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 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만 살던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무작정 기차에 올라탔다. 덜컹거리는 한 칸짜리 기차안에서는 70년대 소설 속에서나 나옴직한 오지 사람들의 일상이 펼쳐지고, 몇 개의 작은 산간마을을 지나친 후 정차한 곳이 강원도 정선의 구절리역. 나의 첫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아우라지 강줄기를 지나고 폭포를 지나 노추산 깊숙이 들어가 인적 드문 곳에 텐트를 쳤다. 애시당초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무작정 떠나서 맘에 드는 곳에 며칠 머물다올 심산이었다. 여행지를 정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 철저한 계획이 좋은 여행을 만드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은 계획 없이 마음이 끌리는 데로 떠나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먼저 하다보니까 계획만 하고 실행은 하지 못한다. 먼저 실천하고 나중에 계획을 하면 일단 몸은 움직이는데 말이다. 노추산 어딘가에서 혼자 텐트를 치고 하루를 지내고 온 나는 그곳에서 많은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의 진로와 많은 꿈들... 해야할 일들...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이지만 정말 많은 계획을 세우고 돌아온 것이다. 흐름을 벗어나야 그것이 흐름인줄 아는 것처럼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야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