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여행, 그 아름다운 도전에 대하여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08.08

  • 조회수 :

    2024

여행, 그 아름다운 도전에 대하여

 몽골의 테를지, 2시간 예정의 승마 체험을 앞두고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다. 내심 승마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리 일행들은 벌써 비옷을 챙겨 입고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마 경험이 전혀 없는 60, 70대의 일행들이었지만 빗속에도 불구하고 초원을 걷기도 하고 물살을 헤치며 냇물을 건너기도 하는 등의 승마체험에 주저함이 없었다.  
 
다음날, 몽골의 항공기는 계속 출발을 지연시키더니 오후 늦은 시간에야 우리를 사막의 한복판에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렸다. 본의 아니게 사막에서 야간주행을 해야할 판이었다. 우리들은 곧바로 4대의 러시아산 지프차에 올라탔다. 그리곤 사방에 지평선이 보이는 광막한 사막을 가로질러 질주했다. 뿌연 먼지를 날리며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검붉게 변한 해가 황홀한 궤적을 남기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갔고 이내 맑은 초승달이 밤하늘에 걸렸다. 달빛 아래 한줄기 외길이 보였다. 희미한 달빛에 비친 그 길은 우리를 꿈속으로 이끄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이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사막의 게르, 피곤할 법도 하건만 쉽사리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빛이 가슴에 내리 꽂혔기 때문이다. 
 바얀작의 아침, 우리들은 거친 벌판을 횡단하는 대상(隊商)이 되어 쌍봉낙타의 등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지프 드라이브… 도저히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막의 오프로드를 질주하는 우리들은 흡사 먼 옛날 이곳을 질주했을 징기스칸의 기마부대처럼 거침이 없었다. 그 누구도 지루해 하는 기색은 없었다.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언제 이 길이 끝날 것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간혹 나타나는 유목민의 텐트와 지평선이 말벗이 되었고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다. 몇 번인가 눈앞에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신기루였다. 그렇게 온종일 사막 을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홍고르엘스에는 모래언덕이 만들어낸 포근한 능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슴프레한 저녁 기운을 받으며 낙타에 올라탔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낙타 등위에 올라앉은 우리 일행들은 이미 고비사막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음날, 여지없이 호쾌한 사막의 질주가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덧 고비사막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르른 초원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깊은 협곡이 앞을 가로막았다. 드디어 욜린암이다. 이번엔 말을 타고 욜린암 깊숙이 들어갔다. 그곳엔, 두터운 얼음덩어리가 협곡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누가 믿을 것인가? 사막의 끝엔 사시사철 녹지 않는 얼음덩이가 있다는 사실을…
 고비사막 횡단을 마쳤을 때, 먼지로 범벅이 된 우리 일행들의 얼굴 가득 너무나 행복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는 고비사막 횡단 완주를 상징하는 훈장과도 같았다. 울란바타르로 귀환하는 비행기가 또 지연되었다. 마침 몽골 최고의 명절인 나담축제 기간이라 문을 연 식당은 그 어느 곳에도 없는 상황, 꼼짝없이 저녁식사까지 굶어야할 판이었다. 주섬주섬 각자 지니고 있는 모든 먹거리를 다 꺼내놓았다. 컵라면과 누룽지, 커피가 전부였다. 허름한 호텔방 하나를 빌려 나눠먹은 이 날의 저녁식사는 최고의 진수성찬이었다. 새벽 1시에 울란바토르에서 비행기가 도착했다. 그 비행기 안에는 울란바타르에서 배달시킨 우리들만을 위한 도시락이 실려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철가방에 실려 역사상 제일 먼 곳에서 배달되어온 도시락이었다. 비행기에 올라탄 우리는 맛깔스런 한식 도시락에 포기김치, 보온병에 담긴 된장국까지 곁들여 근사한 기내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음날, 이번에는 홉스굴로 항공 이동했다. 홉스굴은 바이칼 호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멋진 비경을 가진 청정호수지대, 세계의 비경을 논함에 있어 앞자리에 랭크될 만한 자격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들의 도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호수를 따라 승마를 시작한 것이다. 원래 목적은 2시간 정도 승마를 즐긴 후 뒤 따라온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 했던 것. 하지만 단 한 명도 차량에 오르려는 사람은 없었다. 환상적인 절경을 자랑하는 호수를 통과한 후 언덕을 넘어 야생화가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이어진 오늘의 승마는 총 9시간에 걸쳐 무려 36㎞에 이르는 거리를 주파한 후 끝이 났다. 이날 밤, 호숫가의 캠프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우며 보드카와 맥주파티가 이어졌다. 우리 일행들의 표정에서 피곤함은 없었다. 이 아름다운 도전은 필경 가장 아름다웠던 여행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들과 함께 여행길에 나설 수 있기에 나는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