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돈이면 다 된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9

  • 조회수 :

    433

돈이면 다 된다.

  지난 7월 20일, 대지진으로 인하여 일년 남짓 중단되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 여행을 재개했다.
자카르타와 반둥을 거쳐 기차로 입성한 고도(古都) 족자카르타, 그곳에는 수 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흔적들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 수지씨로부터 그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전해들은 우리 일행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 저녁식사 후 수지씨는 목소리를 낮춰가며 '지진 이후 많은 곳에서 구호품과 기부금을 전달해 주었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겐 돌아온 혜택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가 이 틈을 타 배를 불린 사람이 있다는 얘기다. 자기는 손님들이 테마세이이투어를 통해 돈을 전달해 주어 아이를 살릴 수 있었고 자신의 다친 다리도 치료할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수지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음날 씁쓸한 경험을 했다. 바로 동남아 최대의 힌두사원인 쁘람바난 사원에 들렀을 때다. 쁘람바난 사원은 붕괴 위험으로 인해 내부입장이 다시 금지되었다는 말을 자카르타에서 들었기 때문에 내심 쁘람바난 사원 입장을 포기했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이 먼 곳까지 와서 눈앞에 있는 사원의 내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섭섭했다. 사원을 관리하는 공무원에게 입장을 허락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지만 전원 입장은 절대 안된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 다른 일행들과 아쉬움을 달래면서 기다리고 있던 그때, 내 눈에 내부를 돌아보고 있는 몇몇의 유럽인들이 보였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슬쩍 돈을 건냈다. 아니나 다를까 굳게 닫혔던 문이 우리 일행들에게 활짝 열렸다. 순간 너무나 기뻤지만, 곧이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문듯 사원을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일행은 보로부두르 사원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입장시간에 늦고 말았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약간의 돈을 건네주는 대가로 아무 일도 아닌 듯 자연스럽게 관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수지씨는 인도네시아의 대재앙이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뺏어갔지만 일부 공무원들에게는 부자가 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된다는 뜻이 아닌가? 이래저래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