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돈황의 농가 식당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505

돈황의 농가 식당

   
 실크로드 남로의 관문인 양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끝도 없이 이어진 사막길을 달리던 우리 일행은 점심식사를 위해 오아시스 마을에 버스를 세웠다.
 기련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에 의해 푸른 오아시스를 조성하고 있는 이곳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포도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청포도 농사를 짓는 한 농가에 들어가 청포도 넝쿨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사막 한복판의 포도넝쿨이라…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넝클이 주는 싱그러움만으로도 이글거리는 사막에서의 더위가 일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점심이 식탁에 차려지기 시작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주인 아낙의 인심이 묻어나는 음식들은 수줍음 많은 그녀의 딸들에 의해 한 상 가득 채워졌다. 텃밭에서 갓 뜯어 온 싱싱한 푸성귀들이 입맛을 자극했고, 식탁에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쌈장과 고추장을 올려놓으니 영락없는 우리네 시골 밥상이다.
 오랜만에 게걸스러울 정도로 맛있게 먹었던 점심식사였다. 거기에 더해서 우리의 머리 위에 치렁치렁 매달린 청포도들을 맘껏 따먹으라는 주인 아낙의 넉넉한 인심이 전해졌다. 식탁에 앉은 채로 손만 뻗으면 잡히는 청포도를 바로 따서 먹는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라 말하고 싶다. 한 입 가득 터지는 새콤하고, 달짝지근한 청포도의 맛에 주인장의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졌으니, 그 어느 식탁을 여기에 비교할 수 있으랴?
 주인 아낙은 자신이 직접 생산한 포도니 맛있는 것만을 대접해야 한다며 세심하게도 이것저것 골라 따서 건네줬다.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우리 일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럼 버스에서 먹으라'며 기어코 한바구니의 포도를 챙겨 우리 일행들의 손에 들려주었던 주인 아낙은 대문 밖으로 나와서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음까지 넉넉하게 했던 농가에서의 점심식사는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버스가 출발하고 망막한 사막을 관통해 달려갔다. 그러다가 신기루를 만났다.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호수처럼 보이는 신기루… 갑자기 아까 포도넝쿨 안에서 만났던 모녀들의 넉넉한 인심이 언젠가는 산업화에 밀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