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나는 플라멩코에 푹 빠져있다. 지난 1월 스페인 여행 출장 중 플라멩코를 처음 접한 이후 일찍이 플라멩코 보다 더 내 마음을 진탕시킨 음악은 없었던 것 같다. 그 격정적인 몸짓과 터질 듯이 폭발하는 가수의 외침,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기타의 음률이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으니 말이다. 플라멩코의 어원은 flameante(격정적인, 불타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정열적인 스페인의 기질을 대변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각지를 유랑하던 집시들이 스페인 안달루시아로 유입되던 15세기 경, 집시들은 그들의 언어를 금지 당하고 강한 억압과 차별을 감수해야만 했다. 집시들은 이러한 슬픔과 서러움을 노래에 담아 부르고 격렬한 몸짓으로 표현해 내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플라멩코의 시작이다. 집시들의 동굴집에서 이어 내려오던 플라멩코가 20세기 들어서야 지금처럼 무대 공연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 한 것은 한 때 집시들을 억압했던 사람들이 무대위에 올려진 그들의 저항적인 춤에 매료되어 갈채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플라멩코의 3가지 요소는 Baile(춤), Cante(노래)와 Guitarra(기타)의 어우러짐에 있다. 플라멩코의 노래인 Cante는 춤 이상으로 스페인에서 사랑을 받고있다. 노래는 그들의 한을 담아 외치는 듯한 음성으로 부른다. Cante 콘테스트에서는 가사의 의미보다는 감정이 얼마나 잘 담겨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멩코가 진정한 영혼의 울림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관객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관객의 호응이 없는 플라멩코는 김빠진 콜라와 같이 밋밋할 뿐이다. 플라멩코를 감상할 때는 무희의 정열적인 춤과 구두소리, 손뼉소리와 애절한 노래와 그 반주를 들으면서 그들과 함께 호흡을 같이하며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올레!(잘한다)를 외치면 보다 흥겨운 관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