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름 전에 참 재미있는 명령을 받았다. 테마세이투어에 근무하면서 타 여행사를 통해 북경 3박 4일 여행을 다녀오라는 이상한 명령이었다. 여행경비도 회사에서 입금해 주었고 나에게는 그냥 휴가 가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즐기고 오라는 것이다. 여행비 24만원. 광고문구에는 초특가임을 내세우면서 특전이라는 이름의 포함사항도 상당히 많았다. 비행기 삯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행경비로 어떤 여행이 이루어질지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열악한 호텔과 한심한 식사수준은 싼값이라 그렇다고 치부하더라도 북경 도착 직후, 일정의 첫 방문지가 쇼핑가게였다는 사실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곤 일정표에 적혀 있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쇼핑센터를 거쳐야만 했다. 하루에 5차례..... 또한 뛰다시피 30분만에 통과해버린 자금성, 사진 찍는 시간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자유시간, 그리고 유적 설명보다는 시시껄렁한 농담에 여념이 없는 가이드의 목소리 등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여행에 함께 참여한 다른 일행들의 반응이었다. 나름대로 역사와 유적에 대하여 공부도 해오고 많은 준비를 해온 사람들은 불만이 극에 달하여 왜 이런 싸구려 여행을 선택했을까 하는 후회의 목소리가 많았다. 여행에 '나'는 없었다. 물론 '고객'도 없었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주, 옥, 한약재, 실크 등 갖가지 쇼핑품목을 수 백 만원 어치나 구입하고도 쇼핑센터 한번 더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원래 중국은 못사는 나라라 먹을게 없다고 빈약한 식단을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귀국길에 비로소 회사에서 왜 타 여행사를 통한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아마도 여행사 직원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여행을 해보라는 배려였을 것이다. 짧은 3박 4일의 여행이었지만 내 수첩은 깨알같은 기록들로 가득 채워졌다. 불행하게도 '내가 여행인솔자라면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