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출장에서 만난 터키 가이드 규벤씨는 경력 15년 차의 베테랑이다. 그는 독일어 가이드와 영어 가이드를 두루 거쳐 지금은 한국어 가이드를 하고 있는 만큼 세계 각 국의 여행자들을 두루 경험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베테랑 가이드가 보는 세계의 여행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경험한 일본 관광객들은 병아리가 어미닭을 따라가듯이 일렬로 자박자박 걸어다닌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나 밖에서도 질문은 없지만 일단 가이드가 하는 말은 무조건 메모를 한다고 한다. 가이드로선 농담을 해도 진지하게 메모만 해댈 뿐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맥이 빠지기 일쑤라고 한다. 여행 중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불만을 내타내지 않고 그저 '감사했다' '훌륭했다'는 칭찬만 하는 것도 일본인의 특징. 하지만 일단 귀국 후에는 불만사항을 한가득 적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하니 일본인들의 양면성이 여행에서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예상했던 대로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한다. 가이드가 아무리 마이크를 잡고 목에 힘을 줘도 가이드의 설명은 소음사이로 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중국인을 만나면 기사들이 귀에 솜을 틀어막고 버스에 오른다고 할 정도다. 의외로 최고의 요주의 인물들이자 여행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인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악명 높은 못된 손버릇이 문제다. 호텔에 비치된 일반 비품은 물론이고 침대 시트, 카페트, 심지어는 소형 텔레비젼까지 가방 속에 넣어간다는 것이다. 들켜도 매우 뻔뻔한 게 그들이다. 가이드도 가이드지만 버스 기사가 가장 싫어하는 관광객은 아랍인들이라고 한다. 가장 지저분한 사람들이 그들이니 일단 버스에 타면 버스 시트와 커텐에 이것저것 오물을 묻혀놓고 버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버스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사들에겐 그야말로 자식 같은 버스가 상처 입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할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이드에게 최악의 관광객은 영국과 미국인이라고 한다. 영국사람들은 일단 태도에서 대체적으로 거만함이 풍겨 나온다는 것이다. 매사에 깔보는 듯한 자세로 대하니 가이드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더욱 심한 것은 미국인들의 태도라고 했다. 일단 차에 타면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책을 펴들고 비교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곤 틀리면 책에는 이렇게 나와있는데 왜 가이드는 저렇게 설명하느냐고 따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일단 아무리 해박하고 똑똑한 가이드라고 해도 하나 둘씩 따지고 들어가면 가이드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여행을 시작한 첫날부터 끝날 날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또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인은 남부 유럽인의 기질답게 설명을 충실히 듣지는 않지만 가이드와 어우러져 흥을 돋군다고 한다. 하루 하루가 축제 분위기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너무나 친하게 같이 어우러져 여행을 하지만 헤어질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예 인사도 안하고 훌쩍 떠나버려 황당하다고 한다. 한국인은 어떠냐는 대답에 규벤씨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제 자신은 다른 나라사람들은 가이드하고 싶지 않고 오직 한국인들하고만 가이드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사람들은 화를 잘내기는 하지만 항상 헤어질 때 가슴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규벤씨의 가슴에 한국인들이 남겨준 여운은 정(情)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