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일 중국 주요도시에서 티벳의 라싸까지 연결하는 칭짱철도가 개통됐다.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홍보 속에 개통된 이 철도는 일단 외견상으로는 낙후된 티벳 지방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독립을 외쳐오던 티벳이 중국 행정체제에 완벽하게 흡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원에 고립되어 오직 종교에만 의지하며 살던 티벳의 순박한 사람들이 외지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정체성을 잃고 중국에 순화될 것이라고도 하고, 티벳에서 반란이 일어날 경우 이 철도를 통하여 48시간 안에 대규모의 중국군이 투입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의미야 어떠하던 간에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해발 고도 4,500m를 넘나드는 고원지대를 기차 타고 하는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렇다고 칭짱철도의 개통 소식을 접하면서 마냥 설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칭짱열차를 타고 티벳으로 밀어닥칠 여행자들에 의해 티벳의 매력이 크게 훼손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소위 오지라고 하는 지역도 일단 외부로 문이 열리고 나면 변화의 물결을 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그런 변화 때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외지인이 들이닥치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은 현지인들의 입가에서 순박한 미소가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여행 중 불쑥 찾아 들어간 가정집에서 온 정성을 다해 이방인을 대하던 사람들이 다음에 방문하면 돈을 요구하기 일쑤고, 심지어는 역사의 무게감이 느껴지던 유적이 천박하게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지역에 공항이 건설된다거나 철로가 뚫렸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면 왠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소위 '변하기 전에 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10월의 매니아 여행상품으로 서둘러 티벳을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앙코르와트, 미얀마, 인도네시아 자바섬 등을 개척하다시피 먼저 방문한 것도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문명의 혜택을 등진 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언제까지나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어 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분명 여행자의 못된 이기심의 발로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 훌륭한 유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오래 전 어렵게 배낭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티벳인들, 그들의 맑은 영혼이 칭짱열차를 타고 들어온 문명인들에 의해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기우(杞憂)이기를 바라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