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여행을 방해하는 가이드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8

  • 조회수 :

    663

여행을 방해하는 가이드

 여행은 만남이다. 사람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유적·유물과의 만남 등.
 이 중에서 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특히 여행에서 가이드의 비중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좋은 가이드를 찾아내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북프랑스, 남프랑스, 독일 일주, 영국일주, 이탈리아 일주 등 한 나라만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좋은 가이드를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 포함되다 보니 오래된 가이드조차도 첫 방문인 지역이 많을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하루나 이틀밤을 묵고 빠져나가는 일반 패키지 투어에 익숙한 가이드들이 지방까지 동행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는 정말 대책이 없는 곳도 있다. 현지 물가나 여러 상황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싼 여행경비가 일반화된 지역이 그렇다.
 지난달의 캐나다 출장은 이런 걱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여행이었다. 테마세이투어는 여행지에서 쇼핑센터를 들르지 않는다. 옵션투어도 없다. 그래서 현지여행사에 여행비를 비싸게 지불한다. 쇼핑이나 옵션투어에서 나오는 수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값을 내고 그에 맞는 대접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하루에 1,200달러나 더 지급하고 현지 여행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내가 만난 캐나다 로키 지역의 가이드는 듣던 대로 정말 대책이 없는 친구였다. 우리 일행들 보다 훨씬 더 큰 가방을 두 개씩이나 들고 나타난 가이드, 그 가방 안에는 버스 안에서 우리 일행들에게 팔 목적으로 싸들고 온 물건이 가득했다. 각종 건강식품에 육포, 가죽제품 등등… 쇼핑센터 방문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이 직접 팔겠다고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제부터 가이드와 협상할 차례다. 버스 안에서 시중가보다 많게는 5배나 더 비싸게 물건을 팔겠다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러 방법으로 설득하다가 결국에는 버스에서 물건을 팔지 않는 대신 팁을 많이 챙겨주겠다고 설득하면서 얼마를 주면 사심 없이 일을 하겠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가이드는 최소한 3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자기는 전문가라 탁 보면 아는데, 이런 팀에서는 최하 300만원의 쇼핑 부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후부터 가이드의 태도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다. 이동 중에 경치가 좋은 곳에서 버스를 잠깐 세우자고 하면 도로교통법을 운운하며 거부하기도 했고, 아름다운 경치에 반한 우리 일행들과는 달리 별 볼일 없는 곳에서 왜 시간을 끄느냐고 나에게 따지기 일수였다. 심지어 몇 군데에서는 자신은 동행하지 않고 알아서 보고 오라는 식으로 버티기도 했다. 이 정도면 가이드가 여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여행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하자 그는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여행 와서 쇼핑하고 나면 손님들은 좋은 물건 사서 좋고, 가이드는 돈 벌어서 좋고, 서로가 행복할텐데 왜 쇼핑을 거부해서 판을 깨는 거야?"
 진품 물건을 싼값에 산다면 몰라도 가짜이거나 몇 배씩 바가지를 씌운 물건을 사서 행복할 여행자가 어디 있겠느냐는 내 대답에 그는 한마디를 더 붙였다. "나는 전문가라 어떤 물건을 팔아도 손님들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