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의 기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 중에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말이 있다. 본마음 혼네(本音)와, 겉마음 다테마에(建前), 지난 여름, 일본의 요코하마 근처 찌가사키에 있는 일본인 친구집을 방문했을 때, 이러한 일본인의 기질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 친구 마코토는 뉴질랜드 유학시절 TOURISM코스를 함께 공부한 둘도 없는 친구였다. 일본의 가정집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일본문화에 대한 책도 다시 한번 읽었다. 이윽고 3년 만에 반갑게 해후한 마코토의 집에 들어서니 그의 가족들이 모두 나와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언어장벽 때문에 조금 어색했지만 나를 배려하고자 하는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력이 엿보였다. 마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들의 정성에 작은 감동이 밀려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그들의 본마음 '혼네'였다. 대화에 빠져 들다보니 시간이 늦어졌고 교통수단마저 끊겨버린 시간, 나는 의례 그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져야겠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인 친구의 가족에게 나의 방문은 여기까지 계획되어 있었고 이후의 계획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가족들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더니, 내가 잘 방이 없다고 했다. 난 괜찮다면 친구의 방에서 같이 자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단란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술렁술렁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순간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멀리 타국에서 찾아온 친구가 아니었던가? 우리 정서대로라면 설령 내가 가겠다고 해도 자고 가라고 붙잡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야속하기는 했지만 이 시간 이후 그들에게 박대 당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친절하게 이곳 저곳을 수소문해 주었고 결국 근처에 있는 마코토의 형 집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마코토가 자신의 형에게 하루밤을 재워준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여러 번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이들에게 큰 결례를 하였고 불편함을 준 존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게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생각해보면 그 친절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어린 친절함은 아니었다. 그들의 혼네(본마음)은 한국에서 온 아들의 친구를 저녁까지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었고 그 후에 예상치 못한 일정에 대한 친절함은 겉으로의 친절, 즉 다테마에였던 것이었다. 친구의 집을 나오면서 나는 그들의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그들에게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을 안겨 주었다는 생각에 무척 민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들을 원망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것은 그들의 기질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혼네와 다테마에」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고 일본인을 상대해야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