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세이투어에서 여름방학이면 어김없이 떠나는 '엄마와 함께 하는 유럽 가족여행' 프로그램. 출장을 떠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일부러 무언가를 주입시키고 교육시키려고 하지 말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흡수해 내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이 프로그램의 전제 조건이니 어른의 시각에서 조바심 내지 말라는 충고였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일정 중 페르 라쉐즈 방문 때는 왠지 조바심이 일었다. 이 곳은 사후에는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는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1804년 문을 연 파리의 공원묘지다. 과연 아이들이 공동묘지 방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이들은 묘지에 간다는 말에 무서워하거나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유령이나 귀신같은 이야기를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페르 라쉐즈 묘지에 들어가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원묘지 사이를 여유 있게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너무나 예쁘게 단장된 묘지들과 예술적인 조각들을 보면서 어느새 소풍 나온 아이들의 표정으로 변한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프랑스의 유명인사를 비롯한 파리 시민 약 7만여 구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각 무덤의 주인들을 상상하며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프레드릭 쇼팽을 찾아갔다. 그곳은 슬픈 표정의 뮤즈 조각상과 시들지 않은 꽃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선 굳이 삶과 죽음에 관하여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언젠가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삶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할 나이가 되면 페르 라쉐즈 묘지에서의 경험이 은연중 바탕에 깔리게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험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아이들의 몫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