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開心寺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245

開心寺 "마음이 열리는 절집"

  내가 개심사를 처음 만난 것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봄날, 불현듯 개심사의 늦은 벚꽃을 보고 싶다는 충동에 곧바로 개심사로 달려갔다. 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한 개심사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기대했던 고풍스런 무채색의 절집, 그리고 그 무채색에 생기를 불어넣는 벚꽃 피는 그런 절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대웅전으로 걸어가시던 한 스님의 눈빛이 깊은 산중까지 찾아온 나그네를 맞는 눈빛이 아니라서 빨리 일어나고만 싶었다.
 실망감을 누르며 서둘러 절집을 내려오는데 절 입구의 종루를 떠받치고 있는 나무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기둥은 굵고 반듯해야만 한다는 나의 상식과 통념을 여지없이 깨트리며 개심사 종루의 나무기둥은 휘어져 있었던 것이다. 휘어진 나무가 저리 당당하게 지붕을 이고 하늘을 받치고 그 오랜 세월 절집을 지켰구나. 아무 쓸모 없는 나무라 버려졌을 법도 하지만 건축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내게 신기함을 넘어서 감동으로 다가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기둥을 바라보자니 휘어진 나무 기둥이 사람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쉽게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을 나누고, 쓸모 없는 것을 소외시키고 버리진 않았나..
 세상에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모든 것은 그 쓸모가 있기에 살아 있는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생명의 법칙을 잊고 살지는 않았나.. 큰 기대를 안고 찾아갔다가 실망스러웠던 개심사, 하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나무기둥 하나가 나로 하여금 마음이 열리게 만들었고, 이후 또 한번 개심사를 찾게 만들었다.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정해진 일정 이외에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그 무엇이 더 감동적인 것 같다. 마치 요르단의 거대한 페트라 유적지 보다 페트라 입구에서 발견한 바위 틈새의 들꽃 한 송이가 더 가슴 깊이 각인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