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를 제대로 본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여러 곳을 많이 보는 것? 한곳을 천천히 오래 깊이 있게 보는 것? 지난 11일 북프랑스 여행은 내가 이런 화두를 던져 준 여행이었다. 이 여행 이 후 '보는 것'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파리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한가한 전원 마을 오베르 쉬르와즈를 들렀을 때,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오베르 쉬르와즈는 광기에 사로잡힌 한 예술가(고흐)가 몸부림치며 마지막 삶을 보냈던 곳이다. 그래서 고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을 기대한다면 볼게 하나도 없는 시골마을이다. 화려한 성당도, 오래된 유적지도,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도 아니어서 단순히 관광지로만 생각한다면 흔히 말하는 볼게 없는 곳이란 말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카메라에 뭔가를 담으려 애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볼품 없는 건물 하나하나에 광기에 사로잡힌 고흐의 처절했던 심정을 대비시켜 바라보았을 때, 지금껏 다른 여행지에서는 절대 느껴보지 못했던 전율이 온몸을 휘감아왔다. 그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였던 것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시청, 아늑한 시골마을, 푸른 밀밭… 그냥 눈으로 보면 별 볼일 없는 시골 마을에 불과하지만, 마음 속에 고흐란 화가를 품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평범한 그곳이 명품으로 다시 탄생했고, 고흐의 눈으로 다시 마을을 보고 밀밭을 보면 그것은 다시 한 폭의 그림으로 재생이 되곤 했다. 특히 고흐의 말년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작품인 <까마귀가 있는 밀밭>이 그려진 밀밭 앞에 서서는 마치 그림 속의 밀밭이 그런 것처럼 내 눈에도 현기증이 일 정도로 일그러진 모습으로 보였다. 그곳에서의 감동은 다른 일행들의 눈길을 피해 결국 나로 하여금 눈물을 찍어내게 만들고야 말았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그리고 권총으로 자살함으로서 삶을 마감했던 고흐, 생의 마지막으로 이 밀밭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 강한 삶의 애착을 느꼈을 것이다. 아니 내게는 <까마귀가 있는 밀밭>이 그런 느낌으로 비춰졌다. 평범한 밀밭에서 고흐의 삶을 보았던 것은 눈과 머리가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힘. 이것이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능력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