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 독일 여행 중 현지에서 모객 하는 2박 3일의 여행 상품에 참가한 적이 있다. 총 인원 45명이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일정을 도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요금은 3가지로 분류되어 있었다. 문의해보니 호텔과 식사 차이란다. 어차피 독일인들 사이에 혼자 끼어 하는 여행인지라 좋은 호텔이 무슨 상관이랴 싶어 가장 낮은 요금으로 예약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버스에 탑승할 때, 가장 비싼 요금을 낸 사람부터 좌석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졌다. 제일 뒷좌석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일. 식사 또한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일은 호텔에 체크인할 때 벌어졌다. 먼저 가장 비싼 요금을 낸 사람들이 사용하는 호텔에 도착하여 15명을 내려주었고, 그들이 체크인을 할 때까지 꼼짝없이 버스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다음엔 중간요금의 호텔로 이동하여 역시 15명이 체크인 하는 것을 기다려야 했으며, 결국 나머지 싼 요금을 낸 15명은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저렴한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출발시간도 마찬가지, 싼 요금을 낸 사람들은 7시 반에 출발하여 비싼 요금을 낸 사람들이 투숙한 호텔을 돌면서 일행 모두를 태우는 동안 또 1시간 반을 버스에서 허비해야 했다. 은근히 속에서 부아가 치미는 지라 싼 요금을 선택했던 옆의 일행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무리 요금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차별대우하는 것 아닌가?'라고. 그런데 그 독일인의 대꾸는 나로 하여금 할말을 잊게 만들었다. '차별이라니? 이게 공평하지 않은가? 돈을 적게 내고 같은 대우를 받는 게 오히려 불공평한 것 아닌가? 비싸게 냈으면 그만큼 대접받는 것이 공평한 게지....' 요즘은 입장이 뒤바뀌어 이와 반대 상황을 많이 겪는다.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치는 다른 한국 여행팀과의 미묘한 실랑이가 그렇다. 똘레도의 한 식당에서는 유독 우리 테이블에만 흰 식탁보가 깔려있고 장미꽃이 꽂혀 있었으며, 식사 메뉴도 달랐다. 이를 본 타 여행팀의 한 분이 왜 차별대우하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죄 없는 가이드와 인솔자를 다그쳤다. 그 쪽 가이드가 우리팀이 여행비를 더 비싸게 내고 와서 대접이 다르다고 대꾸하자 이번에는 그 팀 일행들 전원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돈을 더 내고 왔어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것이 아직까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정서인 것 같다.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상품도 가격을 선택할 권리가 고객들에게 있다. 하지만 그 가격에 합당한 만큼의 대접만을 요구하고 기대해야 한다. 비싸면 비싼 만큼, 싸면 싼 만큼 대접이 달라지는 것이 순리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