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해맞이 일출을 보기 위한 동해바다나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인파를 볼 때면 중국유학시절 무작정 떠났던 황산 일출여행이 떠오르곤 한다. 사실 황산까지 찾아가기에는 길도 멀 뿐만 아니라 소요경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단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보겠다는 이유만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하지만 황산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날씨가 좋지 않았다. 정보에 의하면 내일은 절대 일출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 위에 숙소를 잡기도 여간 어려운게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출을 못 보더라도 올라가서 후회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무리해서 황산 정상으로 올랐지만 산정의 호텔에서 방을 구하는건 아예 불가능했고 뜬눈으로 맞이한 황산의 새벽은 이슬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기다리던 새해의 일출장면은 볼 수 없었고, 그나마 안개 속에 얼굴을 내미는 황산의 절경에 마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일출을 보고자 새벽까지 기다린 사람들은 '오늘은 해가 뜨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많이들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아쉬움 섞인 소리를 들으며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보니 모든 것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해가 뜨지 않는다니?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건만… 문득 인간이 살고 있는 최고의 이상향인 '샹그릴라'의 의미가 떠올랐다. 샹그릴라란 장족언어로 '마음속에 뜨는 해와 달'이라고 한다. 여행이란 것도 그런 것 같다. 가장 좋은 순간에 가장 좋은 장면을 보게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여행을 떠나기는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여행도 마음속에 뜨는 해와달을 찾아 떠나는 것은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