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다음으로 많이 방문한다는 태국을 다녀왔다. 가이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기에 '가이드 교육팀장'이라고 하는 12년 경력의 베테랑 가이드가 배정되어 나왔다. 그런데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이드의 목소리가 짜증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단 일분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 여간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개인행동을 하면 위험하다는 협박에서 시작하여 자기의 가이드 생활 중 있었던 시시껄렁한 에피소드들, 그리곤 계속 이어지는 유머 시리즈들 원래는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우리 팀은 VIP라 이동 내내 멘트를 한다고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당한 일이 더욱 많이 벌어졌다. 아유타야와 칸차나부리를 모두 방문하는 우리 일정을 보더니 이러한 일정은 손님들이 지루해 해서 컴플레인이 많이 날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사람들은 유적지를 싫어 한다나? 아니나 다를까? UNESCO 세계문화유산인 아유타야 유적군에 도착해선 테마세이투어가 준비해간 자료집을 읽는 것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귓속말로 자기도 사실 이런 유적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그는 12년 경력의 최고 베테랑이다. 다 알다시피 태국역사는 기껏해야 수코타이-아유타야-톤부리-짜끄리로 이어지는 4개 왕조뿐이다. 하루만 공부해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역사다. 하지만 이 왕조의 순서조차 모르는 가이 드, 그의 변명은 '12년간 가이드를 했어도 지금껏 역사를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는 것 이다. 태국에서는 가이드를 고용하느니 차라리 본인이 직접 설명하고 다니는게 낫다고 한 우리 사장님의 푸념이 이해가 갔다. 누가 뭐라 해도 태국여행의 핵심은 단연 아유타야 유적군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 여행팀에게만은 '특별한 팀이 아니면 가지 않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거의 가지 않는 곳이니 굳이 공부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는 가이드, 지루한 역사이야기 보다는 재미있는 유머시리즈가 더 호응이 크다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뒤집어 생각하면 가이드의 수준은 여행자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기간 내내 우리의 '쇼핑금지 원칙'을 두고 나와 신경전을 벌이던 가이드는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의외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에 초점을 두는 팀은 12년 만에 처음이었고,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