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디에서 태어났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를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여성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느 조직이건 사회적 관습은 여성들에게 더 혹독하게 강요되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때론 동경하고 때론 안타까워하며 여성으로서 진정으로 자유롭게 행복하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나 자신을 돌아보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무시무시한 낭떠러지가 이어지고 끝도 없을 것 같은 오르막길의 끝에서 또 하나의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끝없는 계단식 논이 이어지는 중국 운남성 홍하, 원양의 현지 가이드인 하니족((哈尼族) 유소한씨. 서른 이라는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앳된 얼굴에 밝고 환한 웃음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해준 그녀였다. 하지만,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사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는 그녀의 아픈 눈물을 보았다.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얘기와 그래서 자기 인생은 이제 끝이 났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런 아픔정도는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은 듯 위로를 했지만, 소수민족인 하니족으로 태어났고 지금껏 하니족 사회에서 살고 있는 유소한씨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란걸 뒤늦게 알았다. 20세를 전후로 일찍 결혼하는 하니족. 그리고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여성은 뭔가 부정한 사람으로 타부시되는 부족의 전통, 이러한 관습 속에 살아온 그녀로서는 당연히 약혼자와의 실연은 자기 인생의 끝을 의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민족의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만의 인생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습의 감옥에 갇혀 있다. 그 소수관습에서 깨어나면 여성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녀가 소수 민족의 관습에서 깨어나 자유로운 한 여성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다음 중국여행에서 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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