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월드컵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이미 지난 2002년도에 전 세계에 증명된 바 있으며, 단순한 축구경기 차원을 넘어 전 국민이 신명나게 하나 되는 결집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따라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2002년도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하는 열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월드컵에 의해 고취된 자긍심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 특유의 신명이 자칫 지나치게 설쳐대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여행 중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시와 때를 가리자는 이야기다. 2002년 이후 한동안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서는 신성한 사원의 정상에 올라서서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단체 관광객들로 인하여 물의를 빚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시장 안에서도, 에펠탑 앞에서도, 심지어는 박물관 앞 광장에서도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쉼없이 외쳐댔다. 조용히 문화재를 감상하러온 외국인들에게는 지극히 짜증스러운 소음으로 들렸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한국 단체들을 외국인들은 더 이상 부러운 시선, 또는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인의 길거리 응원을 보고 전 세계인이 찬사를 보냈고 이것이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축구경기를 응원할 때의 이야기지 유적지에서 아무 때나 외쳐대는 대-한민국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열린 야구대회에서 한국대표선수들이 4강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여행자들이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야구대회 이야기를 신나게 해대며 자랑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만 북새통을 떨었지 정작 개최지인 미국에서는 자국민들의 70%가 이런 대회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고 하며, 유럽인들은 아예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 5월 말에 알프스여행 중에도 참으로 민망한 일을 목격했다. 샤모니의 몽탕베르 기차역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40-50여명의 단체 여행자들이 갑자기 꼭지점 댄스 를 추며 조용한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 것이다. 조용한 휴식을 위해 나들이 나온 외국인들이 갑자기 등장한 훼방꾼들에게 화들짝 놀라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냐고 물어보자 그들은 너무나 자랑스럽게 KOREA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눈치가 없어도 한참 없는 한국인들이었다. 이제 월드컵이 코앞이다.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의 함성은 축구장이나 응원하는 광장에서 터져 나올 때만 감동적이다. 폭발적이고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가진 한국인의 모습은 응원할 때만 보여주고 유적지에서는 문화적으로 성숙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