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여강고성과 가회동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08.26

  • 조회수 :

    490

여강고성과 가회동


 8월초, 나는 중국 운남성 여강고성의 한 길모퉁이에 서있었다. 여강고성은 중국의 여러 고성들 중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고성의 멋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1997년 이곳을 강타한 대지진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전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오래된 기와지붕과 골목길, 골목골목 수로를 따라 흐르는 맑은 물, 그리고 그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 누구나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여강고성에 갈 때마다 가회동 주변 한옥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도 여강고성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회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가회동 한옥촌은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옛집들을 조금씩 수리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낡은 집이 있는 곳이다. 비 오는 날이면 다른 사람들과 우산을 부딪치면서 걸어야하고, 멀리서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한쪽 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좁은 골목길이 있는 마을. 그 골목길을 돌아 야트막한 담장 위로 기와지붕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곳. 좁다란 골목 경사진 계단가에는 집집마다 하나둘 내놓은 크고 작은 화분들이 오가는 나그네를 맞이한다. 아직도 남아 있는 한옥과 좁은 골목길은 사람냄새가 가득하고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곳을 재정비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이 정겨운 곳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아예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보수 또는 보존이라는 단어 대신에 재정비라는 단어가 두려운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옛 것을 재정비한다면서 흉물로 만들어 버린 것을 너무나 많이 보고 살아왔다. 
 북경 올림픽 직전에 지금까지 전통이 이어져 오고있는 북경의 뒷골목인 후통을 없애기로 했다가 다시 보존하기로 번복했던 바가 있다. 보존 방법을 묻는 기자들에게 북경시의 대답은 한가지였다.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서울시의 재정비계획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화려하고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가끔은 과거의 여유로운 흔적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그런 도피처로 계속 남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