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최대 적은 병든 몸이다. 미얀마 배낭여행 중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파 없는 돈을 쪼개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미얀마의 국립병원은 외국자본의 지원 때문인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이 병원 안에는 유난히 어린 아이들이 많았는데, 병원측에서 작은 규모의 장애아 학교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퇴원을 앞두고 원장님의 배려로 병원 곳곳을 견학할 기회가 생겼다. 제일 먼저 장애아 학교를 들어가 보았는데, 비록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아이들은 무척이나 행복하게 웃고 떠들고 뛰어 놀고 있었다. 그런데 한 구석에서 외톨이처럼 눈을 지긋이 감고 음악을 듣고 있는 한 학생의 표정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소소한 바람을 맞으며 저런 아름다운 표정으로 무얼 듣고 있는 것일까? 원장님이 나에게 오더니 그 학생은 앞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강도를 당해 자기 눈앞에서 부모님이 죽고 난 후, 스스로 세상을 보지 않고 살다가 결국 시력을 버렸다고… 세상과 단절한 채 지금 저 학생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거부한 채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일까? 난 아직도 그 아이의 아름다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그 아이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