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출장으로 다녀온 터키. 첫날 첫 방문지로 방문한 곳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광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톱카프 궁전이었다. 약 4백 여년 동안 26명의 술탄들의 안식처였던 톱카프 궁전 내부에서도 단연 하이라이트는 궁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하렘지역이었다. 하렘은 술탄과 그의 공식적인 4명의 부인들과 아이들, 그리고 술탄의 어머니가 거주하던 곳인데, 이 외에도 왕위를 넘보지 못하게 감금된 형제들과 식민지 등에서 끌려오거나 팔려온 여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하렘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톱카프 궁전의 입장료말고 추가의 입장료를 더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인지 정작 톱카프 궁전에 와서 이 하렘을 관람하는 한국팀은 보기 힘들었다. 이집트 누비아 지방 출신의 흑인 환궁들이 지켰다는 입구를 지나고 본격적인 하렘 투어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환관이 흑인이었던 이유는 그들이 하렘의 여인들과 바람을 피우더라도 검은 피부의 아이를 낳게 되어 부정을 쉽게 분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 들어가 보니 내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들과 목욕탕, 안뜰이 차례로 등장하여 마치 미로 속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또한 하렘 내부의 화려한 타일과 황금으로 된 장식 등은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대의 영화를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스만투르크의 전성기 때에는 이곳 하렘에 1,000명 이상의 여인들이 기거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절차를 통과해야 했다. 우선 환관들에 의해 각지에서 모아진 여인들은 환관중에서도 우두머리가 신체적으로 흠이 있는지 살핀 후 술탄의 어머니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만 하렘에서 살 수 있었다. 하렘은 흔히 술탄의 성적 환락을 위한 곳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는 단지 하렘이 가진 여러 기능들 중 부정적인 면을 크게 부풀려서 선전한 서구적 시각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어찌되었건 하렘의 여인들은 장자 중심인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 술탄의 아들을 낳아 신분상승을 하기 위해, 또 술탄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일 외에도 지식과 예술적인 면 등 지덕체를 겸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화려한 부귀영화가 가득 했을 톱카프 궁전 하렘의 이면에는 바깥 세상과 단절 된 채 술탄이라는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평생 암투를 벌이며 마음을 놓을 수 없었을 여인들의 고달픈 인생과 한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