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모로코의 여인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05.30

  • 조회수 :

    770

모로코의 여인들...

 지난달 모로코 출장을 다녀왔다. 모로코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너무나 가깝게 맞닿아 있었다. 쾌속선을 타고 4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일정에 따라 탕헤르와 메크네스, 페스를 오가는 동안 바라본 주변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농부들, 당나귀를 타고 가는 촌로, 주변에 흐드러진 들꽃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높은 실업률과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 때문에 모로코인들의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모로코인들의 최대 꿈은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유럽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탕헤르에서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하던 중 수많은 청년들과 아이들이 버스 주변을 서성거렸다. 버스의 엔진룸에, 바퀴축 사이 공간에 숨어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목숨을 거는 행위이지만 어떻게 하든 유럽으로 넘어가는 것이 그들의 꿈이었다.
 
모로코인들에게 있어서 스페인으로 가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꿈이지만 1년에 한번, 유럽의 농번기가 되면 모로코 여인들을 대상으로 농장 노동자를 모집한다. 3개월 일을 하고 나면 모로코에서 1년을 먹고 살수 있다고 하니 희망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3개월짜리 노동비자를 받기 위해 온갖 비리가 판을 친다.
 
우리들이 스페인행 페리를 타고자 줄을 서 있을 때 한 무리의 모로코 여인들을 만났다. 바로 그 노동자들이다. 그 모로코 여인네들은 줄을 무시한 채 맨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검표를 시작하고 들어가는데 그들은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난리가 났다. 어차피 줄을 서있으면 다 태우고 갈 배인데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그들을 보면서 짜증도 났고, 백인들은 경멸의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배에 올라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들의 행동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곳을 가는데, 정말 어렵게 손에 쥔 비자이고 배표인데, 아마도 배에 올라타야만 안심이 되고 실감이 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쉬임 없이 떠들고 두리번거리는 이 여인네들에게 애틋한 정감이 갔다.
 
여행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겠다고 짐을 바리바리 싸온 여인네들… 그 가방에는 분명 꿈과 희망을 가득 담고 왔을 것이다. 부디 그 소망들이 모두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