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족자카르타의 수지양에게 용기를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197

족자카르타의 수지양에게 용기를

   
지난 5월 27일,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 여행을 보름 여 남겨둔 상황에서 이 지역에 대 지진이 엄습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급히 족자카르타 현지 여행사에 전화를 돌렸다. 통화가 불가능했다. 이어서 지난 3월 여행 때 가이드를 맡았던 수지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통화가 불가능했다. 수 천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천진하기만 했던 수지의 얼굴이 떠올라 전화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연결은 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리고 며칠 전, 족자카르타 대신 실크로드를 다녀온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전화를 걸어보니 반갑게도 수지의 음성이 들렸다. 일단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내 목소리를 들은 수지는 왈칵 울음부터 터트렸고, 전화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무섭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울먹였다.
 지진은 새벽 6시경에 일어났는데, 5개월 된 아이가 잠을 깨 칭얼거리는 바람에 들쳐업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자기 집이 무너지고 사방에서 비명이 터지며 지옥으로 변했다고 한다. 한참동안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하던 수지는 묻지도 않았는데 관광지 정보를 전해줬다. 쁘람바난 사원은 탑들이 무너지고 균열이 가 다시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고, 보로부두르 사원은 화산재에 덮여 있다는 것, 그리고 족자카르타의 호텔 중에는 전에 우리가 묵었던 하얏트 호텔만 무사할 뿐 모든 호텔이 무너져 버렸다는 내용 등등…
 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천막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는 수지는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젖먹이에게 줄 우유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고 복구작업을 위해 동원된 중장비도 호텔이나 관공서에만 투입될 뿐 자신들의 터전을 복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도 했다.
 대화 말미에 지난 3월에 함께 했던 우리 일행들의 안부를 물으며 너무나 보고 싶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는 수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가 단 한 통의 전화에 감격해 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재앙 속에서 자신들이 '버려진 존재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받고 싶어서 일 것이다. 하루 빨리 족자카르타의 비극이 치료되어 석양 무렵 보로부두르 사원 앞 잔디에 앉아 환하게 웃던 수지의 웃음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