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에서 몸을 적시며 뛰어 노는 아이들, 선풍기와 에어콘 판매량의 급증, 한여름이 아니라 요즘 나오는 뉴스의 내용들이다. 지구의 이상기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나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프랑스의 수많은 와인 농장들이 고온으로 인해 포도가 말라죽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온도 변화에 따라 와 인생산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니 곧 영국이 와인생산의 최적지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1년 내내 봄 날씨라는 중국 운남성의 나평에 역사상 최고의 한파가 밀어닥쳐 유채 꽃들이 얼어죽고 말았다. 농민들이 1년 농사를 망친 것은 물론이고 노란 유채밭을 기대했던 여행자들도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인도에서도 기상 관측이래 최고의 강추위 때문에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모닥불을 피우기에 급급했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의 동물들도 이동경로와 생태활동이 불규칙하여 동물을 찾아 나서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 테마세이투어 직원들은 아프리카, 북프랑스, 남미 등 여행상품 하나하나를 다시 손보기에 바쁘다. 여행코스를 다시 정비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 중에는 북유럽 일정도 포함되는데, 그동안 꼭 방문했던 노르웨이의 브릭스달 빙하가 여행코스에서 제외되었다. ‘유럽의 푸른 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빙하는 여행객이 직접 빙하를 만져본다는 의미 때문에 인기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절반 이상이 녹아내려 볼품 없게 변하고 말았다. 게다가 녹아 내린 얼음이 호수를 이뤄 더 이상 빙하 근처에 접근하기 힘들게 되었다. 우리는 브릭스달 빙하를 포기하는 대신 하당게르 피요르드 인근의 폴게포나빙하 위를 직접 걷는 빙하트레킹 코스로 대체했다. 이 속도라면 여행자가 접근할 수 있는 빙하가 몇 년 내에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급격히 변해 가는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서 ‘자연은 우리세대의 것이 아니라 다음세대의 것을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