 우리 옆테이블에서 식사하는 현지인은 생선초밥을 먹고 있다.
바지런하게 안내해주고 재미있게 분위기를 이끌며 점심식사전 전직 쪽집게 과외교사답게 오스트리아의 역사적배경과 우리가 본 명소들을 다시한번 복습 정리해준 가이드와 작별하고 잘쯔브르크로 출발.(오후 2시)
3시간 반 거리가 도로공사중으로 지연되어 5시간 걸렸다. 창밖의 전원풍경이 환상적이다.푸른 목초지,옥수수밭,노란 유채꽃밭,키작은 노란 해바라기밭....저멀리 왼쪽으로 흰눈이 덮인 알프스가 보이고...띄엄 띄엄 전원주택들....
휴게소에 들렀다. 도떼기 시장같은 우리의 휴게소와는 달리 카페에 느긋하게 앉아 푸른 목초지에 둘러싸인 마을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다. 원래 비엔나숲에서 마시기로 했었는데 시간이 없어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래며 아인슈펜너 커피를 마셔본다. 비엔나 커피를 오스트리아인들은 아인슈펜너 커피라 부른다. 참 조용한 분위기이다.
다시 버스에 오르고 TC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까지 보아온 명소들을 보며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여러분들을 보고 속으로 비웃었다고. 모두들 눈이 동그래져 TC를 바라본다. 지금부터 정말로 탄성을 자아낼 장관을 보게 될거라고... 잘쯔브르크에 가까워질수록 정말 환상적인 경치가... 왼쪽 가까이에 흰눈 덮인 알프스산과 푸른 초원에 핀 들꽃들,그위에 예쁜집들, 푸르고 맑은호수...달력에서 볼수 있었던 사진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버스안의 절반은 뒤쪽을 향하여 의자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양옆과 뒷쪽 차창을 통하여 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식당앞에서 가이드를 소개받았다. 모짜르트 음악원에서 성악과 음악철학을 공부하고 있고 여기서 산지 7년 되었고 독일 뮌헨에서도 2년간 성악을 공부했단다. 35세. 결혼한지 7개월째. 공부할때는 몰랐는데 살림을 차리고 보니 돈을 좀 벌어야 겠다나. 성악하는 목소리라 그런지 나긋나긋하고 감칠맛난다.
저녁식사. 스프대신 온면이 나오고,함박스테이크,밥,양배추샐러드,햇포도주와 이곳의 명물인 sturm(갓 만든 맥주) 술이 딸려나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
호텔 도착 (CROWN PLAZA HOTEL). 짐가방을 각자 끌고 들어간다. 오스트리아는 노동에 대한 댓가가 매우 비싸서 포터들의 팁도 만만찮다. 이 호텔의 객실은 키대신에 카드를 사용한다.
짐을 객실에 놔두고 곧바로 밤마실을 나간다. 배불리먹고 술도 한잔 걸쳤겠다 느긋하게 삼삼오오 잘쯔강변을 산책. 건너편에 있는 잘쯔브르크성의 은은한 조명과 절벽에 빛을 쏘아 환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의 가게들이 있는 옛거리를 둘러본다. 6시에 가게문이 닫혔지만 간판들이 예술적이다. 가게이름을 문자대신 그림으로 나타낸 것. 옛날 문맹인 서민들이 이용하기 쉽게 가방과 우산을 파는 가게는 간판에 우산이 그려져 있고, 닭고기 파는 가게는 수탉그림이 있다. 또하나, 건물 꼭대기마다 건축연도와 보수연도가 숫자로 적혀있다. 1400년대,1500년대 것도 있다. 진열장엔 예쁜 악세서리와 모자등 살것들이 많은데...
다시 다리를 건너 강가의 전망좋은 카페에서 차를(hot chocorate) 마시며 환담을 나눈뒤 호텔로 돌아왔다.
| | | | 10월2일 수요일 (여행 다섯째날) | | | | 아침 6시 반. 식당에 내려가 식사를 하는데 7시가 되도록 TC와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6시 반에 하기로 한 모닝콜이 울리지 않았나 보다. 8시에 출발한다는데. 식사 도중 객실로 올라와 TC방을 두드렸다. 노크 소리에 일어난 듯. 푹 자게 내버려둘걸 그랬나? 좀 안쓰럽기도 하고...
출발하기전 잠시 잘쯔브르크의 여행자료를 훝어본다. 잘쯔브르크 SALZBURG = SALZ + BURG (소금의 성)
잘쯔브르크는 암염의 생산지로 켈트족과 게르만족이 소금을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였던 곳으로 이 지역을 차지한 세력들이 암염거래로 많은 부를 쌓았고, 그 부를 축적한 귀족들이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많아 이 도시를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탄생시켰다.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물가가 비싸다. 모짜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
8시 출발.도보로 시작.상쾌한 날씨.발걸음이 가볍다.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보니 정장입은 사람들을 볼수없다. 패딩점버나 가죽상의 또는 바바리코트에 서류가방... 여대생인듯한 젊은여자들도 간편한 복장에 건강미 넘치는 몸매,화장기 없는 얼굴 질끈 머리를 묶고, 배낭메고 자전거탄 모습이 아주 싱그럽다. 젊음은 언제나 주어지는것이 아닌데 우리 젊은 여자애들은 왜 그 싱싱한 젊음을 향유하지 못하고 화장품으로 얼굴에 페인팅하고 다이어트하여 삐리삐리하게 몸을 말리는지 모르겠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옆에 있는 카페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창가 탁자에 차를 시켜놓고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앉아 신문을 펼쳐들고 있는 노할머니.하얀머리,돋보기 안경,곱게 늙은 편안한 얼굴, 따뜻한 회색 스웨터. 그래,저렇게 늙어야 하는거야. 품위있게,따뜻하게,지적으로...
미라벨 정원으로 간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함께 부른곳으로 유명하다. 잘 가꾸어진 프랑스식 정원과 분수,궁전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카톨릭 주교의 여자친구가 살던 곳이란다.
어제 저녁에 걸었던 게트라이데거리로 간다. 예쁜 간판을 다시 볼수 있어 반가웠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가게문은 닫혀있고. 여기 옛건물중에 노란색 건물이 모짜르트가 7살때까지 살았던 생가란다. 9시에 문을 여는데 아직 이른시간이라 잠시 뒤곁에 아침 장이 섰길래 그곳에 가보았다.싱싱한 야채와 과일들,또 한곳에선 손수 만든것 같은 소시지를 팔고, 저쪽에서는 꽃을 판다. 아,저 작은 노란 해바라기꽃!  12년전 친정 부모님과 프랑스에 사는 동생과 함께 독일을 여행할때 슈투트가르트에서 아침 장구경을 하면서 까만딸기를 사먹으며 노란 해바라기꽃을 감상했었는데....그때 처음으로 해바라기꽃을 병에 꽂을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짜르트 생가로 간다. 부유한 부모덕에 베토벤 생가보다 여유있어 보인다. 당시 사용했던 피아노,초상화,동전,바이올린,머리카락도 있고... 이 주변가게에 모짜르트의 얼굴이 새겨진 쵸콜릿이 많다.
잘쯔브르크 대성당 앞에 있는 분수도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했단다. 로프웨이를 타고 잘쯔브르크 성으로 올라간다. 잘쯔브르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잘쯔강과 예쁜집들. 이쪽 저쪽 계속 셔터를 눌러대는데 전망대 카페에서 차를 마시잔다.
전망대 입구에서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뻔했다. 바로 눈앞에 눈덮인 알프스산이 버티고 있어서. 그 아래 푸른 초원과 예쁜집들,넓은 초원속에 한채의 하얀집, 이곳도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다나.
의자에 기대앉아 따끈한 카프치노를 마시고 있자니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12년전 여름 우리는 샤모니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2700m인 알프스에 올랐다. 평소 심장이 약했던 엄마는 로프웨이 안에서 밖을 내다보지 못하고 염주를 손에 쥐고 돌리면서 눈감고 염불을 외고 계셨다. 2700m 전망대의 조그만 카페에서 바로 앞에 있는 흰눈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었는데....그후 6년뒤 엄마는 세상을 떠나셨다.
혼자 상념에 잠겨있는데....성악을 전공한 가이드가 한곡을 뽑는다. "성문앞 샘물곁에 서있는 보리수...나는 그늘아래..단꿈을 꾸었네..." 아,어쩌자고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내려오면서 논베르크 수도원 앞을 지나간다. 마리아가 가정교사로 가기전에 수녀로 생활했던 곳이란다.
버스를 타고 잘쯔감머구트로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에 KBS의 월드넷에서 오스트리아편에 칼럼을 쓰고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스트리아는 연중 270일이 흐리고 비가 온단다. 일조량이 부족하여 농사를 지을수 없어서 농산물을 거의 수입하고 있고,대신 목축업이 성황이어서 푸른초원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단다.방목지와 목초지가 있는데 고산지역에는 가축을 방목하여 직접 풀을 뜯어먹고,아래지역에서는 목초지를 재배하는데 적당하게 풀이 자라면 잘라서 햇빛에 말려서 둘둘말아 튼튼한 비닐을 씌워 암모니아 가스를 주입하여 발효시켜서 겨울에 가축들의 식량으로 쓰인단다. 목초지에 피어있는 흰꽃,노란꽃들은 일부러 꽃씨를 뿌린거라나.
가이드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지금 창밖에 펼쳐지고 있다. 푸른 초원,예쁜들꽃,기계로 풀을 베고,뒤집고,둘둘말린 다발,하늘색 비닐에 쌓인 풀다발....어느만큼 올라가니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차안에는 이곳 분위기에 잘맞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깔리고 가이드가 멘트할때는 음악볼륨을 줄였다가 멘트가 끝나면 다시 음악을 키운다. 가이드의 음성이 감칠맛 나고 표현이 간결하고 정확하여 마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것 같다.
잘쯔감머구트 : 알프스와 호수로 이루어진 마을. 알프스산에 빙하가 흘러내려오며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가 70여개가 있단다. 모두 모두 절경이어서 이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그런데 한국에는 이곳이 알려져 있지않아 유일하게 이 여행사만 이곳을 온단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노래했던 장면들이 여기란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겨울에는 눈이 1m이상 쌓이고 창문에는 성애가 끼는데 호호 불면서 나타나는 창밖 경치가 환상적이라. 손가락으로 Greeting이라 써넣으면 창문이 영락없이 크리스마스 카드가 된다나.
볼프강 호수에서 유람선을 탄다. 코발트빛 하늘에 햐얀구름이 비단차일을 높이 드리우고,호수옆 산꼭대기에서는 페러글라이딩이 날아내려오고, 맑고 푸른 호수에 비춰지는 예쁜집들,푸른초원..여기 저기 숱하게 셔터를 눌러댄다. 말이 필요없다.
어느만큼 갔을까. 유람선에서 내려 식당에 간다. 점심식사.(온면,돈까스) 식당의 벽이 사냥해온 사슴뿔로 장식되어있다. 식사후 오래된 성당을 둘러보고 거리산책,창문에는 하얀레이스 커튼을 드리우고 창가에는 빨간 제라늄 화분이 놓여있고, 토산품 가게에서 기념품들을 구경.
다시 버스를 타고 알프스 속으로 들어간다. 바트이슐 호수. 합스부르크가의 여름별장이 있는곳. 죽죽 뻗은 나무숲속으로 씩씩하게 걸어나간다. 웃옷은 벗어서 허리에다 묶고...점심 먹은후 소화도 시킬겸. 참 상쾌하다.
다시 버스에 올라 할 슈타트로 향한다.
할 슈타트(HALL STATT) : 잘쯔감머구트에 속해있는 이곳은 또 따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경치가 더 빼어난곳이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먼저 철기를 생산하고 사용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거리를 걷는다. 관광객들이 많은데 동양인은 볼수가 없다. 호수도 예쁜데 예쁜집들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 어쩜! 저렇게! 계속 환호성, 올려다 보고 감탄하느라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1000년 되었다는 성당을 찾았다. 예쁘고 아담한 모습, 주변 경관과 아주 잘 어울린다. 내부를 둘러보는데 직원인듯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곧 장례미사가 있을거란다.밖으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성당묘지로 간다. 여기조차도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다.묘지 하나하나를 들여다 본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연을 안고 여기 누워있겠지...
성당을 나와 개신교회로 간다. 숙연한 마음에 의자에 앉으니 가이드가 앞으로 쓰윽 나가서 성가를 부른다. 교회가 쩌렁쩌렁 울린다.마음이 고요해지고 내 안으로 잦아진다. 되돌아 걸어 나오며 생각에 잠긴다. 오늘같은 날이 내 평생에 몇번이나 찾아올까...슬퍼진다...
버스는 달려 더 깊숙이 들어간다. 고자우(GOSAU)호수. 1000m높이에 있는 호수. 두껍게 쌓인 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바로 지척에 있고 맑은 호수에 그대로 비쳐 장관이다. 가이드는 7년을 여기에 살면서도 이곳에 처음 왔단다. 한국 관광객으로는 우리가 처음이란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고 있자니 우람한 품안에 내가 빨려들어가는것 같다. 1시간만 주어진다면 빨리 걸어서 호수가를 한바퀴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걸어 내려오며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한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길. 푸른 초원에 있는 예쁜집에는 나무장작들이 가지런히 쌓여져 있고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있다.난방을 하면서도 따로 벽난로를 가지고 있단다. 목가적인 정경들이 어릴적 고향생각을 나게 하고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운전 기사는 요들송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운전을 한다.
잘쯔브르크에 와서 저녁식사. 중국식당에서 중식으로 요리가 다섯가지 나오며 와인까지 곁들여서...하하 호호.어휴, 이 포만감!
호텔로 돌아와 잠시 객실에 들러 양치질하고 밤마실을 나간다. 아까 낮에 답사했던 지역을 다시 걸으며 복습하고 있다. 미라벨 정원,잘쯔강 다리,게트라이데거리,대성당... 게트라이데거리의 예쁜 카페에서 이젠 진지한 얘기들이 오간다. hot wine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오늘의 자연경관에 취해서... 이래서 여행이 좋고, 밤마실을 통해서 서로의 감정이 통할수 있음에 좋고... 아~이게 바로 내가 이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되지...
| | | | 10월3일 목요일 (여행 여섯째날) | | | | 여행도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여행은 좀 여유있게 다녀서인지 시작부터 몸상태가 잘 풀리어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 겨울에 가족과 함께 일본 규슈로 배낭여행 갔을때는 여행 중반기부터 일식에 신물이 나서 식사때마다 고민이 많았었다.
8시 반에 체코를 향하여 출발. 잘쯔브르크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오른쪽 호수쪽에서 뽀얀 물안개가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다.물안개 사이로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던 교회가 보이고. 아듀,아름다운 잘쯔브르크,영원히 기억하리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집으로 전화. 내일 업무차 일본으로 떠나는 남편과 통화.마침 딸이 집에 와서 아빠의 여행준비를 거들고 있어 걱정이 덜어진다.미안함과 고마움이....
휴게소 매점에서 김선생님이 버스에서 모두 같이 나누어 먹자고 아이스크림을 사셨다.봉지에 나누어 들고 버스에 올라 운전기사에게 아이스크림 드시겠냐고 내미는데 운전기사 얼굴이 굳어지면서 저거 안보이느냐고 손으로 출입구를 가리킨다. 아뿔사! 아이스크림과 감자스넥 그림에 가위표가 처져있는것을 순간 깜박했네. 모두들 버스에서 내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운전기사에 대한 무안함 때문에 좀 웃겨보자고 오늘 이 아이스크림은 "눈텡이 밤텡이" 선생님이 사셨다고 했더니, 그후로 그 분의 별명이 "눈텡이 밤텡이"가 되었다. 며칠전 그 분은 호텔 객실문에 눈두덩이 위를 부딪혔는데 눈두덩이가 부어오르다가 퍼렇게 멍이 들어 우리 모두가 걱정되어 아침 식당에서 그분을 만나면 시선을 눈에 있는 퍼런멍에 두고 인사한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멍이 조금 더 내려왔네요.곧 괜찮아질거예요" 그분은 너그럽고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참 편안하게 대해 주신다.
국경지대 체코영역에서 발이 묶였다. 12시 정각부터 점심시간이라나. 지금 막 12시를 조금 비켜서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서류를 그들앞에 내동댕이친다. 성질 참 고약하다. TC가 말하기를 게르만인 특유의 우월감을 가지고 있어 체코인을 우습게 보는거란다.헝가리에서 비엔나까지 함께 했던 헝가리 운전기사는 정이 많고 시간외까지 운전을 해주었는데, 이 오스트리아 운전기사는 제 시간만 운전하고 시간 넘기면 수당을 요구한단다. 그리고 성질이 변덕스러워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운전하는가 하면, TC가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하면 볼륨을 낮추라고 요구하며 꽤 신경을 쓰게 만든다. 40분이 지난뒤 국경 통과. 체스키 크롬로프 도착. 여자 가이드를 만난다. 30대. 프라하 거주 7년. 결혼하여 자녀 두명.부부가 선교활동하고 있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우선 점심부터 먹는다. 체코 전통음식.어둑한 분위기에 촛불을 켜놓고.중국의 꽃빵 비슷한 빵이 나오고 아주 푸짐한데 좀 짠편이다.스프접시가 무지 크다.
체스키 크룸로프
오스트리아와의 국경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성과 건축물을 갖추고 있단다.13C 어느 대지주가 S자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블타바(몰다우 강)강변에 위치한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고딕 양식의 성을 건설하므로써 역사가 시작되었단다.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7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도인 것이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단풍과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이 붉은 지붕과 어울어져 매우 아름답다.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대며 성안으로 들어간다. 건축양식이 특이하다.벽돌처럼 그려넣은 건축물을 르네상스 양식이라 한다. 고딕 양식에 르네상스,바로크 양식도 있고...
성 내부로 들어가보자. 왕실이 아닌 일반 귀족의 생활상을 알수있는 유품들이어서 흥미롭다. 접견실,부엌,식당,침실등...더욱 재미있는 것은 뚱뚱한 이곳 전문 가이드가 설명이 끝나면 다음방으로 이동할때 바로 전 설명이 끝난 방을 잠그고 다음방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설명하고 잠그고 또 다음방 열고 들어가고.... 귀족들이 남긴 유물들을 이렇게 철저히 보호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성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마을 정경이 어쩜 이렇게 예쁜지,환호성을 지른다. 모두모두 붉은지붕. 이래서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멋있게 찍히는 도시"라 했는가. 이 아름다운 동네가 찍힌 내년 달력을 4 EURO에 산다. 이 달력을 걸어놓고 1년내내 오늘을 회상하리라.
야외 공연장이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맞은편 무대위에 한 남자가 마을정경을 정신없이 보고 있다가 16명의 동양인의 시선을 늦게서야 의식한듯 잠시 멋적어하더니 즉흥적으로 춤을 춘다.깔깔깔...정중히 허리를 굽혀 무대인사...박수갈채를 받으며 그는 떠났다. 멋진 젊은이....저런 뱃짱이 있어야지...
4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셋이서 씩씩하게 성당쪽으로 걸어간다. 2년전 배낭메고 일본 본토를 헤집고 다녔던 그 폼으로... 성당안을 둘러보는데 한 분이 우리와 합류하였다.
이 분은 우리와 일행이면서도 늘 혼자였고 연세가 많은듯(60대 후반쯤)하면서도 영어와 독일어가 유창하며 자세가 꼿꼿하고 당당하시다. 영화 "섹스피어 인 러브"에서 엘리자베스 1세를 연상하게 하는 분. 버스에서 운전석 바로 뒤에 혼자 앉아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앉아 바깥정경을 감상하시는 분. 정말 여행만을 즐기시는 분같아 호감이 갔었다. 그런데 오늘 영광스럽게도 그분과 같이 다니며 동네를 구경하고 있다.
예쁜집들은 영락없이 pension house이다. 출입문에는 내부 침실과 식당사진이 붙어있다.이 동네 인구가 15000명이라는데 이렇게 조그마한 숙소나 식당,가게를 운영하는것 같다.
조그마한 호수가 나온다. 단풍이 고와서 더욱 예쁘길래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그분은 한사코 거절하신다. 블타바강가에 있는 집들은 내부수리가 한창이다 지난 8월 홍수때 이곳이 물에 잠기어 건물 바깥쪽에 물에 잠긴 흔적이 그대로 있다. 흥미로운 것은 건물 외벽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수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이 700년전 건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가 보다.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체스키 부데요비치(Ceske Budejovice)로 간다. 지난 여름에 체스키 크룸로프의 호텔도 물에 잠기어 아직도 수리중이기 때문에 인근 도시로 나가 숙소를 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GOMEL HOTEL. 로비에 관광객들로 매우 혼잡하다. 객실에 짐을 놔두고 저녁을 먹으러 호텔내 식당으로 갔는데 여기도 많다. 거의 독일인들이다. 독일이 요즘 4일 연휴여서 체코로 여행을 많이 왔단다. 뷔페에 버드와이저 맥주. 여기가 버드와이저맥주 원산지라나.
밤마실을 간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거리가 매우 한산하다. 시청 광장을 돌아나와서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는데 옆테이블에서 혼자 맥주마시던 한 남자가 다가와 무슨 말을 하는데 알아 들을수가 없다. 그 남자가 찻집안으로 들어간다. 주인이 우리 테이블의 숫자을 세더니 생맥주를 내온다. 그 남자가 우리에게 내는거라나. 호호호 thank you. 우와 맛있다.
그 남자, 의자를 끌고 와서 본격적으로 말을 하는데, 아이고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 그는 체코어로 말을 하고 우리는 영어로...나중엔 바디랭귀지로... 옆 테이블의 젊은이들이 거들었지만 안통한다. 에라 모르겠다. 월드컵,풋볼.싸커.. 우리가 다같이 합창한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그는 답답한지 종이와 볼펜을 가져와 그림을 그린다. 이게 뭐야. 해골과 뼈다귀를 그려 놓았네. 이런!...뭘 뜻하는거야. 다른 남자가 온다. 이번엔 멋진 용모에 베이지색 스웨터를 목에 두르고. 우리 앞에서 힘차게 노래를 한곡 뽑는다. 박수...
작은 스케치북과 연필을 가져오더니 내 친구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친구가 당황하여 일어나려고 하니까 팔을 꽉 잡는다. 순간 긴장감이 돌고 일행들이 일어나자고 한다. 아니야,이럴때 일어나면 안돼. 그는 친구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우리는 모두 그의 손길을 지켜보고... 얼마가 지났을까. 그가 그린 친구의 얼굴은 개성만 살린 캐릭터였다. 우리에게 그 그림을 달라고 하니 안된단다.
찻집을 나오며 우리는 깔깔깔....맥주를 산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 | | | 10월4일 금요일(여행 일곱째날) | | | | 아침 식사하고 올라와 출발하기전 짐을 챙겨놓고 침대에 누워 여행자료를 읽어 본다.
체코의 역사
6C경: 체코땅에 체코인들이 집단적으로 정착하기 시작 13C: 유럽사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시작.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를 선출하는 제국. 프제미슬 오타가르 2세:체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영토확장,기독교전파. 14C:카를 4세:신성 로마제국 황제겸임.정치,문화,교육의 기초를 다짐. 프라하에 중부유럽 최초의 대학창설,프라하 성의 비트성당 개축과 카를 다리 건설. 황금기. 카를 4세 사망과 함께 내리막길-왕권과 귀족간의 알력,왕권과 교회의 불화,경제적 쇠퇴, 전염병 창궐, 사치와 영화를 일삼는 교회. 후스혁명:유럽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국가 건설.카톨릭 유럽으로 부터 격리됨. 15C 체코왕국을 침체로 빠져들게 만듬. 16C 이후 400년 동안 합스브르크 왕조의 통치하에 놓임.체코땅의 재카톨릭화, 체코 귀족들의 재산몰수와 추방,언어와 역사의 실종.라틴어와 독일어 채택, 1848년:합스브르크 왕가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민족부흥운동.실패. 주도세력은 일반농민과 도시민 출신의 인텔리겐치아들-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빨리 근대시민사회로 진입 할수있는 발판이 됨. 제1차 세계대전 발발전 : 이미 기계공업 발달,수준높은 정당,세계적 수준의 교육. 제1차 세계대전 : 프라하 시민 궐기,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독립. 마사릭 대통령-탁월한 지도력,선진적 헌법 바탕으로 20년간 유럽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 실천. 선진 공업국-세계 10위~15위 경제 선진국. 제2차 세계대전 : 국내정치는 좌익으로 기울어짐. 친소정책. 공산당이 주도. 1968년 : 민중봉기-프라하의 봄.실패. 1989년 : 소련 고르바쵸프의 개혁정책,벨벳혁명(무혈혁명)으로 공산당 통치 마감. 1993년 :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분리. 1995년 : 동유럽 국가중 처음으로 OECD가입. 체코의 인종구성 : 체코인 94%,슬로바키아인 3%,기타. 인구 : 1030만. 언어 : 체코어 종교 : 무신론자 40%,카톨릭 39%,신교 5%,기타. 1인당 GNP : 11300$
이 나라의 국민성이 마음에 든다. 시민과 농민들의 의식변화와 사회를 바꾸고자 뭉칠수 있는 용기는 14C때부터 다져진 교육의 힘이 아닐까.
9시 프라하를 향하여 출발. 2~3시간 걸리는 Praha로 가는길은 안개와 비가 촉촉히 내린다. 버스안에는 체코의 음악가 스메다나의 "나의 조국"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깔리고 마음도 촉촉히 젖어들고....말없이 눈길을 창밖에 두고...예쁜집들, 넓디넓은 경작지들, 위로 힘차게 쪽쪽뻗은 자작나무들....커피생각이 간절해진다.
주유소에서 20분 휴식, TC가 자판기에서 뽑아주는 따끈한 카프치노 한잔이 정말 맛있다. 계속 이어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제법 힘차게 쏟아지는 창밖의 비... 내 가슴속에도 물이 흐른다.
프라하 입성. 중국식당에서 점심식사(4개의 요리).
우산을 챙겨든다. 처음으로 궂은 날씨를 만났지만 비오는 거리도 재미있다. 스토라프 수도원 안에 있는 의학서적 도서관을 구경하고 나와 프라하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옆테이블의 체코 아가씨의 미모에 정신을 빼앗긴다. 늘씬한 키,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시원하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옷차림인데도...그러고 보니, 남자애들도 참 멋있다. 이쪽 인종이 우수한건가.
프라하성. 배낭여행을 다녀온 우리 애들이 제일로 손꼽았던 곳. 9C에 건립,1000년이상의 프라하의 역사를 지켜온 셈. 성안에는 한채의 궁전과 세채의 교회, 한 채의 수도원으로 이루어진 대단히 큰 규모이다.
성안에 있는 성비트교회로 간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화려하다. 숱한 관광객들과 함께 다니다가 지하무덤을 보고 286계단의 종탑으로 올라간다. 비좁은 달팽이같은 계단을 계속 오르자니 어지럽다. 8월에 1차로 왔던 팀은 여기를 오를때 땀냄새와 서양인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질식할것 같았다고 한다. 꼭대기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는 끝내준다. 프라하 시내뿐만 아니라 이 건물의 지붕이 뾰족한 첨탑을 숱하게 가지고 있어 웅장하고 멋지다. 그래서 프라하를 백탑의 도시라 하는가? 930년에 세워지기 시작하여 20C에 완성할 정도로 온갖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건축물이란다. 교회를 나와서 왕궁으로 들어간다.넓은 무도회장.왕궁내 성당,의회장을 둘러본다
성을 빠져나와 황금소로로 간다. 연금술사들이 모여들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집들이 마치 소인국처럼 작고 아기자기한데 기념품 가게로 이용되고 있다. 이중에 파란색 집이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을 쓰던 집이란다. 그는 이 예쁜거리를 산책하며 작품구상을 했겠지.
프라하언덕을 걸어내려와 버스를 타고 한국인 가게로 간다. 일행들은 쇼핑에 열중하는데 매장을 한바퀴 둘러보고나니 지루해진다.
걸어서 바즐라프 광장으로 간다. 고풍스런 국립 도서관을 정점으로 큰 도로 중앙을 광장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부럽다. 우리도 광화문을 정점으로 남대문까지 도로 중앙을 광장으로 쓰면 어떨까
1968년 소련군에 대항하던 "프라하의 봄", 1990년 최초의 자유선거를 위한 군중집회등 체코 현대사를 증언하는 역사적인 장소란다. 프라하의 봄때 희생된 넋을 추모하는 화단이 저쪽 동상아래에 있다는데 우리일행은 가지 않을 기미다. 내가 체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저기인데... TC에게 양해를 구해놓고 쏜살같이 달려간다. 젊은 관광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쳐가면서....찾았다. 그 화단! 누운 향나무가 한그루 있고, 갖다놓은 꽃들이 흩어져있다. "당신들을 찾아 먼 한국에서 왔노라."
광장을 걸어내려와 구시가지로 간다. 구시가지 광장 주변에 황금장식의 쌍탑인 틴교회, 로코코양식의 분홍색과 흰색의 벽토장식이 아름다운 킨스키궁전, 고딕양식의 구시청사 남쪽탑에 있는 천문시계등 고풍스런 건물들이 빙둘러 있다. 광장 중앙엔 15C 종교개혁가인 얀 후스 동상이 있고..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바로크,아르누보,로코코등 주변 건축양식이 다양하여 이곳을 건축 박물관이라 부른다는데 가이드마다 건축양식 설명이 헷갈리어 집에 가면 이부분을 좀 더 공부해야겠다.
4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뿔뿔히 흩어진다. 광장 벤치에 앉아 각자 특징있는 건물들을 올려다 보는데 TC가 마차를 타고 돌아보는게 어떠냐고 권한다. 남아있던 일행과 마차를 탄다.TC는 마부와 함께 앞에 앉고. 따닥 따닥 따닥... 마치 왕실가족이 된듯 우아하게 앉아 구시가지 골목골목 주변정경들을 구경한다. 재미가 쏠쏠...
마차에서 내려 천문시계 앞으로 간다. 관광객들로 가득한데 가이드가 가방조심 하라고 주의를 준다.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릴 시간이라나. 7시 정각. 매시 정각이 되면 그리스도의 12제자가 나타난다. 그밑에 있는 인형들이 각각의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데, 저 해골인형은 어제밤 카페에서 맥주 산 남자가 그렸던 그림과 비슷하다. 왜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
저녁식사. 전에 포도주 저장창고로 사용했다는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체코식으로.스프,감자,생선가스,음식도 짜지않아 맛있고 게다가 와인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라...화기애애...
기분좋게 천천히 걸어가는데 여대생인듯 거리의 악사가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빙둘러서서 감상. 참 감미롭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 악사가 미소로 답례. 또 한곡을 연주한다.꽤 수준급이다. 악사가 연주한 곡을 CD로 만들어 판단다. 주머니를 털어 동전을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넣어준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간다.(Barcelo Praha Hotel) 짐을 객실에 놔두고 밤마실간다. 택시를 타고 카를교 앞에서 하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중 하나란다. 다리 난간에 33성인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길이 520m에 폭이 10m.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각종 거리공연이 활발하다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간 탓에 거리의 악사들이 마악 마지막 연주를 끝내고 있었다.(밤 10시)
낮에 갔었던 구시가지 광장으로 걸어가서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시켜놓고 거리를 어슬렁 거리는 관광객들을 구경한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일부는 들어가고 아직도 미련이 남은 몇명은 호텔바에서 맥주잔을 기울인다. 얼마남지않은 여정을 아쉬워하면서...
| | | | 10월5일 토요일(여행 여덟번째날) | | | | 오늘 동유럽 일정을 마치고 암스텔담으로 간다.
프라하를 떠나기전 어제밤에 가본 카를교를 다시 한번 가본단다. 9시 출발. 아침 햇살에 보는 카를교의 모습도 참 아름답다. 폭 10m의 넓직한 다리에 차가 다니지 않아 관광객과 그림파는 사람, 거리의 악사들이 이제 막 짐을 펴놓고 있다. 그림파는 수레에서 그림을 구경한다. 주로 이 다리의 정경을 그린 것. 마음이 끌리지만 다리 구경을 우선 하고. 33성인 조각상중에 유독 한곳에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이 성인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자.
여왕이 고해성사를 하기 위하여 신부님을 찾았단다.고해성사를 마치고 돌아간뒤 왕은 여왕이 무슨얘기를 했는지 알고싶어 신부님을 불러다 물어 보았는데 신부님은 신도들의 비밀을 지켜야 되기 때문에 입을 열수 없다고 했단다. 결국 신부님은 혀가 잘리고 이곳 카를교 다리 아래로 던져 졌다나. 여기 이 분이 그 신부님이라는데 조각상 아래에 이 분의 얘기가 부조로 나타내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부조에 손을 대고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나. 청동으로 된 조각상은 산화되어 검게 변했지만 요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 붉은 구리빛 그대로이다. 나도 여기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어본다. 3년안에 다시한번 여기를 오게 해달라고.
다리끝 거의 다 왔는데도 자꾸만 뒤통수가 땡긴다.아까 본 그림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다시 그림상을 향하여 서둘러 간다. 다리 양끝을 그린 작은 액자 2개를 15EURO에 산다.마음이 가볍다. 다리를 지나 짧은 시간에 근처 가게들을 훝는다. 버스타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건너편 다리에서 보는 카를교는 먹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빛에 노출되어 더욱 예뻐서 가던 길 멈추고 계속 셔터를 누른다. 자꾸만 뒤돌아 보게 한다.
프라하 공항. 짐을 부치고 기내로 들어간다.조그마한 비행기. 1시 35분 출발. 기내식 먹고 잠잘려고 와인을 마셨는데 벌써 내리란다. 3시 도착.
네델란드의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 밖은 비가 내린다. 우리 일행중 2명이 여기 일정을 접어두고 곧장 귀국하기로 되어있어 여기서 작별인사를 나눈다. 두분 모두 사업하시는 분이라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단다.
그중 한분은 60 후반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현지인 수준으로 능통하고 패션감각이 뛰어나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다. 비엔나에서는 그곳 분위기에 맞게 빨간 상의에 빨간 cap, 빨간색 귀고리까지, 얼마나 경쾌한 복장이었는지... 그후로 그분은 "핑크 아줌마"로 명명되었다. 그분을 처음 뵈었을때 이 가을을 혼자 보내기가 너무 쓸쓸하여 이 여행에 합류하였노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내게 가슴절절하게 받아들여졌었다. 세련된 복장, 세련된 매너와 말씨, 유창한 영어실력, 센스까지.... 헤어지려니 친구가 제일 섭섭해한다. 손 재주 많은 친구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서 일까.
가이드와의 인사. 재즈음악을 공부하는 총각.
버스를 타고 치즈마을로 간다.밖은 비가 내리고. 큰 가방속에 우산이 들어있는데 꺼내기가 번거로워 머플러를 두르고 마을로 들어간다. 들어간 집은 나막신 만드는 곳. 통나무가 순식간에 나막신으로 변한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낮기 때문에 질펀한 땅에서 신기에 괜찮았을거다. 한쪽에는 기념품 가게가 매우 널직하게 차지하고 있다. 다 둘러보고 나니 허술하다는 느낌이 든다. 관광객들만을 노린 상술인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비가 제법 오는터라 밖에 나갈수도 없고. TC가 가게에서 우산을 사준다. 에이, 괜히 돈쓰게 했네. 귀찮아서 안가지고 내린건데...
옆집으로 들어간다. 여기가 치즈마을인가. 치즈만드는 방법만 설명하고 실제로 만들지도 않는다. 곧이어 치즈파는 가게로 안내된다. 가게안을 둘러봐도 다양하게 갖춰지지않아 별로 살게 없다. 남편이 치즈를 좋아해서 여기에 기대를 걸었는데...한덩어리만 샀다.
참 실망스럽다. 치즈 만드는 전통마을을 찾아가는줄 알았는데.... 밖으로 나오니, 운하에 풍차가 몇개 있고 이것이 풍차마을이라는 건가. 비와 바람때문에 걸어가볼수도 없고. TC도 매우 실망스러운듯 난감해한다. 네덜란드가 17C부터 상공업의 발달로 일찍이 부유하게 살아왔다지만 이렇게 한마을에 이런걸 몰아넣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얄팍한 상술에 화가 난다. 차라리 일본 큐슈에 있는 네덜란드 마을인 하우스텐보스가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진것 같다. 물론 그쪽도 상술쪽면에선 일맥상통하지만 여기만큼 허술하지는 않았다.
시내로 나가 거리를 걷는데 동부유럽과 다른 분위기여서 매우 혼란스럽다. 무엇이 이리 복잡할까. 가만히 보니 여러 인종들이 섞여 있어서 그런가보다. 그만큼 경제가 풍부해지니 일자리도 많겠고, 일자리를 찾아 여러나라에서 들어왔겠지...여기 암스텔담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단다.
시내에서 저녁을 먹는다. 토마토스프,돼지고기,감자,야채,와인. 넉살좋은 웨이터가 접시를 나르며 히딩크가 자신의 아저씨란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오는데 히딩크 아이스크림이라나.
호텔로 돌아와 짐을 들고 객실로 올라간다. 카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와~굉장히 넓다.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고 욕실에서도 샤워실은 또 따로 있다.
짐을 놔두고 밤마실을 간다. 오늘은 암스텔담의 문화인 홍등가를 가기로 한단다. 호기심 때문일까, 마지막 밤이어서일까, 오늘 밤식구가 제일 많다.
일반 버스를 탄다. 내 맞은편 남자가 바깥쪽을 가리킨다. "아리랑" . 한국 식당인가보다. 이 남자와 영어로 몇마디 나누게 되었는데 자신은 인도네시아인이고 미국 L.A에서 산단다. 여기 언제 왔냐는 간단한 질문이 왜 그렇게 힘들게 들리는지 나의 영어가 좀 고생을 한다.
중앙역에서 하차.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거리를 걷는데 sex shop, 마약파는 카페가 참 많다.
섹스박물관에 들른다. 지난 겨울 일본 벳부에서 보았던터라 별로 어색하지 않다. 벳부에서는 간판에 민속자료관이라 해놓고 그 안에는 각종 그림과 인형으로 섹스장면을 표현하고, 섹스shop도 그 안에 있었다. 이곳은 더욱 적나라하게 사진으로 표현하여 사실감을 더해준다.
인간만이 가질수있는 성의 쾌락을 이렇게까지 표현해도 되는지 혐오스럽기도 하고, 단지 밖으로 표현한것 뿐이라 생각하면 재미있게 볼수도 있다. 아직 볼곳이 남았는데 약속시간이 다 되어 헐레벌떡 내려가니 벌써 다보았는지 문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왠지 멋적은 표정들....
야리꾸리한 불빛의 홍등가로 간다. 길이 미어지도록 사람들이 많다. TC가 말한다.여기서 길을 잃으면 마늘까는 일을 하게 된다고...호호호 아니,우리의 가치가 그것뿐이 안되나???
우리의 청량리에 있는 588구역과 비슷하게 붉은조명의 진열장에 비키니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들...아주 건장한 여자도 있다. 진열장 속의 건장한 여자가 문을 열더니 문앞에 서있는 한남자를 발로 걷어찬다 우와! 실제로 매춘하는 곳은 따로 있고 이곳은 관광용이란다. 그렇다면 남자 진열장도 있어야 하지 않나? 손을 꼭잡고 가는 우리 일행의 뒷모습을 보고 혼자 실실 웃는다. | | | | 10월6일 일요일(여행 아홉번째날) | | | | 아침에 일어나 창문 커튼을 열어젖히던 친구가 나를 부른다. 야, 이렇게 이쁠수가! 어제밤에 도착하여 널직한 객실에 감동하며 잠이 들었는데 발코니에서 이렇게 예쁜 전원을 바라볼수 있다니.... 탁 트인 푸른초원, 풀 뜯는 양들, 왼쪽으로 주택들과 운하, 초원으로 둘러싸인 예쁜집, 미루나무 길.....간밤에 비가 온듯 습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셔터를 눌러본다.
오늘 마지막 여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내관광을 하는거다. 큰가방을 호텔 짐창고에 맡겨놓고 로비에서 서성거리는데 친구가 부른다. 카운터 옆 진열스탠드에서 카드를 뽑아 보여준다. book mark(책 갈피)인데 요 작은카드에 여행정보가 들어있다. 1개를 뽑아보니 MUSEUM이라 써있고 글씨 아래에 박물관 사진과 박물관 이름이 있다.그 뒷면에 지도와 박물관 설명이 있고 개폐시간과 주소와 전화번호 인터넷 주소가 들어있다. 아이디어가 좋아서 몇장을 뽑았다. 내 친구와 다니면 서로의 단점이 보완되어 참 좋다. 난 덜렁거리는 성격이라 큰것들은 잘 본다. 친구는 섬세하여 작은것에서 곧잘 진주를 낚아올린다.
호텔앞 버스정거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15분정도 여유가 있다. 예쁜마을 가운데로 미루나무길이 쭉 뻗어있다. 찬바람이 씽씽 부는데도 고삐풀린 망아지 마냥 즐거워하며 예쁜길을 걷는다. 동네 사람들이 간편한 차림으로 조깅을 한다. 자전거로 달려가면 저 끝에 무엇이 있을까? 여행이 끝나고 이틀 지난뒤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꿈을 꾸었는데 그 길을 자전거로 달려가니 그 끝에서 오른쪽으로 굽어지는데 왼쪽으로 호수가 나타나더라나!!!
시내에서 내려 다이아몬드 하우스로 간다. 여기가는 목적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배삯을 대폭 할인받기 위해서다. 30분 동안 한국인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말로만 듣던 물방울 다이어몬드까지 구경. 보트를 타기 위하여 운하옆의 추색이 완연한 공원길을 걷는데 바바리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내 눈길을 잡는다. 참 멋지다.
Canal Cruise(운하 탐방). 암스텔담은 중앙역을 중심으로 운하가 부채살 모양으로 연결되어 배를 타고 시내구경을 하는거다. 이태리의 베네치아와 비슷. 다이아몬드 하우스에서 나누어준 암스텔담 지도를 펴놓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지도위에 뱃길을 그려간다. 운하에 있는 수상가옥들, 운하주변의 집들이 참 예쁘다. 길가로 나있는 건물의 꼭대기에 고리가 걸려있다. 건물폭이 좁아 이사할때 도르래를 고리에 걸어 이사짐을 옮긴단다. 개폐식 다리도 예쁘고...
서둘러 빈센트 반 고흐 박물관으로 간다. 암스텔담에서는 고흐 박물관만 보아도 본전을 뽑는다 했는데... 마음이 급하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보아야할지...스낵 코너에서 빵과 쥬스로 점심을 때우고 일어섰다. 전시실 초입은 언제나 그렇듯 줄서서 보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혼잡하다. 초입을 생략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보기 시작한다. 네델란드 시절, 파리 시절, 아를 시절, 생 레미 시절, 오베르 쉬르 와즈 시절로 나뉘어 전시되어 있는데 역시 연륜이 쌓일수록 그림에 깊은 맛이 있다. 죽죽 나아가며 보다가 느낌이 오는 그림앞에서는 설명을 읽어본다. 고흐는 해바라기 그림을 모두 5점 그렸는데 배경을 노란색으로 한 작품 3점, 푸른색을 쓴 작품은 2점을 남겼단다.
베르베르의 "뇌"에선가.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모두 노란색만을 써서, 그런 작품을 남길수 있는지 감탄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아까 멋쟁이 이선생님이 고흐의 핑크색 복숭아밭을 말씀하셨기에 복숭아꽃 만발한 작품앞에 머물러 본다. 고흐의 자화상이 여럿 있는데 특히 얼굴에 푸른색이 들어간것이 끌린다. 사람들이 오래 머물러 있는 곳이 있다.전원풍경에 저녁노을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 나도 그 앞에 오래 있어본다.
전에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를 8주간 배운적이 있다. EBS방송에서 청소년 미술감상을 맡아하는 이주헌 선생님으로 부터. 슬라이드로 한장 한장 설명하다가 마지막 사진을 보게 되었다. 모나리자 작품을 앞에 두고 바닥에 책상다리하고 앉아있는 부자의 뒷모습을. 방학이 되면 가족을 이끌고 각 지역 박물관 순례를 한단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천방지축 뛰어다녀 사람들로 부터 눈총을 많이 받았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서부터는 좀 진지하게 바라볼줄 알게 되더란다. 이제는 보다가 느낌이 좋은 그림을 만나면 바닥에 책상다리하고 앉아 말없이 오랜시간 감상하다가 아들과 그 그림을 앞에 두고 서로의 느낌을 얘기한단다.
얼마나 부럽게 들리던지....새삼 전시장을 빙둘러본다.중앙에 둥근 벤치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간다. 한쪽은 study area print room이다. 고흐에 관한 두꺼운 책자를 펼쳐본다. 컴퓨터도 두드려본다. 영어판을 눌러 목차를 빨리 빨리 흩어보다가 한곳을 눌러보니 그림과 함께 설명이 나오는데 아~시간이 원수로다. 3층으로 올라간다. 여기는 여러화가들의 작품이 걸려있다.
대충대충 보면서 다시 일층으로 가서 아까 느낌이 좋았던 작품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내려온다. 약속장소에 오니 아직 시간이 남아서인가 몇명이 안보인다. 서점으로 서둘러간다. 고흐 그림엽서를 고른다. 12장에 6 EURO. 표구해서 벽에 걸어놓고 진진 고흐와 얘기하리라. 뿌듯한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오니 어째 일행들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아직 10분이 남았는데, 내 친구가 마지막으로 나타났다.
비행기를 탈려면 빨리 서둘러야 한단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와서 짐을 찾아가지고 다시 공항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큰 가방들을 버스에 싣느라고 TC와 가이드가 애를 쓴다. 에그, 도와줘야 하는건데... 먼저 올라탄것이 아주 미안해진다. 길이 구불구불한지 중심이 이쪽저쪽으로 쏠릴때마다 세군데로 몰아넣은 가방들이 움직여서 TC와 가이드, 친구가 지키고 있고...
공항도착. 서둘러 가방을 끌고 안으로 들어간다. 짐을 부치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야. 긴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일행중 맨 뒤에 있던 우리가 먼저 수속이 끝났는데 앞의 몇사람에게 문제가 생겼다. 오버부킹되어 자리 예약이 안되었단다. TC의 얼굴이 굳어진다. 수속이 된 사람은 우선 입국심사를 거쳐 들어가란다. 가이드와 작별인사도 못한채 서둘러 입국심사장으로 간다.여기도 복잡하다. 그중 조금 짧은줄에 서있다가 간판을 보니 only EU. 에그 그러고 보니 이 줄엔 동양인이 없다. 다시 긴 줄 뒤에 선다. 심사가 끝나고 해당 gate를 찾아가는데 돌아갈때 살려고 찜해 두었던 가게도 그냥 스쳐지나간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결국 TC와 두사람이 자리가 없어 남게 되었다.
기내에 들어갔지만 이륙할때까지 창밖 공항청사를 응시한다. 남겨진 TC와 두사람이 내 뒤통수를 땡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 창밖은 점점 어두어지고 있는데 와인잔을 기울이며 내가 왜 울고 있는지....왜 가슴이 시리도록 애린지.... | | | | 10월7일 월요일(여행 마지막날) | | | | 아침 9시 50분 인천 국제공항 도착. 뒤에 나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다가 앞서 나간 일행들을 놓쳐버렸다. 열흘간 함께 감동을 공유할수 있었던 복많은 우리 복순이팀. 특히 "엘리자베스 1세 여왕"님께 작별인사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데...
먼저 온 일행들과 함께 남겨진 세사람의 짐까지 챙기는데 그중의 하나가 또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다. 네델란드 항공인 KLM - 이래도 되는거야? 분실 신고를 하고 두 사람의 짐까지 맡겨놓고 나니 남은 사람은 5명. 밤마다 야경보러 끈질기게 다녔던 밤마실꾼들. 공항 찻집에 다시 둘러앉아 시원한 녹차를 마시며 또다시 뭉치기를 기원한다.
여행기를 끝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가슴 가득 채워진 감동이 조금씩 조금씩 생활에 윤기를 주는것 같아요. 요즘 고자우 호수를 가슴에 품고 산답니다. 말없이 저만큼 떨어져서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호숫가를 걷다가 얼굴을 스치며 떨어지는 낙엽을 주워들었는데 갑자기 따끈한 카푸치노가 생각나네요.
열흘간 만족스런 여행을 할수 있도록 뒤에서 말없이 지켜주고 밤마다 멍석을 깔아놓고 우리가 놀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TC 마경찬 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때 그때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느라 때로는 지루한 문장이 되었을텐데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읽어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2년 10월 21일 촉촉히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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