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나평과 홍하여행 출장을 다녀왔다. 그곳은 그야말로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간의 손으로 이룩해온, 신비롭고 아름다운 예술의 땅이었다. 나평과 홍하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나평의 유채꽃밭, 홍하의 다락논이다. 하지만 50년 만에 찾아온 이상기온으로 인해 나평의 유채꽃밭은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샛노란 유채꽃밭이 아니었다. 때아닌 폭설과 영하의 기온이 유채꽃을 얼려 일찍 지고만 것이다. 황금빛 유채꽃 물결을 기대했던 분들은 조금 실망을 했겠지만 그래도 수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유채꽃 천지인 그곳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나평 유채밭에서의 아쉬움은 홍하 원양의 계단식 논의 일출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진 일출을 목격한 것이다.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도이수 풍경구로 출발할 무렵 산등성이를 안개가 휘감아 돌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안개가 산 전체를 뿌옇게 가려버렸고 일출을 못 보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깐,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하자 안개가 조금 걷히는가 싶더니 오히려 더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 산을 타고 넘어오는 안개는 초를 다투며 빠르게 이동했고, 마치 장시간에 걸쳐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몇 배 속도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그렇게 안개와 함께 산 능선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일순간 안개에 가려 잠시 태양이 안 보이더니, 이번에는 계단식 논바닥에서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탄성을 지르는가 싶더니 한 동안 숙연해졌다. 안개 이동하는 모습에 따라 카메라 셔터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깨울 뿐 모두들 저마다 사진기에, 가슴속에 그 광경을 담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출을 감상하고 따뜻한 커피로 몸을 데운 후 버스에 올라타자 모두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고 "오길 정말 잘했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현지 가이드도 이렇게 멋진 일출은 처음 본다는 말에 기쁨은 두 배가되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늘 이 순간의 감동에 대하여 서로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 누가 물어보아도 이 느낌에 대하여 침묵하기로…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던 오늘의 감동적인 장면은 직접 보지 않은 사람에겐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