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05.30

  • 조회수 :

    597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헝가리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았다.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치이면서 수많은 외침과 설움을 겪었고, 우리나라 보다 더 오랜 기간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를 보는 시각은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들이 일제치하의 역사를 우리 땅에서, 우리 기억 속에서 몰아내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철저히 보존했다. 그것이 영광이건 치욕이건 간에…
 역사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도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지난 동유럽 출장 중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에서 확인했다. 유럽대륙 최초로 만든 지하철을 타고 가서 만난 그곳에는 역대 헝가리의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이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국립현충원이나 독립기념관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사뭇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흘러야 할 그곳은 그 어떤 울타리도 없이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하고 자전거 묘기를 펼치는 청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산책 나온 노인들까지, 그곳은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편안한 휴식처였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조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이것이 바로 역사를 후대에 전달하는 그들의 방식인 것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접하는 그들을 보면서, 주입식 교육체제 속에 책으로만 여러 사건들의 연도를 달달 외우던 옛 기억이 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역사를 '근엄한 학문적 영역'으로 생각하는 듯 무척이나 무겁게 다뤄왔던 것 같다.  독립기념관은 우리 생활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그 안에서 무언가 교훈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은 역사 속에서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아직도 진행중인 역사 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