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일산에 사시는 정인숙님이 보내 주셨습니다. 정인숙님은 2004년1월13일부터 1월19일까지 7일간 테마세이투어와 함께 앙코르/하롱베이 여행을 다녀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1월 13일부터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다녀왔다. 1월 19일 아침 도착예정. 내일 모레면 방학에 들어가는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뿐, 감히 추진을 못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유인화 선생님과 문화유적답사 전문 여행사인 테마세이 투어로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1월 분은 다 마감되었다고 한다. 실망감... 모든 일은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을 방학하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전화하니 비행기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느냐? 그런데, 다시 전화가 왔단다. 1월 2일까지 기다려 보라고... 1월 3일에 전화가 왔다. 13일자로 떠날 수 있다고. 급조된 팀으로 구성되어 13명은 티켓이 구해졌고 3명이 waiting 중 이라고 한다. 그것도 우리 것은 4번의 항공권 중에서 3개만 구해졌다고 한다. 무조건 9일날 여권을 들고 서울의 여행사로 찾아갔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는 TC 강희옥씨를 만나니 만사형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렇게 우당탕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두드려라, 구할 것이요.’ 성현의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 | | | 1월13일-캄보디아로 | | | | 그동안 포근하던 날씨가 전날부터 눈, 비가 뿌린다. 고봉산에 오를 때면 날씨가 가물어서 먼지가 퍽퍽 일어난다고 불평하던 마음이 싹 바뀌었다. 하필이면 눈이 오냐? 제발 얼지만 말아라. 새벽에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니 길이 반짝거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공항까지 어떻게 간다냐? 남편이 차안의 짐을 치우고 묵묵히 준비를 한다. 송선생이 도착하고 유선생이 도착하여 인천공항으로 출발. 7시 40분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이 모여있다. 모두 13명. 가족일행 5명, 동료직원 2명, 신혼부부 2명, 나홀로 1명(나랑 한방을 사용할 예정인데, 인상이 무겁다), 그리고 우리 셋. 내 짐은 부치고 송선생과 유선생은 짐을 들고 탄다고 한다. 아뿔싸! 검색대에서 송선생 가방에 든 커터 칼이 압수당했다. 캄보디아에서 학교 방문할 때 아이들용으로 준비한 것인데... 아까워라. 면세점에 들어갔다. 화장품점에서 송선생이 이리 저리 면밀하게 가격 비교해가면서 좋은 제품을 고르는 폼이 쇼핑의 전문가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어떤 아저씨는 메모지를 내보이며 구입하다가 핸드폰으로 싸모님에게 문의를 해가며 구입한다. 애처가신지 경처가신지...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애쓰시는군요. 나도 값비싼 SK-Ⅱ에센스를 구입했다. 언제나 매끄러운 피부를 가져보려나? 비행기(베트남 항공)에 오르니 승무원들 표정이 밝지가 않다. 10년 전에 베트남 항공 탔을 때 무척이나 친절하여 인상적이었는데, 10년의 세월이 격세지감이었나보다. 와인 한잔에 점심을 먹고 눈을 부치려하니 뒷좌석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벌써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신다. 기분이 들떠서 떠들썩한 것이 시장바닥이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송선생이 준비해온 오숙희의 ‘부부! 살어! 말어’를 펼쳐든다. 대화가 부족한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해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comment해주고 있다. 감정표현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남편생각이 나서 단숨에 넘어간다. 나 또한, 공항까지 태워다주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와서 미안해진다. 이렇게 부족한 사람 둘이 모여 한 가정을 이루나보다. 10시 40분경에 이륙하여 2시 30분경 착륙. 베트남은 2시간 늦으니 오늘은 26시간이다.호치민시 탄손누트 공항이다. 10년 전에는 이천의 버스터미널 수준이었는데, 새 공항청사를 지어 말끔해졌다. 수속이 늦어지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저쪽에서 입국수속을 기다리는 줄이 1시간이 지나도 줄지를 않는다. 우리는 캄보디아행을 갈아 타야한다. 캄보디아항공은 급행료를 무는 한국인들에게는 빨리 빨리 수속을 해준다고 한다. 그런 관행은 없애야 한다고 강희옥씨가 단호하게 말하며 기다리자고 한다. 공항에서 4시간을 대기하여 시엠립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 타야한다. 두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바로 연결되는 비행기를 탈 수있다니 감수해야지... 또 다시 면세점이다. 유선생이 아이들 준다고 우표책을 고른다. 화장품점에서 화장품 구경하고...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화장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취해가겠다. 지루함을 견디다 못한 유선생이 발마사지하는 곳을 찾아내고는 들어가자고 한다. 30분에 12불. 유선생과 송선생이 들어가고 나는 책을 마저 읽고 있다. 30분이 채 안되어서 나오는 두 얼굴이 밝지가 않다. 대충 주무르다가 끝냈다나.. 그래도 시간은 채워줘야지, 공항인데 신용이 있지... 화장실에 가려니 계속 문 닫아 걸고 청소중이다. 아니? 어디로 가라고? 뒤쪽에 또 하나의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뛴다. 비행기 탑승에 우리 팀이 꼴찌. 사고뭉치팀의 시작이다. 탈 사람들이 다 타면 이륙이란다. 6시 30분 이륙. 앙코르 유적이 잠들고 있는 시엠립까지는 50분간 비행이다. 샌드위치를 주길래 덥썩 물었더니 우와! 짜다. 햄을 빼고 먹었다. 시엠립 도착. 역시 수속이 늦어진다. 기다리는 동안, 송선생은 어느 틈에 우리 일행들과 인터뷰를 대충 마쳤다. 서로들 궁금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 한국사람들 심성 아니던가? 덕택에 이 사람 저 사람과 다시 인사를 나눈다. 급행료를 지불 안한 탓인지 가장 늦게 공항을 나오니 현지 여행사의 가이드와 캄보디아인 로컬 가이드가 반갑게 맞아준다. 3일 동안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안내해 줄 사람들이다. 한국인 가이드는 인상이 차분하고 진지해 보인다. 이름이 행인 로컬 가이드는 온화한 인상의 나이드신(나중에 알아보니 40세) 분이다. 시간은 8시 30분을 지나고 주변은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간간이 불빛 사이로 굵은 느티나무 고목같은 나무들이 보인다. 가이드가 시엠립에 관한 퀴즈를 내기 시작한다. 대답하는 사람이라고는 사고뭉치 우리 셋. 캄보디아 세 번째의 도시로 인구 12만. GNP 230여불. 한해에 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단다. 작년에 프랑스, 일본, ... , 한국 순으로 이곳을 찾아왔단다. 이곳의 세종대왕격인 자야 바르만 7세를 기념한 자야바르만 7세 소아병원을 소개해준다. 영유아 사망률이 10%에 해당하는 열악한 수준에 평균 수명이 50세라고 한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간다. 'Diamond Restaurant' - 입구에는 Bar가 있어 서양인 몇몇이 즐기고 있다. 준비된 음식은 중국식. 가지볶음, 닭고기, 돼지고기, 야채볶음. 스프등등.- 음, 맛있다. 감정표현을 잘하는 송선생은 맛있다고 연신 감탄하고 미식가인 유선생은 재료분석에 맛 분석에 여념이 없다. 캄보디아에서는 음식을 기대치 않고 왔는데 웬걸 며칠동안 자알 먹을 예감이다. 시간은 9시 반을 넘어가고 있다. 호텔에서 체크인만 하고 밤마실을 즐기실 분은 나오란다. 전원 다 참석. 호텔 앞에 툭툭이(오토바이 뒤에 2인승 탈 것 붙임)가 대령이다. 야호! 툭툭이를 타고 시엠립의 밤거리를 누비는 거란다. 전날 눈에 익혀두라는 배려겠지. 전기사정으로 거리는 어둡다.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 곳곳에서 몇몇이 모여 음식을 먹다가 지나가는 우리를 쳐다본다. 까맣고 작고 남루한 사람들...저들은 수없는 죽음의 공포를 겪은 이들이리라. 75년부터 79년 사이에 700만 인구 중 미군에 의해 80만이 죽고 크메르 루즈의 소개정책으로 200만이 넘게 죽어 현재는 어린이가 50%를 차지한다는 나라. 20분간 시내를 돌고 호텔로 돌아왔다.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있다. Century Hotel. 이 호텔이 시엠립에서 두 번째로 좋은 호텔이란다. 대부분의 한국팀은 여기보다는 급이 낮은 호텔을 사용한다고. 아하! 그래서 같이 탑승한 그 많은 한국인들이 보이지가 않는구나. 호텔 입구에서부터 정중하고 따뜻하게 인사하는 캄보디아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고 정겹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답사가 이루어지리라. 세계 최대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음에도 끊임없는 외전과 내란에 휩쓸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캄보디아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다가올까?
| | | | 1월14일 -석양은 정글 너머로 지고 | | 6시 반 wakeup call에 일어나다. 어디선가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간밤, 꿈 한자락 기억 못하고 푹 잤더니 몸이 개운하다. 1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쌀 국수 국물냄새가 구수하다. 말로만 듣던 명성 그대로 쌀 국수 맛에 흠뻑 빠져든다. 야채도 잔뜩 가져다 먹고 빵도 맛있고 요플레도 맛이 그만이다. 물론, 과일도 빼 놓을 수가 없지요. 송샘은 벌써 두 그릇째 쌀국수를 먹으면서 ‘맛있다, 맛있다’의 연발이다. 식당 바깥으로 야외식당이 연결되고 수영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내일부터 나가서 먹자!’ 셋의 의견 일치. 드디어 답사 시작이다. 오늘은 초기 유적군을 답사한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이 프레야코 사원. 우리 이외에는 일행이 없다. 무너진 사원 벽과 한쪽에서는 한창 복원에 열중하고 있다. 9세기 정도에 만들어진 사원인데 부조가 손상이 심하다. 안쪽의 산스크리트어도 희미하다. 앙코르의 모든 사원은 동쪽으로 문이 나 있고 동쪽으로 향해있다고 한다. 동쪽이 생성, 창조의 의미가 있어 그렇단다. 작은 사원이지만, 아침 일찍 찾아서 그런지 고요함에 잠겨있다. 무너진 돌무더기에 앉아있으니 평안함이 온몸에 감겨온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보다. 인화샘도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환호한다. 아이들이 애잔한 눈빛을 띄며 쫓아온다. 캄보디아는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서 수업을 하기에 아이들이 이렇게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장사를 한다고 한다.‘Two for one dollar, Three for one dollar' 하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바콩 사원으로 향한다. 본격적으로 앙코르 문명이 시작하기 전, 인드라 바르만1세와 자야 바르만 2세에 의해 세워진 초기 사원군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천년 전, 또 다른 문명을 일구며 번성했던 흔적을 살펴본다. 입구에는 나가라는 머리가 아홉 개인 뱀이 길게 조각되어있고 사원 앞에는 사자가 궁둥이를 내밀고 앉아있다. 사원 이층으로 올라가니 코끼리가 사방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짐을 날랐던 끈까지 조각이 되어있다. 거대함과 섬세함이 어우러졌다고나 할까? 돌을 쌓아 올린 이러한 사원들은 일종의 무덤으로 쓰여졌다는 설명이다. 그들의 장례는 야수장. 짐승들이 뜯어먹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했단다. 도대체 이 돌들은 다 어디서 끌어왔는가? 1860년대에 앙리 무어가 처음 정글로 뒤덮인 사원군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희열감에 떨었을까? 높다란(? 평원에 축대를 쌓아올린 형태) 바콩사원에 올라가니 앞이 툭 트여있다. 높은 곳 그늘진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서양인 노인이 평온함을 더해준다. 프레야코에서도 앉아서 책을 보시더니....입구 왼쪽으로는 간이학교, 오른쪽으로는 현대의 불교사원이다. 아이들이 수업중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디에? 선생님은 없고 잘하는 학생이 가르치는 간이 학교란다. 칠판 가득히 글씨를 잘 써놓았다. 아이들은 떠들며 우리를 쳐다보고....야자를 음료수 대용으로 먹었다. 인공음료나 맛있는 과일에 익숙한 입맛에 잘 안 맞는 들척지근한 맛이다. 돌아오는 길에 도매시장 ‘싸르’에 들렀다. 이곳에서는 농약이나, 비닐 하우스 재배가 없는 천연 그대로 길러진단다. 옛날 식의 동그란 멍석에 온갖 곡식이며 야채, 과일들이 즐비하다. 토마토, 오이, 가지, 고구마, 양파, 바나나 등의 크기가 유난히 작다. 유기농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못생긴 그대로이다. 열대과일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생선과 육고기를 더운 날임에도 노상에서 그대로 판다. 현대의 문명과 많이 뒤 처진 그들의 모습. 그러나, 순박한 웃음과 눈짓으로 설명해주며 행복해한다. 이곳에서는 천년동안 삶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을까? 교통신호도 없고 차선도 없는 혼잡한 길을 빠져나와 식당으로 향한다.‘챠오프라야’라는 태국식 식당. 철판구이가 일품이다. 쌀국수를 또 먹는다.‘호텔 쌀국수가 더 맛있군’하면서... 호텔로 향한다. 일종의 씨에스타. 파란 하늘 아래 수영장에서 30분간 수영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다시 오후 답사가 시작이다. 아! 개운함. 이곳 사람들은 5시부터 하루를 시작하여 점심에 한 두시간 쉬고 다시 일을 한다고 한다. 우기에는 매일 스콜성 폭우가 2, 3시경에 내린다고. 1시간 여를 달려 반테이 스레이 사원으로 향한다. 차안에서 가이드는 캄보디아의 10세기경의 역사와 힌두교 신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잠은 밀려오는데.... ‘라마야나’이야기를 듣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원숭이들과의 전쟁이 벌어졌다니 이야기가 연결이 안 된다. 출발 전에 해설집을 읽긴 하였지만, 낯선 힌두교 신화는 이름부터가 어렵다. 인화샘은 가이드가 불쌍해서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반테이 스레이 사원은 10세기경에 세워진 작은 사원이지만, 힌두교의 신화가 정교하게 부조된 사원이다. 붉은 흙먼지가 날린다. 홍토로 힘을 바치고 화강암에 부조를 세밀하게 새겨 넣었다. 악마 라바나는 시바 신의 관심을 끌어 더 높은 능력을 받고자 시바 신이 살고 있는 카일라사 산을 뽑아 들어 던지려고 한다. 그 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공포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원숭이 하누만도 보인다. 뒤쪽에도 신화가 연결되어 있다. 코끼리 전차부대도 보이고 역동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머리 아픈 힌두 신화를 들으며 부조가 의미하는 이야기들을 이해하려 애쓴다. 돌아오는 길에 현지인 마을에 들렀다.  어디선가 뛰어오는 수많은 아이들. 아이들에 둘러싸여 오도가도 못하는 형상이다. 이 집은 중산층인지 낡은 TV가 놓여있다. 송샘이 저쪽 구석에서 아이의 책을 들쳐본다. 여행 내내 아이들 불쌍하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그 집 앞에서 팝나무에서 채취한 액으로 사탕과자를 만들고 있다. 고로쇠액을 채취하듯, 밤사이 채취하여 큰 솥에 넣고 끓이며 응고시킨다. TC가 몇 개를 사서 맛을 보게 했다. 천연 사탕이군... 프놈바켕이다. 60여 미터를 올라가면 사원이 있고 거기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거란다. 정상에 오르니 수많은 외국인과 한국인들로 자리 잡기가 힘들다. 해가 점점 내려앉는다. 정글 가까이에 구름이 끼여 모두가 아쉬워한다. 한적하게 한바퀴 도니 사방이 밀림이다. 사원꼭대기만 어스름이 보인다. 6시가 되면 완전히 어두워진다니 서두르자. 사원 부조에 허리가 잘록한 요정들이 캉캉 춤을 추는데 이들이 압살라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즈들도 이 모습이던데... 압살라 춤을 감상하면서 저녁을 먹는다. 외국인 전용식당으로 사람들로 만원이다. 손동작, 몸동작이 어우러져서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옵니버스 형식인데, 동서양의 영원한 주제인 남녀상열지사, 짝짓기가 여기 무용에서도 주제로 나오는구나. 배는 부르고 구경 잘하고 이제는 숙소로 향한다. 쉴 분만 쉬시고 cafe에 가서 한잔씩 하자고 TC가 유혹한다. 우리는 무조건 '고' 다. 서양인이 주인이라는 'Dead Fish' . 행이 어느 틈에 부탁을 하여 ‘아리랑’과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연주중이다. 이층에 자리잡고 각자 자기 소개를 한다. 송샘이 끝나고 내 차례. 일어나야 하는데 신발이 어디있지? 인화샘 왈, ‘언니! 신발 벗고 들어왔잖아!’ ‘푸하하하~’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안구 건조증은 더 심해져서 웃다가 울다가 정상이 아니다. 호텔로 돌아오니 10시. 조용히 누울 우리가 아니다. 체력이 약한 인화샘은 힘들어하는데, 송샘과 나는 힘이 넘친다. 수영장으로 사우나장으로... 사우나장은 남녀혼탕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설마 누가 오겠어. 전용 팬츠와 타올로 두르고 탕에 들어가다가 받침대가 없는 걸 인식 못하고 ‘쿠당탕!’. ‘아이고~’. 낄낄 깔깔대는데 웬 인기척. 습식 사우나탕에 들어서니 뿌연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걸쭉한 목소리, ‘들어오세요! 풀장 의자에 길게 누우니 송샘이 과학선생님인지라 금방 오리온자리를 찾아낸다. 별자리를 세어가며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밤하늘로 퍼져간다.
| | | | 1월15일 -세월의 흔적은 스펑나무 뿌리를 타고 | | | 7시 30분부터 타프롬 사원으로 향했다. 12세기부터 13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대의 왕국인 앙코르 왕국을 건설하였던 자야 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바쳤던 타프롬 사원. 상쾌한 아침 공기에 휘감긴 채 고요히 잠들어 있는 사원이다. 열대의 스펑나무가 사원을 감싸고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복원 전의 앙코르 사원들이 밀림의 무성한 나무들 속에 이처럼 감겨있는 것을 불로 태워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하였다 한다. 이 사원은 나무가 감싸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라고. 사원 가운데의 통로(참배로)를 걷는다. 이 평온함.... 천년 전 승려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 하다. 깊숙이 미로처럼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 자칫 길을 잃을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게 만들어 허리를 굽혀야 한다. 한나절 이곳에 앉아서 승려들의 생활을 담은 책을 읽고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앙코르 톰(위대한 앙코르)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의 옛 수도가 동서남북의 문이 있듯이 이곳에도 다섯 개의 문과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때는 1백 만명의 인구가 살던 도시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사원은 바이욘 사원, 바푸온 사원 그리고 왕궁과 코끼리 테라스. 바이욘 사원으로 들어간다. 불교도인 자야바르만 7세가 12세기 말에 건립한 불교사원이다. 입구의 부조에 참파족(베트남)과의 싸움과 생활상이 담겨있다. 아이를 한 손으로 안은 모습, 머리에 이를 잡는 모습, 애기 낳는 광경 등이 새겨져 있다. 백성을 대하기를 어렵게 하면 나라가 흥한다고 하더니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일본이 도서관(제사준비용)을 복원하여 한때 일본 가이드들이 제일 먼저 데려가서 일본의 기술을 자랑했단다. 그 도서관이 지금은 기울어져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가운데 참배로를 통해 커다란 조각상이 사방으로 보인다. 부처의 모습을 띤 자야 바르만 7세의 얼굴이다. 현세와 내세에서의 영광을 길이 보존하기 위하여 지은 사원-이제는 8백년의 세월 저 너머에서 찾아내야 하고 가난하고 천진한 아이들만이 남아있다. 송샘이 아이들을어루만지며 이야기를 나눈다. 목조로 세워졌었다는 왕궁은 터만 남아있고 피메나카스 사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침에는 서늘하더니 태양이 작렬한다. 코끼리 테라스(코끼리를 조각해 놓은 연단, 350m)에 다가갔을 때, 그 빛에 못 이겨 얼른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떴다. 네잎 클로버를 찾으라는 가이드의 말에 모범학생인 인화샘이 찾고 있다.“전부 네잎 클로버야!” 이곳은 세잎이 희귀종이란다.그럼 여기서는 네잎이 행복, 세잎이 행운을 뜻할까? 현지식당인 톤레삽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곳은 스끼야끼가 일품이다. 야채와 고기류를 고르면 쌀국수와 함께 조리를 해준다. 송샘은 여전히 두 그릇째 비우고 있다. 후식으로 TC가 쏜 수박쥬스가 시원하면서 달콤한 맛으로 열기를 식혀준다.
호텔에서 잠시 쉬고 앙코르 왓트로 향하기 위해 모였다. 아니? 송샘 의상이... 원피스 차림으로 나온 것이다. 70도 각도로 기어올라가니 다시 입고 오라고 한다.“좋은데요. 뭘~”새신랑 목소리. 응큼해라.... 그리하여 우리 팀은 또 꼴찌로 승차. 그동안 몇 번이고 지나친 낯익은 해자(사원앞의 인공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들었지만, 입구에서부터 거대함, 섬세함, 균형미에 압도당한다. 저 멀리 본 건물의 하중이 입구에까지 탄탄히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자야바르만 7세 이전의 수리야바르만 2세가 1100경에 건립하였다는데, 이 거대한 돌들은 톤레삽 호수 건너편에서 배로 실어와 코끼리를 이용하여 운반하였다고. 동, 서, 남, 북으로 회랑마다 부조가 가득이다. 챰족(베트남), 샴족(태국)과의 전투장면이 실감나게 묘사되어있고 힌두신화 - 그 머리 아픈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가 이야기 형식으로 새겨져있다. 회랑 한구석에서 구걸하는 할머니가 계시다. 그냥 지나칠 뻔하였는데, 가이드가 세상에나서 이보다 더 불쌍한 분은 만나지 못했다고 하면서 1불을 적선한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돈주지 말라고 하시던 분이 어찌? 아무튼, 우리도 따라서 적선한다. 기구한 이야기 - 미국과 크메르 루즈군들이 사방으로 묻어놓은 지뢰를 한발로 밟았단다. 순간, 발목이 날아가면서 다른 발을 짚었는데 또.... 그리고 넘어지셨는데 이번에는 두 팔이 잘렸다고. 고단한 삶을 이끌어온 행색과는 달리 얼굴은 밝은 표정이다. 삶은 질긴 동아줄이라고 하지만, 내가 그런 경우라도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화려하고 웅장한 유적과 빈곤한 현세의 삶... 1시간 내내 한쪽 회랑만을 돌았을 뿐이다. 저 높은 곳까지 깎아낸 부조들을 보며 내내 신비감에 휩싸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가면 이런 느낌이라던데....천년 전 사원을 건립한 사람들은 기쁨에 충만하여 작업을 하였을까? 장인들의 영혼이 깃들은 하나 하나의새김들. 수리야바르만이 작고하자 모두 도구를 내버리고 집으로 가버렸다는 이야기....2층, 3층을 거쳐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한다. 인화샘은 벌써 얼굴이 노래져있다. 그래도 신발 벗고 아예 양말까지 벗어 젖힌다. 아! 한국인의 강인함이여.... 까마득한 돌계단을 기어오르니 온몸이 후들거린다. 중앙 참배로가 십자로 놓여있다. 걸어가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전생에 승려나 혹시 공주? 사방으로 확 트인 창이 나있다. 내어다보면 그저 밀림뿐이다. 자유로이 여행을 떠나는 서양인들은 창턱마다 앉아서 상념에 잠겨있다. 우기에 여기에 앉아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맛은 어떨까? 어두워온다.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떠나야지... 저녁식사는 진짜 현지인 식당인 샥스핀 하우스에서다. 땀 흘리며 캄보디아식을 먹어보란다. 소고기가 맛있다. 스끼야끼가 나온다. 송샘은 또 두 그릇이다. 졌다...... 밤에는 과일가게에서 각자 열대 과일을 산후에 cafe에 모여 맥주 안주 삼아 먹는다. 어딜가나 풍성한 먹을거리... 덕택에 굶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앙코르 왓트의 감흥을 새기기도 전에 아쉬운 하루가 지나간다. 사우나장? 물론 또 이용했지요. 이번에는 관리인 아저씨가 들어와서 함부로 문열고 들어와서 점검합디다. | |
| | 1월16일- 닉펜에서 펭을 만나다. | | | 컴컴한 새벽이다. 5시에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왓트로 향한다. 해뜨는 앙코르 왓트를 보기위해서다. 새벽공기가 상큼하다. 툭툭이는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몸이 흔들거린다.전등을 비쳐가며 앙코르 왓트에 들어선다. 엊저녁의 모습과는 달리 어둠 속에서 윤곽만드러내고 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도서관 건물에 자리를 잡는다. 서서히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다들 숙연히 전면의 앙코르 왓트 본 건물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적막한 가운데 펼쳐지는 이 신비감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휘감긴 채.... “앗, 별똥별이다.” 어두운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져 지평선 멀리로 떨어져 내린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천년을 변함 없이 저 모습대로 새벽을 열었으리라.... 서양인 한 쌍이 나란히 걸어오더니 우리가 앉은 건물 바로 앞에서 한 몸이 되어 잔디 위에 눕는다. 남사스러워라.... 밝아오는 앙코르 왓트와 자연스레 한 컷의 그림이 된다. 인화샘은 저쪽 오솔길로 걸어간다. 못가로 걸어가서 바라다보니 희미한 여명아래 선명히 모습을 보인다. 천년 전, 저 위대함을 일군 장인들의 수고로움에 옷깃을 여미며 감사를 드리고 이 나라의 평화와 복을 빌어본다. 서울의 5배 넓이에 해당된다는 톤레삽 호수로 향하다. 가난한 수상촌 마을이 펼쳐져 있다. 같은 하늘아래 이렇게 빈한한 사람들이 살고있구나.... 빈곤에 찌들린 사람들.... 수상촌의 한 학교에 들렀다. 19명이 수학수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을 맞는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밝은 표정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와 대화를 나누려한다. 놀라운 영어실력... 사교육이라고는 전혀 없이 공부한 아이들과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눈다. 영어 textbook을 살펴보니 미국이나 영국에서 사용하는 workbook(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이다. 어설프게 제작하여 대화하기 어렵게 한 우리의 교과서 생각이 난다. 교실한칸인 입구에 한국의 모 목사님이 기증한 학교라고 푯말이 세워져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실천하는 사랑을 펼치시는 그 분께 감사를 드린다. 톤레삽 호수는 마치 바다와 같다. 앙코르 제국이 멸망할 때, 이 호수너머로 아우성을 치며 피난했을 당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이 눈에 스친다. 융성했던 제국이 멸망하여 살길을 찾아 백 만 명이 아수라장이 되어 순식간에 사라지고 밀림 속에 버려진 도시... 재래시장 ‘싸짜’에서 물건을 고르며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안목 있는 인화샘을 쫓아 아이들 선물로 코끼리가 쭉 늘어서서 코끼리 테라스의 형상을 띤 은팔찌를 구입한다. 시장 여기저기에서 다리가 잘린 사람, 발목만 잘린 사람들이 다닌다. 언제쯤이면 이 도시에 경제적 안정과 유적보존이 잘되어 활기차고 평화로운 모습이 넘쳐날까? 바라건데, 천박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띠지 않는 순박하면서도 안정의 문화유적도시가 되기를.... 점심을 먹으러 ‘평양랭면'집으로 향한다. 길가에서 결혼식이 벌어지는 풍경. 놓칠 리가 없지... 신랑, 신부가 가운데 서있고 양쪽으로 들러리들이 각 4명씩이다. 송샘이 잽싸게 앞으로가 축하의 말을 전하며 악수를 청한다. 모두들 어이없어하며 깔깔대다가 합세를 한다. 송샘에게는 어떤 남자가 다가와 음식 드시고 가시라고까지..... 따뜻한 눈빛에 훈훈한 인심이다.북녘의 응원단 모습의 그 아가씨들이다. 고음의 고운 목소리로 ‘나의 살던 고향은’ ‘휘파람’등을 불러준다. 통통하고 동그스런 전형적인 한국의 미인형이다. ‘맞아, 우리의 미인상은 이랬어’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말기 사원군이 남아있다. 닉펜, 프레아칸 사원. ‘어쩌나!’ 들어가려 하니 목에 걸려있어야 할 ID카드가 없다. 큰 가방을 뒤지려하니 TC가개의치 않고 자기 것을 걸어준다. 많이 와보았으니 안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어이구!구제불능이다. 프레아칸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아버지에게 바친 사원. 이엥나무가 높이 뻗어있고 스펑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신성한 칼’이란뜻의 사원답게 신비감과 고풍스런 기운이 몸안으로 스멀스멀 기어드는 느낌이다.. 어느 방에는 압살라들이 춤추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새겨놓았다. 바로 외국인을 접견하던 댄싱룸이라고.... 닉펜사원. 15세기 번성한 아유타야 왕조에 의해 멸망하는 앙코르제국을 대하는 기분이다. 똘똘 감은 뱀의 형상을 하고 네 개의 연못을 주변에 주고 가운데 큰 연못에 사원이 세워져있다. 지금은 건기라 사원을 둘러볼 수 있음에도 히말라야 산맥의 아나바타파 호수를 형상화하여 앙코르 제국의 기원과 영원함을 뜻한다하여 아유타야 왕조가 쳐들어와서 첫 번째 한 일이 이 사원을 부수었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을 찾아 쇠를 박아놓듯이... 오후의 나른함으로 계단에 앉아 저 앞의 사원을 쳐다본다. 가까이에 아이들 두명이 열심히 사원을 스케치하고 있다. 다가가 물어보니 큰 아이 이름이‘Pen'이라고. 손톱에 때가 잔뜩 끼여 있는 까만 손으로 스케치 공책을 넘기며 떠뜸 떠뜸 말을 한다. 장난스레 큰눈을 둥그렇게 뜨며 익살을 떤다. 송샘이 안쓰럽고 이뻐하는 마음에 눈물이 글썽해진다. 비슷한 또래의 아들들 생각에 더욱 마음이 짠한가보다. 시엠립 공항으로 향한다. 그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진지하고 성실하게 역사공부를 시켰던 가이드의 인사말에 송샘이 눈물을 흘린다. 덩달아 우리도 눈들이 벌개 진다. 캄보디아가 문명화되면 더 원시적인 곳으로 들어갈 거라는 가이드의 순한 얼굴과 행의 순박한얼굴을 뒤로하고 하노이 행 비행기에 오른다. 약삭빠르게 살아야 살아 남을 것만 같은 요즈음 세상과는 거리가 먼 저 두 사람을 어찌 할꼬라는 안타까운 마음은 우리만의 안쓰러움일까... 한 시간 여를 날아서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다. 시내로 들어오니 9시가 넘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씨클로를 타고 하노이 시내를 질주한다. 10시 가까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행렬이 떠나온 캄보디아와는 다르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활기가 넘치는 거리...하노이 거리에서 씨클로가 거의 사라져간 명물임을 깨닫고는 불편해진다. 언덕길을 오를 때 뒤에서 숨소리가 힘들어진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열심히 안내를 한다. 편치가 못하다. 시대를 따라 오토바이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Sofitel Hetel - 하노이에서 제일 높은 이 호텔에서 12시를 넘기며 야경을 내려다본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펼쳐지겠지 하면서.....
| | | | 1월17일- 귀옥에서 한 몸이 되다. | | | | 호텔 식당으로 올라가니 하노이 전경이 펼쳐진다. 늘 씩씩하고 명랑한 TC 강희옥씨는 여전히 만면에 웃음을 띄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다. 엊저녁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씨클로 부대를 지휘하면서 종횡무진 사진 찍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 그네.... 주변을환하게 하는 능력을 소유한 리더이다. 여행길에서 낯선 풍경도 인상적이지만, 사람과의만남이 더욱 소중하다. 나는 어떤 존재로 비쳐질는지.... 호치민 영묘를 관람한다. 세배 받느라고 곱게 단장하고 기다리실 거라는 가이드의 유머를 뒤로하고 한 줄로 입장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추앙 받는 민족지도자가 누가 있을까? 백범 김구...? ” 하다가 인화샘이 무섭고 근엄한 표정으로 늘어선 경비원에게 주의를 받고 찔끔한다. 나 역시 잠깐 멈추어서 들여다보다 주의를 받는다. 무서워라... 끌려가면 집에도 못 돌아가잖아...일생을 민족의 독립과 조국의 해방을 위해 바친 호치민의 집무실 역시 초라하다. 검박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사후에도 오늘의 베트남을 이끄는 지도자로 남아있다. 학교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몇 개 국어를 구사하며 독립을 위하여 전 세계로 뛰어다닌 사람... 어딜 가든 노동으로 생계유지 겸 독립자금을 대었다는 사람... 유언으로 ‘단결’이라는 어구를 남겼다지. 이런 지도자를 가진 민족답게 자긍심이 대단하다. 몇 년 내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지닌 사회 분위기다. 천년이 되었다는 한기둥 사원에서 기도를 드린다. 연못 위 기둥이 복원되면서 시멘트 기둥으로 변하였나보다. 천년 된 사원과 시멘트의 이질감이 안타깝다. 어딜 가나 시끄럽고 무례한 중국인들은 좁은 사원에서도 남을 배려할 줄을 모른다. 문묘 방문... 베트남의 최대시장이라는 동춘 시장에 간다. 좁은 시장 골목을 뒤져 참깨와 녹두버섯 등을 산다. 구정 대목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배가 싸르르 아프니 급한 대로‘W.C'를 찾아가니 칸막이만 있고 대문을 훤히 열려있다. 어떻게 하나... 다행이 한쪽 구석에 제대로 된 화장실을 발견한다. 60년대로 시간 여행온 듯하다. 하롱베이로 가는 동안 차창 밖을 내다보니 6, 70년 대식 농촌이다. 소를 몰아 논을 갈고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농촌의 수입은 월 10불 수준이라고 한다. 가족 집약식으로 일일이 손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온가족이 힘들여 일하여 장남을 일으켜 세운다고 한다. 그 와중에 딸들은 삶의 목적이 큰오빠의 학비제공에 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듣는다. 이 나라의 원동력도 딸들의 눈물어린 노동으로 일구어지겠구나... Saigon Halon Hotel에 짐을 풀기 바쁘게 수중인형극을 보러 나간다. Royal Amusement Park에서 야외공연으로 하는데 관람객은 우리 일행뿐이다. 날은 으슬으슬 추워간다. 물속과 물위를 넘나들며 인형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연출한다. 추운 날씨에 물 속에서 공연하는 이들을 생각하여 힘차게 박수를 쳐대고... 나오는 길에 귀옥(龜玉)이 보인다. 해골이 널려있는 깜깜한 굴속을 초등생 남자아이가 앞장선다. “에이, 뭐야? 시시하잖아” 하는 순간 귀신이 뒷덜미를 잡아채고는 뒤쫓아온다. “아아악!” 모두들 부둥켜안고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흐흐흐... 작은 박물관 구경을 한 뒤에 민속공연장으로 이동한다. 시끄러운 중국인들이 가득이다.민속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전통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유연한 손놀림으로 공연을 한다.동양의 춤은 야단스럽지 않고 손놀림 어깨놀림으로 이끌어가며 심금을 울리는구나.... 야외공연장 의자가 시멘트로 되어 앉아있기가 힘들다. 나무도 흔한 나라에서 나무의자로 멋스럽게 만들것이지.... 살펴보니 곳곳이 시멘트 문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을 만들어야할텐데....
| | | | 1월18일- 하롱베이에서 | | |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제치니 바다가 열려있다. 안개가 낀 뿌연 아침... 날이 개어야 할텐데... 신혼부부들 아무 일 치르지 말고 화창한 날씨를 염원하는 기도만 하라고 했건만....광고에 나오는 멋진 돛배는 어데에? 1년에 한번 기념행사에만 돛이 펼쳐진단다. 안개에 잠겨있는 바닷길을 따라 유람선은 유유히 떠간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다보면 사방천지가 기암괴석의 섬들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천궁동굴을 답사하고 나오니 비가 뿌린다. TC가 쏘는 옥수수는 어렸을 적에 먹던 자연의 맛 그대로이다. 다시 개이는 날씨... 유람선 아래층에서 소금 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밖을 내다본다. 무념무상.... 티톱섬에 내린다. 베트남 망루가 서있다. 망루에서 연락을 하면 노인들과 어린아이 있는 아녀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아지트 속으로 숨어들겠지... 그 후에 포탄이 터지고.... 애궂은 어린생명들이 잦아들고.... 전망대에 천천히 오르며 전경을 감상한다. 저 멀리 쪽배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바다 같지 않은 초록빛의 잔잔한 물결.... 이 나라는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구나. 선상에 올라 싱싱한 새우와 게, 오징어 튀김으로 만끽한다. 새우와 게를 몹시 좋아하는 아들 생각이 난다. 맛있는 식사를 대하면 1주일동안 똑같은 반찬으로 식사할 식구들 생각에 잠시 머뭇거려진다. ‘나 없어도 잘 지내겠지’ 스스로 위로하며 새우를 열심히 발려 먹는다. 쪽배로 갈아탄다. TC가 수영복 준비하라고 하지만, 이미 TC의 농담에 익숙한 우리 일행은 아무도 준비를 안 한다. 바항 동굴을 들어가려고 했지만, 물이 빠져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단다. 천연의 섬으로 둘러싸여 백사장이 펼쳐진 호수처럼 보이는 신비한 곳이라는데... 빗발이 굵어진다. 비에 젖은 몰골이 'Boat People'과 똑같다고 깔깔댄다. 'Boat People'이 달리 있더냐... 이왕에 탄 쪽배로 주위를 한바퀴 돌며 절경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언제 또 볼 수 있으랴.... 하노이로 돌아오는 차창 밖을 내다보니 어제오늘 내린 비에 때맞추어 모내기가 한창이다. 어제와는 달리 대부분의 논들을 초록빛으로 변해있다. 어딜 가나 농민들은 부지런하구나. 농촌의 집들이 개량을 한 것이 우리의 7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이곳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란다. 경제 개발도 급하지만, 인간의 삶을 보다 상위에 놓아야 할텐데....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마지막 이벤트로 저녁식사를 시장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자유롭게 하라고 한다. 정형화된 여행을 싫어하는 TC의 배려이다. 베트남 돈을 식사비로 나누어준다.어디로 갈까? 세시간을 주었으니 시장을 한바퀴 돌자... 우리의 인사동 같은 골목이 나온다. 수공예품에 안목있는 인화샘의 눈길이 멎는다. 베트남인들의 모습이 돌에 새겨진 액자를 고르고 빨간 보석함을 고른다. 배가 고프다. 지저분한 쌀국수집에 들어가 고양이를 피하느라 다리를 들고 국수를 먹는다. 한 그릇에 우리 돈 500원 가량.. 또 먹을 거 없나?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맛나게 먹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꽃게보다 크고 살집이 통통한 것을 쪄서 판다.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는데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온다. 한 여자 분이 한국에서 3년 일하다 왔다면서 통역을 해준다. 성수동 공장에서 일하면서 고생 많이 했다고. 초기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인들이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한 마리에 10불. 길거리에 앉아 랍스타 비슷한 것(나중에 물어보니‘매매’라고)의 껍질을 깨고 속살을 발려내 입에 넣는다. 신선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환상의 맛.... 후식으로 오렌지와 몽키 바나나를 한 무더기 산다 시간은 벌써 약속시간인 8시 30분을 넘고 있다. 뛰다보니 어딘지 모르겠다. 만나기로 한장소의 약도를 들이밀며 물어물어 뛰어오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며 길거리 여정을 버스에서 털어놓는다. 여유 있게 받아주시는 일행들... 다른 분들의 길거리 체험담을 들으며 공항으로 향한다. 11시 30분 하노이출발. 6시 인천 공항 도착예정이다.
| | | | 1월19일 귀국 | | | | 같은 하늘아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내 나의 머릿속에 떠돈다. 추억은 영혼을 살찌게 한다고 앞으로 나의 삶이 답답해 질 때마다 희망과 기운을 북돋아 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