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 가는 시점이 되니 인터넷 상에 새로운 여행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은 학생들의 배낭여행 체험기들이다. 혹시나 배낭여행자의 눈으로 본 세상 중에 우리가 놓친 중요한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이들 여행기를 자주 들여다 보고있다. 그런데 이들 배낭여행 체험기를 읽다보면 무언가 왜곡돼도 한참 왜곡된 여행문화가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선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부터 의심하게 되는 글들이 그렇다. 여행의 가장 고전적인 목적은 이질적인 문화의 체험에 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소감, 실질적인 정보 등은 뒷전이고 돈을 절약하는 법에 초점을 맞추어 여행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배낭객이 많다는 느낌이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가 보다는 '나는 하루에 얼마의 돈으로 버텼다'가 여행기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에서 담요를 훔쳐들고 내린 것을 자랑스럽게 기술하고 입장료가 비싼 유적지를 과감하게 포기했다는 것을 현명했던 판단으로 쓰곤 한다. 또한 공중전화 박스에서 노숙하기, 열차 무임승차하기,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라면 끓여먹는 것까지 자랑하고 있다. 글 을 읽다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그렇게 절약해서 아낀 돈으로 귀국 길에 명품 가방을 살 수 있었다고 결말을 맺을 때이다. 젊은 여행자에게 있어서 곤궁함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인색한 여행경비 지출은 젊은 배낭자들의 철칙이다. 그래서 세계 어디에서건 단지 배낭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부분이 용납되어 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여행에 대한 열정, 새로운 문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동반될 때 에 한하여 가치가 있고 아름답게 포장된다. 배낭족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배낭을 꾸릴 때 얇은 지갑이더라도 겁낼 필요는 없다. 몇 가지 중요한 물품을 깜박하더라도 상관없다. 부디 배낭 안에 여행철학 만큼은 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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