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의 휴양도시 다합에서는 색실을 꼬아서 만든 팔찌를 팔러 다니는 여자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룩소르까지 가는 17시간의 버스여행을 앞두고 홍해 근처의 식당을 찾았을 때도 여지없이 한 무리의 색실을 팔러 몰려 왔고, 난 물건을 살 생각이 없었지만 그 중 제일 어린 아이의 집요한 설득으로 팔찌를 5개나 사 버렸다. 아이는 7살의 베두인으로 며칠은 씻지 않은 듯 얼굴엔 때 국물이 흘렀지만 예쁘장했다. 버스를 타기까지는 1시간의 여유가 있었기에 난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신기하게도 서로의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발짓을 해가며 간단한 영어 단어, 그림까지 동원되는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아이와는 금방 친하게 되었고 난 가지고 있던 과자와 음료수를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아이도 가지고 있던 볼펜의 팅커벨 인형장식을 떼 내더니 나에게 건네 주는 것이 아닌가? 아끼는 물건이 틀림없었을 텐데 말이다.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우정(?)은 점점 커져 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내가 어떻게 팔찌를 만드는지 궁금해하자 아이는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색실을 까만 비닐 봉지에서 꺼내 놓고는 원하는 색을 고르게 했다. 내가 고른 4가지의 색실 여러 가닥을 이로 끊어 한데 모아 정리하던 아이가 잠시 주춤했다. 실을 끊던 중에 이가 뽑힌 것이었다. 아이는 바닷가로 내려가 바닷물에 피를 씻어 내고는 뽑힌 이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페 지붕 위로 이를 던져 올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를 했다. 아마도 새 이가 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음이... 괜한 부탁을 했나 싶어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ok, ok"를 외쳐 대었다. 아이는 하던 일을 계속 했고 어느덧 완성된 팔찌, 조금 길게 만들어진 팔찌는 아이가 주워온 돌로 알맞은 길이로 잘라져 내 손목에 예쁘게 묶여졌다. 난 팔찌를 몇 개 더 구입했고 시간이 되어 아이와 헤어지고 룩소르 행 버스에 올라탔다. 잠시 동안의 아이와의 만남은 여행 중 진실하지 못한 이들과의 만남으로 불신에 가득 찼던 마음을 한번에 씻어주었다. 7살 어린 나이에 길거리로 나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이... 이 어린 아이의 순수함이 미소만큼이나 영원히 때묻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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