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티벳 & 구채구 여행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348

티벳 & 구채구 여행

  티벳 & 구채구 여행 성도를 출발한 비행기가 라싸에 도착했다. 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순간 코끝에 와 닿는 싱그러운 공기와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고지대에서 나타나는 아찔한 현기증마저 기분 좋은 감각으로 바꿔 주었다.
 이어서 하루 종일 둘러본 라싸에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종교적 신비감이나 독립문제를 두고 벌이는 팽팽한 긴장감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롭게 이주해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한족(漢族)들은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일상에 빠져 있었고, 도로는 이따금씩 체증이 일어날 정도로 많은 차량들로 붐볐다.
 그러다가 우리들이 그리던 티벳의 모습을 찾은 것은 조캉사원과 포탈라 궁 앞에 이르러서였다. 온몸과 영혼을 부처님 앞에 내던지며 오체투지에 여념이 없는 티벳인들, 그들에게는 밀려들어오는 한족들도, 급격히 변해 가는 도시화된 환경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어찌되건 그저 고단할 뿐인 현세의 삶으로부터 해탈할 날만 기다리는 듯… 그들이야말로 정녕 세상에서 가장 큰 꿈을 간직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싸를 벗어나 암드록쵸 호수변에서 사색에 잠겨들었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옥빛 호숫가를 서성이는 일행들, 해발고도 4,500m에 육박하는 이 험한 땅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찾아왔건만 암드록쵸는 그저 시간마저 삼켜 버릴 듯 정적에 빠진 채 아무런 말도 전해주지 않았다.
 갼체에서는 펠코르쵸데의 코라(순례자의 길)를 돌아보기도 하고 길거리의 민가집을 방문하여 포근한 표정의 안주인이 내온 야크버터차를 함께 마시기도 했다. 시가체에서는 타쉬홍포 사원의 승려들이 벌이는 저녁 예불을 엿보기도 했다. 고산증세로 인해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힘겹게 내딛으며 우리 일행들이 이곳까지 와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이 인다.
 시가체에서 담슝가는 길은 버스기사와 실랑이 끝에 9시간 넘게 걸리는 비포장 도로를 선택했다. 가장 오랜 경력의 가이드마저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길, 바로 하늘길이다. 이름하여 천장공로. 7,000m급 설산들이 하늘을 받치고 있고, 그 아래 드넓은 초원엔 야크와 양떼들이 무리를 이루어 그들만의 낙원을 이루고 있었다. 가파른 고개길을 힘겹게 올라 해발 5,400m를 통과한 후 한참을 더 달려도 쓸쓸하면서도 웅장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었다. 이 길이야말로 가장 티벳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하늘 아래 첫 번째 호수인 남쵸호수에 이르러 우리들의 감동은 절정에 달했다. 해발 4,718m, 좀처럼 하늘과 호수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늘과 호수 사이를 가로지르는 탕글라 산맥의 눈 덮인 설산이 경계를 알려줄 뿐이다.
 드디어 칭짱열차에 올랐다. 그토록 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이더니만 막상 열차에 올라타보니 1등칸엔 우리 일행들뿐이다. 분명 중국 고위층의 누군가가 열차표를 움켜쥐고 장난을 쳤음에 틀림이 없다. 27시간의 칭짱열차 여행 내내 설산과 호수, 야크떼와 양떼들, 파란 하늘과 드넓은 대지가 반복하여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시간이 꽤나 흘렀건만 차창 밖의 풍경은 여전히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들이다. 갑자기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생각이 난다. 우리가 티벳을 찾은 이유는… 혹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여행 말미에 너무나 화려한 단풍으로 물든 구채구를 돌아보았다. 그 화려함은 티벳의 황량한 이미지와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했다.
 우리가 떠나고 나면 티벳도 구채구도 고요함 속에 긴 동면에 빠져 들 것이다. 그 긴 잠을 깨울 봄이 오면 다시 한번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티벳을 찾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