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하다보면 수많은 인연의 고리에 엮이게 된다. 비록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인 사람은 없다. 이는 마치 인생과도 같아 시작과 끝은 혼자일지라도 그 과정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여행의 길동무가 있었다. 프라하에서 만난 '초화'라는 여인.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던 그녀는 빡빡 밀어버린 헤어스타일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참이나 많았지만 계획 없이 떠도는 그녀의 여행 스타일은 나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잘 맞았고 프라하에서의 7일 동안 우리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사랑·인생·행복이라는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화두로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갔고 7일 동안의 프라하는 그녀와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로 추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각자의 갈 길이 있었기에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우리는 그냥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영화를 보다가 화면 속에서 낯익은 한 여인을 발견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나는 영화가 끝나면서 캐스팅 자막이 올라가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확실했다. 나는 알 수 없는 흐뭇함에 웃고 말았다. '잘 지내고 있었구나.'라는 궁금증에 대한 해소인지, '영화배우가 되었구나.'라는 뿌듯함인지 나도 모를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참 여행의 인연은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때 그곳에서 그냥 헤어진 인연들은 더욱 그립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하듯 사람에 대한 추억 또한 만날 수 없는 이들이 대한 감정이 더욱 가슴을 애틋하게 만든다. 홀로 여행을 감행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시작은 혼자지만 여행의 끝은 혼자가 아니라고. 여행길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길동무들은 당신이 여행길에 짊어지고 떠난 추억의 양동이에 아름다운 물로 가득 차 넘쳐흐를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