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마고도(車馬古道) 여행코스를 미리 답사해보고자 혼자 떠난 여행, 귀국 길의 공항에서 참담한 광경을 목격했다. 밤늦은 시간,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곤명 공항의 기상 악화로 항공기 출발이 연기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기상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대합실에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이 나오자마자 몇 명의 승객들이 대합실 내의 카페로 들어가 의자의 방석을 마구 걷어내기 시작했다. 대기의자에 드러누워 베개로 쓰기 위함이었다. 카페의 종업원이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를 본 다른 한국승객들도 앞다투어 카페로 뛰어갔다. 이번엔 방석은 물론이고 테이블보를 전부 걷어들고 나와서 깔고 덮고 누워버렸다. 화가 난 카페종업원의 항의는 아예 무시하는 듯했다. 잠시 후, 이번에는 수십 명의 승객이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로 몰려들어가 무작정 자리를 잡고 앉는가 싶더니 라운지 내의 스낵과 커피 등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역시 라운지 직원의 제지는 완전히 무시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한 남자승객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만일 우리가 일본인 승객이었으면 비행기 띄웠을 것이다. 한국인이라 무시하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동조하여 다른 목소리도 튀어나왔다. '중국인들은 못 믿는다. 한국사람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비행기 띄운다.' 이 때부터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중국동방항공 사장이 직접 나와서 사과할 것, 항공요금 전액을 환불할 것 등의 요구사항도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화장실을 청소하던 중국아줌마에게 '너도 중국×이지?' 하면서 집단으로 밀쳐 넘어트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악천후를 뚫고 비행기를 띄우라고 떼를 쓰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행위이니 조용히 기다리자는 한 인솔자의 호소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너 중국편이야 한국편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애국심이 없어.'라는 핀잔뿐이었다. 이 소동은 3시간 후 탑승이 시작되면서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한 후 일단은 아줌마들이 비즈니스클래스 자리로 밀고 들어갔다. 어차피 빈자리니 거기 앉아가겠다는 고집이었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또 30분이 지연되었다. 이를 말리던 한국인 승무원은 '중국항공에 취직해서 민족의 혼을 팔아 먹는×'이란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이날의 소동은 '이 정도면 중국사람들이 한국인 무서운걸 알았을테니 그만 잡시다.'라는 말과 함께 박수로 종결되었다. 귀국 며칠 후, 서울에서 진행된 북경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중국 젊은이들이 나타나 막무가내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중국의 비문화적이고 집단주의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들 역시 한국인들에게 중국사람 무섭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 사건에 대한 외국의 반응이 궁금해 CNN에 접속해 보았다. 이 기사에 대한 여러 댓글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동양 사람들은 아직도 야만적이야. 일본애들은 좀 낫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구별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