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중국 운남성 과학기술원 여행담당 부장인 리꽝시씨가 우리 사무실에서 몇 일간 머물렀었다. 중국인을 위한 한국관광코스를 추가로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짬짬이 서울주변을 돌아보면서 나로서는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점심식사 후 산책 삼아 들어간 경복궁을 리꽝시씨는 '한국에서 제일 큰 절'로 알고 있었다. 전에 중국단체와 함께 왔을 때 가이드로부터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는 것이다. 원래 절이었는데 조선의 왕이 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어서 궁궐로 개조한 것이라고… 뿐만 아니다. 100$짜리 옵션여행지로 통일전망대를 소개하면서 그곳에 가면 지금도 전투가 간간이 벌어지고 있으니 운이 좋으면 그 장면을 망원경으로 목격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한다. 제주도가 예전에 중국 원나라에 바쳐진 섬이었다고도 하더니, 제주도의 해녀들은 졸지에 부도덕한 미망인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이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소개하기도 벅찰 정도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한국의 가이드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한류열풍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우리나라를 소개할 가이드가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체류중인 조선족 근로자들이 중국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가이드로 고용되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서 지금까지도 참담하게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어지고 있다. 몰지각한 언행으로 물의를 빗는 일도 다반사다. 실제로 중국 리부장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다시는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응답이 80%를 상회하고 있으며, 한국 방문 이후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응답자도 73%에 이르고 있다. 한국여행 이후 반한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중국인들이 속출하는 실정이니, 이 정도라면 차라리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정도다. 가끔 '관광대국 건설'이라는 허망한 구호를 볼 때마다, 그리고 '관광수지 적자'라는 호들갑스러운 보도를 접할 때마다 울화가 치미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관광수지 적자 책임을 해외여행객들에게만 돌리지 말고 입국한 외국관광객부터 제대로 관리하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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