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식사문제이다. 맛있고 품위 있는 식단도 좋지만 현지의 독특한 맛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기에 그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패키 지 식사와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 때문에 최근 테마세이투어는 식당을 예약하지 않고 출발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이를 점차 확대할 생각이다. 인솔자 책임 하에 현지에서 직접 무언가를 찾아내라는 뜻이다. 때로 이런 방식은 예상외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예멘에서 460㎞ 사막횡단 여행 중, 사막의 다 허물어진 유적지 그늘 밑에서 직접 끓여 먹었던 수제비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된다. 또한 운남성의 소수민족 마을에서 돼지를 잡고 마을 원로들을 초청하여 한바탕 잔치를 벌였던 추억, 이란의 가정집에서 차도르를 벗어 던진 여인들과 다과를 즐기는 동안 유일한 남자였던 나는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대던 일, 인도 귀족의 결혼식에 단체로 구경갔다가 새벽까지 인도요리 파티에 동참했던 일 등등… 지난 달, 시칠리아 여행에서도 식사와 관련된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생겼다. 시칠리아 섬을 일주하고 팔레르모로 귀환한 날, 그동안 상어, 황새치, 해산물, 소고기, 돼지고기, 꾸스꾸스, 리조토, 각종 파스타 등 시칠리아에서 먹을 만한 것들은 한 번씩 다 섭렵했던 터라 뭔가 특별한 먹거리가 없을까 고민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직접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후 팔레르모 인근의 숲 속에 들어가 마치 현지인들처럼 숯불구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 제안에 가이드와 버스기사, 현지인 가이드 모두가 처음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결국엔 기꺼이 수긍해 주었다.
저녁시간, 높은 언덕 위의 산 마리아노 숲 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후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자리 잡은 숲 속에는 일가족인 듯한 현지인들 10여 명도 숯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고기를 제대로 구워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한 현지인 가족들이 우리 고기를 대신 구워주겠다고 나섰다. 전 가족이 우리 숯판에 달라붙어 정말 열심히 고기를 구워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던 나는 고기 굽는 할머니 옆에서 이태리 깐조네 '오 솔레미오' 한 곡을 나지막이 불러주었다. 이게 기폭제였다. 가족들은 이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더니 거의 흥분의 도가니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숲 속에 낯선 동양인들이 와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신기한데 자기들 민요까지 부르는걸 보고는 바로 마음을 열어버린 것이다. 이후엔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칠리아인 특유의 정열과 깊은 정이 여과 없이 발산되었기 때문이다. '정열과 정'으로 따지면 우리가 어디 남에게 뒤질 민족인가? 결국엔 우리 일행들과 이들 가족들이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고 건배를 외치면서 한바탕 멋진 판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중엔 헤어지기 아쉬워 서로 손을 맞잡고 한 명씩 돌아가며 부둥켜안기까지 했다. 이렇게 숲 속에서의 숯불구이 식사는 흥겹게 마무리되었다. 사실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색다른 식사를 시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새롭게 시도한다는 것은 잘못될 경우 컴플레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세이투어는 끊임없이 현지인들 속으로 파고드는 식사법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런 시도는 테마세이투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테마세이투어의 고객들이 여행의 참 맛을 아는 분들이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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