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크로드의 악마들' 대학 시절 처음 실크로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의 제목이다. 실크로드 여행을 하는 내내 항상 머릿속에 맴도는 제목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이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을 비롯하여 독일의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백작이다. 19세기 말, 타클라마칸 모래 어딘가에 사라진 고대의 도시가 존재하고 그곳에 엄청난 보물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수많은 탐험가들과 호기심 많은 학자들을 유혹했다. 가장 먼저 탐험을 시작한 사람은 스웨덴의 스벤 헤딘이었고, 결국그는 생애 최대의 위업인 고대 국가 누란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서양인들의 고고학 탐험은 1900년대에 들어와 절정에 이르게 된다. 독일과 일본인들까지 가세하면서 타클라마칸은 고대 유물을 발견하기 위한경쟁의 장소가 되었다. 당시 그들이 가져간 유물들은 현재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세계 굴지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들이 이렇게 많은 유물을 가져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막고굴의 장경동을 지키고 있던 왕도사이다. 그는 장경동에 있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 무려 5만 여 권에 달하는 불교 문서들 대부분을 헐값에 탐험가들에게 팔아버렸다. 단지 도교사원을 짓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금 마련책의 일환이었다. 100여 년 전 일어났던 이 사건을 놓고 책의 저자는 탐험가들을 악마라고 표현했다. 막고굴 해설을 해주었던 학자 또한 '도둑놈'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다. 반면에 탐험가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그들이 가져가지 않았다면 귀중한 유물들이 그냥 그대로 모래 속에 파묻힌 채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약탈자들처럼 남의 나라 유물을 가져간 사람들은 모두 위와 같은 논리를 편다. 그리고 빼앗아 왔다는 유물은 없다. 대부분 유물의 가치도 모르는 '무지한 현지인'들로부터 대가를 지불하고 가져왔다는 것이다. 도둑놈 또는 악마가 유물보존에 힘쓴 영웅으로 바뀌는 것이다. 사실 유적 유물 관리에 너무나 소홀한 후진국을 여행하다보면 때로 그들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과연 그들은 약탈자인가 영웅인가?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에 조금 조심스럽다. 앞으로의 여행길에 함께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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