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중남미( l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작성일 :
2007.11.21
조회수 :
291

「날아라날아라 콘도르여/끝없이 하늘을/고원의 그림자/아메리카 정신의 상징/인디오 민족의 피여/잉카 제국은 배신당하고/케나는 슬피 우네/대지의 여신은 가르쳤지/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인디오 젊은이들이 연주하는 「El condor pasa」를 들으며 쿠스코 공항을 빠져 나왔다. 다소 서글퍼 보이는 그들의 몸짓과 구슬픈 팸플릿의 음률은 이 곳이 잉카의 후예들의 고장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16C 초, 위대했던 잉카 제국에 갑자기 밀어닥친 하얀 피부의 스페인인들은 인디오들을 닥치는 대로 살육하면서 순식간에 잉카의 모든 것을 약탈하고 파괴했다.

잉카인들이 스페인 침략자들의 손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카톨릭으로의 개종을 맹세'하는 수밖에 없었고, 잉카의 여인들은 스페인 정복자들의 사생아들을 출산해야만 했다.

스페인 침략 이후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잉카제국은 단지 몇 군데의 돌무더기만을 남긴 채 거짓말처럼 역사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500여 년이 지난 지금, 잉카의 후예들은 어떤 모습일까?

전 인구의 95%에 달하는 카톨릭 신자와 전 인구의 60%에 이르는 메스티조(스페인계 백인과 인디오 사이의 혼혈) 사이에서 잉카의 흔적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잉카후예들의 암울한 현실은 쿠스코의 어두운 골목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잉카의 몸뚱이에 덕지덕지 스페인의 잔재를 덧칠한 채로 존재하고 있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쿠스코의 골목마다 잉카의 과학기술이 만든 견고한 돌벽이 남아있다. 정복자들은 그 돌벽 위에 스페인식 건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돌벽에 기대어 앉은 인디오 여인들은 잉카의 전통 복장 위에 유럽식 중절모를 쓰고 있다. 마치 스페인식 건축물이 잉카의 돌벽을 깔고 앉은 모습처럼… 그리고 이방인의 시선을 잡기 위해 애쓰는 인디오 악사들의 구슬픈 음률의 중심에는 팸플릿과 어우러진 유럽의 기타소리가 들려온다.

생활의 대부분을 전통적인 주술행위에 의존하면서도 스스로를 카톨릭 신자라고 말하는, 아니 그렇다고 믿어야만 하는 인디오들의 모습은 듣기 좋은 소리로 말하는 「전통문화와 서양문화의 융합」이니, 「과거와 현재의 조화」니 하는 말로서 얼버무리기에는 너무나 서글퍼 보였다.

잉카의 마지막 요새인 삭사이와만 유적지에서 만난 인디오 청년 플라멘토씨의 자조 섞인 고백은 그들의 현실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이 나라의 모든 권력과 부는 스페인계 백인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혈 메스티조들은 그들 밑에서 적은 봉급이나마 일할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당신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주는 대가로 받는 빵 한 조각이 삶의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스페인 사람들을 미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의 몸 속에도 스페인의 피가 분명히 섞여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츄피추행 열차에 올라타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잉카인들은 그들 선조의 영혼이 콘도르가 되어 안데스산맥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콘도르를 찾아보았지만 그 자취는 찾을 수 없었다.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잉카의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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