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넋을 빼앗아 간 나평과 홍하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346

넋을 빼앗아 간 나평과 홍하

  여행지를 문의해 올 때,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곳이 또 하나 생겼다. 운남성의 나평과 홍하 지역이다. 만약 2-3월중에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곳을 권할 예정이다. 아니, 어떻게 해서라도 테마세이의 여행매니아들을 모시고 가고 싶다.
지난 3월 3일 출발했던 나평과 홍하에는 「상상 이상의 경이로움」이 있었다.
 나평 일대, 세상 천지를 뒤덮은 유채꽃은 제주도의 것과는 사뭇 달라서 그저 벌판에 흐드러진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눈이 닿는 산 정상까지 유채꽃 다락밭이 노랗게 물들어 있고, 눈을 돌려 호수를 바라보면 호수 속에도 노란 유채꽃밭이 담겨 있었다. 가파른 산을 깎아 유채꽃밭을 조성하다보니 갈색 밭두렁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초록빛 잎들이 만들어낸 색채의 조화가 가히 환상적이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도 나평 앞에서는 초라할 뿐이다.
 저녁 무렵 소달구지를 타고 유채꽃밭을 가로질러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섰다. 유채꽃 벌판 위로 붕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샛노란 유채 벌판의 하늘을 붉게 물들일 석양을 기다렸다. 언제 따라왔는지 구성진 노랫가락을 뽑아내는 촌로(村老)의 깊은 주름이 정겹게 느껴졌다.
구북으로 가는 길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첩첩산중 오지의 길을 달리는 중 형형색색의 민속의상을 차려입은 소수민족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 것이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했던 터, 일단 버스를 세우고 그들과 함께 무작정 걷다보니 제법 큰장이 서 있었다. 오늘이 소수민족들의 장날이었던 것이다. 갑작스레 산간마을에서의 장터에 합류한 우리 일행들은 소수민족들과 쉽게 동화되고 어우러졌다. 서로 신기하게 기웃거리면서.
 점심 무렵 도착한 구북에는 낭만적인 산수화가 펼쳐져 있었다. 68개의 호수 위에 여러 봉우리가 솟아 있는 모습은 계림을 연상시켰지만, 이 곳에는 계림에 있는 잡상인도 시끄러운 관광객도 없었다. 정적과 고요 속에 감상하는 수려한 산수미(山水美)는 각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도착한 곳이 아! 홍하… 홍하를 논할 때는 반드시 그 앞에 「아!」 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 아니 그 곳의 다락논 위에 서면 자동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되어있다.
1,400년의 세월 동안 가파른 산자락을 개간하여 만들어 낸 다랑논들은 그 어떤 경치나 유적보다 더 장엄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이 다랑논들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UNESCO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랑논으로 지는 일몰을 감상한 후 다음날 새벽에 또 다른 다랑논 전망대로 이동했다. 이번엔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어둠에 잠긴 다락논들이 여명을 타고 서서히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우리 일행들은 숨을 죽여가면서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이윽고 다랑논들이 햇빛을 받아 보석 같은 광채를 반짝일 때, 그리고 3,000단의 다랑논들이 그 장쾌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 일행들의 벅찬 가슴은 이미 자제력을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아침식사를 잊은 지는 이미 오래였다. 유난히 사진작가, 화가, 시인 등이 많았던 이번 팀이었지만 홍하 다락논의 장관은 그 어떤 사진으로도, 그림으로도, 시로도 표현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들려왔다. 그저 직접 보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점심 때, 하니족 마을에서 3·8절 명절을 맞이하여 제사의식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점심식사 예약을 취소하고 그 의식에 동참하기로 했다. 점심식사는 젯밥을 나눠 먹기로 하고..... 제사의식 말미에 엄청난 양의 폭죽이 터졌다. 액을 쫓고 잠든 조상신을 깨우기 위해서였다. 귀청을 때리는 통렬한 폭죽소리를 듣고 나니 다락논에서 복받치는 감동에 겨워 막혔던 숨통이 비로소 트이는 기분이었다.
 해마다 유채꽃이 만발하게되는 2-3월이 오면, 나의 모든 감각은 나평과 홍하로 쏠리게 될 것 같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