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붕괴 위기의 문화재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250

붕괴 위기의 문화재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세계기념물기금(WMF)에서는 위험에 처한 문화유적지를 격년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2008 위험에 처한 세계 100대 문화유적지’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목록들을 보면서 사라져 가는 유적들의 목록에 우선 관심이 갔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내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 것은 유적지가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들이었다.
 유적지 파손의 가장 큰 이유는 자연재해가 차지하고 있었다. 작년, 대지진에 의해 붕괴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쁘람바난 사원은 예측할 수 없이 급작스럽게 당한 자연재해의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라다크, 레와 스리나가르 같은 경우는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강우량의 증가가 14-15세기에 건설된 마을들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니, 건조한 기후의 특성에 맞춰 건축된 건물들이 갑작스런 강우량의 증가로 인해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닝샤성 수미산 석굴 같은 경우는 갑자기 거세어진 바람 탓에 미륵불상을 호위하던 탑이 무너져 비바람에 노출되었고, 주변이 사막화되면서 지반이 약해져서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반면에 자연재해가 아닌 무분별한 개발논리가 소중한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경우는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스리랑카의 천년고도 캔디는 늘어나는 교통량과 이에 따른 매연이 문화재 파괴의 주범으로 주목되고 있으며, 아일랜드 등 북유럽 고대문화의 근원지로 간주되는 역사적 장소인 아일랜드 타라 언덕은 새로운 고속도로에 의해 중간이 관통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러시아의 샹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 도시 한복판에 300m의 고층빌딩을 세우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역사적이고 고풍스러운 도시 미관이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 티그리스강 유역에 자리한 고대유적 마을인 터키의 하산케이프 마을은 정부가 티그리스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2013년이면 완전히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댐이 완공되고 나면 이곳에 가득한 고대 수메르와 로마, 오토만 제국의 고고학 유산과 함께 아직 발굴도 되지 않은 유적들이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 페루의 잉카유적인 맞추픽추는 관광객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1992년만 해도 연간 9000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이 2006년에는 하루에만 4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관광객에 의한 건축물의 훼손, 자연생태계 파괴 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위협 요소 한 가지가 더 생겼다. 3월에 개통한 80m짜리 다리가 그것이다. 이 다리는 맞추픽추와 인근의 마리 테레사 마을을 연결해주는데, 이로서 맞추픽추는 유적지가 아니라 유흥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역사상의 모든 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흥망을 거듭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그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인간의 이기심이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다면 이는 끔찍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거대한 역사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