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영국일주, 낭만적이고 넉넉했던 여행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401

영국일주, 낭만적이고 넉넉했던 여행

  한때는 본토의 100배가 넘는 식민지를 거느렸던 나라 영국, 그 영국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겠지만 지난 11일 동안 우리가 찾아 나섰던 여행은 그 많은 영국의 대표적 이미지를 거부하고 오직 자연과의 조우 를 위한 것이었다.
 런던을 벗어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밭이 파란 하늘과 경계를 이루어 눈을 현혹시켰기 때문이다. 유난히 샛노랬던 유채꽃망울들의 향연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온통 초록색이다. 잉글랜드 평야의 싱싱한 녹색초원들과 한가로운 전원풍경, 그리고 느릿느릿 풀을 뜯는 살찐 소 떼들의 모습은 풍요로움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잉글랜드의 북부를 가로질러 스코틀랜드로 북상하면 분위기가 돌변하여 검붉은 토지와 듬성듬성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잡초가 뒤덮고 있는 무어(언덕)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황량함과 스산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메마른 풀만 가득한 검붉은 돌산의 등줄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게 나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다. 스코틀랜드의 피비린내 나던 저항의 역사가 이 곳에 묻혀있어서가 아닐는지...
 하이랜드를 지나 로우랜드로 남하하여도 여전히 스코틀랜드 특유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칠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갈색톤의 산과 어우러진 갈대밭들, 처연하게 피어난 히스꽃... 쓸쓸하고 슬픈 느낌의 대지를 가로지르다가 만난 네스호는 그 스산함에 당장이라도 정말 괴물이 튀어나올 것 만 같다.
 스코틀랜드의 황량함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영국의 수많은 시인을 배출했던 레이크 디스트릭트 지역으로 남하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나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물결의 파문조차 보기 힘든 잔잔한 윈더미어 호수에서 유유히 노니는 백조와 산책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여유롭다.
 다음은 웨일즈 지방으로 들어갈 차례. 잉글랜드의 풍요로움과 스코틀랜드의 황량함과는 달리 웨일즈는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노도니안 국립공원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포근하고 적적하기만 했다.
 웨일즈를 관통하는 동안 낮게 깔린 구릉은 구름과 빛에 의해 시시각각 그 모양을 바꾸고 가도 가도 끝이 없이 펼쳐진 너른 평원엔 드문드문 몇 채의 집만이 이곳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는 인식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집들이 주는 정겨움이란... 아무집이나 노크를 하고 들어서면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한 광주리 빵을 들고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오랫동안 서로 대립하고 부딪쳐 왔지만 결국은 하나의 연방으로 어우러진 영국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이 곳을 돌아보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영국 역사의 실타래가 한 가닥 한 가닥 풀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영국일주 여행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환호를 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던 조용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