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숭례문이 불탔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02.29

  • 조회수 :

    587

숭례문이 불탔다

 
 숭례문이 불탔다. 600년 서울의 상징이, 국보 1호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 허탈함과 안타까움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방송에서는 연일 관리책임에 대한 질책과 함께 문화재 관리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분노에 찬 여론의 질타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심지어는 먼 지방에서부터 상경하여 숭례문의 잔해를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처음엔 구경하러 오더니 요즘은 '순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양새다. 숭례문은 불타 없어진 뒤에야 한국문화재의 성지(聖地)가 된 느낌이다. 외형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무척 착잡하다. 불타버린 문화재에 대한 반응이 너무나 문화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숭례문이 불탔다는 소식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로 다음날 나온 '200억 원을 투입해서 3년 만에 복원하겠다'는 발표였다. 대한민국 국보 1호가 단 하루 만에 복원기간과 경비를 산출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건축물이었던가? 혹시 숭례문을 그 흔한 콘크리트 건물 리모델링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국내답사를 다니던 시절에 보물처럼 품에 지니고 있었던 책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저자 입에서, 문화재청장의 입에서 나온 발표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문화재청장의 생각이 그 정도라면 우리의 문화수준은 야만적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당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복구비용을 성금으로 하느냐 세금으로 하느냐를 놓고 옥신각신 하더니, 숭례문 소실로 인한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연간 얼마의 수입손실이 나올 것이라는 정확한 수치까지 발표된다. 놀라운 기동력이고 놀라운 계산력이다.
 요즘엔 숭례문 앞이 온통 아수라장이다. 돼지머리를 놓고 굿판을 벌이며 고사를 지내기도 하고, 위령제니 진혼제니 해서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 간혹 상복을 입고 나와 통곡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49제를 지낸다고 하더니 급기야 남대문과 함께 삶을 마감하겠다는 자살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이게 웬 호들갑인가? 이건 정말 코미디다. 한마디로 분노와 즉흥적인 퍼포먼 스, 그리고 치밀한 계산만 오갈 뿐 깊이 있는 문화적 성찰이 없다.
 여하튼 숭례문은 3년 후에 200억을 투입해서 감쪽같이 복원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 복원공사 완공 축하 행사가 열리고 앞 다투어 복원공사에 관련된 치적들이 발표될 것이다. 어쩌면 '세계 최단기간 복원'을 자랑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의 이 아픔도 까맣게 잊혀질 것이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오늘의 호들갑마저도...
 정말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