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중남미( ll )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7.11.21

  • 조회수 :

    231

 남미 대륙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파타고니아의 관문인 바릴로체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을 이루는 안데스산맥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탱고의 여운을 간직한 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대지를 날아 도착한 바릴로체. 그곳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곳이 과연 남미의 일부분인가 하는 의심부터 들었다. 약 200여년 전, 이곳에 이주해온 스위스인들은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천혜의 장소인 바릴로체에  감히 인디오들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들만의 별천지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 별천지의 테마는 그들이 살던 스위스 마을의 복원, 바로 그것이었다.  
 저녁식사 후 밤거리 산책시간을 통해서 돌아본 바릴로체의 모습은 더더욱 남미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걸어서 20분이면 횡단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인 시내에서는 예쁜집을 찾기보다 예쁘지 않은 집을 찾기가 더 힘들다. 카페와 기념품가게, 스위스풍의 초콜릿 가게 등이 즐비한 거리모습, 그림 같은 호수변을 따라 정말 딱 어울리게 자리잡은 수많은 별장들, 덩치 큰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 등은 이 지역이 왜 남미 갑부들의 전용 휴양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깜바마리오산의 전망대에서 바라 본 나우엘후아피 호수의 전경은 세계 그 어느 곳의 절경과 비교해도 앞자리를 양보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맑고 투명한 호수와 주변 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펼쳐낸 경관은 탄성 그 이상의 것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안데스산맥의 첩첩산중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호수에 떠있는 섬 빅토리아로 산책가는 길에는 삼면이 호수에 둘러싸인 환상적인 언덕에 마치 성처럼 우뚝 서있는 짜오짜오 호텔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멋들어진 외관도 훌륭하거니와 나무를 소재로 한 중세풍의 중후한 실내 인테리어, 투숙객들을 모아 밤에 탱고 강습 및 파티를 연다는 댄스홀까지 내가 아는 한 세계 최고의 호텔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호텔의 주인이 IMF 때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세계적인 투자가 소로스라는 사실이다. 바릴로체로 휴가를 온 소로스가 이 호텔의 멋진 모습에 반해 그 자리에서 매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루 투숙비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다음 남미 여행팀은 이 호텔에 묵으면서 하루 더 푹 쉬어 가는 일정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결에서나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 비경을 가슴에 묻고 바릴로체를 떠나 칠레 파타고니아로 가는 길 역시 아기자기하고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버스와 유람선을 3번이나 갈아타면서 빙하가 녹아 형성된 나우엘후아피 호수, 프리아스 호수, 토도스 로스 산토스 호수 등을 횡단하는 빙호(氷湖)여행은 중간에 국경을 넘어 칠레로 입국한 후에도 계속된다.
 뒤따라오는 갈매기와 눈인사를 나누며 맑고 투명한 산토스호수를 유람하다보면 흰눈을 뒤집어쓴 장엄한 산봉우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칠레 파타고니아의 상징인 오소르노 화산이다. 이 화산을 끼고 돌면 칠레의 남부도시 푸에르토몬트가 나오는데, 파타고니아의 황량한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