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소녀가 쇠망치로 돌을 깬다. 머리는 까치집을 지었고 신발은 다 떨어져 간다. 그야말로 거지꼴이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된 다큐멘터리에서 네팔의 불쌍한 소녀 '루빠'를 알게되었다. 돌무더기 속에 앉아서 끊임없이 돌을 깨는 이 아이는 올해 8살이 된 '루빠'. 계급제 사회인 네팔에서는 부모의 직업이 그대로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은데 루빠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렇게 채석장에 앉아 하루종일 돌을 깨고 있다. 손에는 굳은살과 상처투성이. 저 작은 손으로 하루 종일 돌을 깨서 버는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60원 정도이다. 겉으로 난 상처보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더 깊은 상처가 패였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시선은 항상 땅을 향해있는 이 불쌍한 소녀의 눈빛에는 어린이의 순수함보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서려있었다. "돌을 깨는 게 지겹지 않니?" "이게 제 운명이에요." 그토록 우리가 동경하던 네팔의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한 아이는 인생을 체념한 채 계속해서 망치질을 한다. 이 어린 아이는 꿈을 꿀 나이에 현실을 알아버렸고 운명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체념을 알아버렸다. 루빠의 꿈이 채석장의 회색 빛 현실 속에서 부서지는 돌가루처럼 흩날리지 않기를… 네팔에는 카트만두가 있고 히말라야 산맥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는 현실에 방치된 채 돌 깨는 아이들이 있다. 오늘따라 여행자의 여유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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