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리품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여행의 흔적들이 있다. 바로 사진들이다. 마치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요즘 여행자들의 모습이다. 특히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이후 더욱 그런 것 같다. 사진 찍기를 즐겨하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책장 구석에 있는, 컴퓨터의 오래전 폴더에 남아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일년에도 몇 번씩 그 장소에 다시 다녀오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진기를 소유하거나 찍는다는 것이 더 이상 사치 또는 부의 상징이 아니다. 이미 휴대폰처럼 모든 이에게 가까이 접근해 있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운 후진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아직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나라들의 경우 사진기를 들이대면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들까지 해맑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들에게 초상권 따윈 없다. 아니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부분을 사람이 아닌 하나의 풍경처럼 그들을 찍는다. 그리곤 미안한 나머지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주소를 받아 적곤 한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브라질 시골마을에서 골목길을 거닐다 만난 가족과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 막상 현상을 해보니 활짝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브라질 시골마을로 보내주었다. 석달이 지나서인가?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너무나 서툰 영어로 쓴 편지이기에 정확한 내용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따뜻함과 고마움이 잔뜩 묻어나는 편지였다. 그 한 장의 사진이 그 집에 소중하게 내걸릴 것을 생각하니 작은 뿌듯함이 가슴에 채워졌다. 그리고,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 보내 주겠노라고 약속만 하고 보내주지 못했던 사진들에 대하여 자책감도 밀려왔다. 새삼 비록 작은 약속이지만 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며, 한번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에겐 수 천 장의 사진 중 하나이지만 그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