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일 동유럽 출장을 앞 둔 나는 묘한 감회에 젖어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유럽배낭여행 중 들렀던 곳을 다시 찾아가기 때문이다. 나이 먹은 어른이 자신의 추억을 찾아 어릴 때 살던 동네, 친구들과 함께 놀던 놀이터를 찾아가는 기분이 꼭 이런 것일까. 그곳에서 나는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났고 추억을 만들었었다. 동유럽 중에서도 프라하는 더욱 각별하다. 돈 없고, 시간은 한정되어있던 배낭여행자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곳에서 나는 일주일이나 머물렀다. 나의 발길을 잡아끈 건 유서 깊은 프라하의 고건축물도 아니요 아름다운 야경도 아니었다. 그곳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때문에 나는 프라하를 떠날 수 없었다. 그들과 함께 대낮부터 구시가지 광장에 앉아 사람구경을 했다. 볼거리를 애써 찾아 나서지는 않았다. 그냥 앉아있으면 공식적인 또는 아주 소소하거나 일상적인 이벤트가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곤 했다.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젊었던 나에겐 그리 감흥이 오질 않았다. 오히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소소한 일상들이 그들의 삶을 느끼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었다. 거리에서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연인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 연주솜씨를 뽐내는 길거리의 악사들. 맥주 한 캔 따다가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하루 종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다시금 장소를 옮겨 카를교에 앉아 나름대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가 생각난다. 사진 한 장 찍어오지 않아 들쳐볼 사진첩조차 없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아주 뚜렷하게 ‘기억속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이번에 출장을 가게되면 그때의 감흥이 다시 되살아나 추억 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일정이 모두 끝나면 저녁 때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추억의 길을 걸으며 ‘기억 속의 사진첩’을 몇 장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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