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말하는 가장 비참하게 사는 방법은? 독일여자와 결혼해서 영국인 요리사를 두고 이탈리아 행정체제에서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행정체계나 사회 질서 수준이 엉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꼭 가장 살기 힘든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지난 5월, 3주일을 투자하여 우리가족들과 함께 유럽을 돌아보았다.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을 돌면서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와 6학년인 아들녀석은 내 잔소리에 제법 스트레스를 받은 듯했다. 품위 있게 굴어라, 목소리를 낮춰라, 식사 예절을 지켜라 등등…
하지만 이탈리아에 들어서서는 길거리에 널부러진 쓰레기, 우리보다 더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식당 분위기, 다소 수다스러울 정도로 다정스럽게 접근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긴장이 풀어지고야 말았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약간은 흐트러진 듯한 현지 분위기를 아이들이 먼저 감지해버린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가장 좋았던 나라, 또 가보고 싶은 나라를 말하라고 했더니 두 아이 모두 이탈리아를 꼽았다. 아들녀석의 일기장에 그 이유가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독일은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다. 자연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