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컹거리는 열차의 나무의자에 앉아 한 캔의 맥주를 앞에 놓고 정답게 소곤거리는 사람들, 느릿느릿 움직이는 열차의 차창 밖으로는 오호츠크해의 순백색 겨울 풍경이 스쳐지나간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해변을 달리는 구간이지만 객차 안에 설치된 석탄 난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따듯하고 정겹다. 난로 위에 오징어를 구워먹으며 함께 하는 동행이 있기에 더욱 포근한 여행길이다. 60년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북해도의 아바시리에서 시레노코까지 옛모습 그대로 달리고 있는 열차의 모습이다. 2월의 아바시리 쇄빙선 여행 중 탑승한 노롯코 열차는 향수(鄕愁)를 자극하며 시간 속을 달리고 있었다. 잃어버린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실은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