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 여행이야기

미얀마는 아프다.

  • 작성자 :

    테마세이투어

  • 작성일 :

    2008.09.30

  • 조회수 :

    760

미얀마는 아프다


 한달 간의 달콤한 휴가, 나는 지금 홀로 미얀마 여행 중이다. 인연이 있어야만 오게 된다는 이곳에서 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있다. 어디를 가나 수줍은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미얀마 사람들이 있어 나의 여행은 즐겁다.  
 하지만 지금 미얀마는 아프다. 작년 9월 군사정부에 대항한 미얀마 민중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조금씩 회복하나 싶더니 올해 5월의 태풍으로 아예 몸져 누워버렸다.   
 바간에 도착한 첫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와 가까운 한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에 손님은 딸랑 나 하나, 맞은편 식당에도 두 명의 외국인이 전부다. 오늘의 첫 손님이라며, 마수걸이를 했다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식당 아줌마와 카욱쉐(쌀국수)의 더운 국물 때문에 땀흘리는 내 옆에서 계속 부채질을 해주며 함박 웃음을 짓는 종업원을 보면서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오늘은 하루종일 마차를 타고 바간의 사원들을 둘러보았다. 바간에는 200대 남짓의 마차가 있고, 그중 50여대가 매일 새벽 3시만 되면 버스 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린단다. 하지만 그 중에서 외국인 손님을 태우는 행운을 잡는 마부는 고작 3∼4명이 전부란다. 그런데도 나를 태운 마부는 이번 달 들어 내가 두 번 째 외국인 손님이라며 자기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루종일 싱글벙글이다. 너무나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미소가 가슴을 아리게 하는 건 왜일까? 
 학생시절에 배낭여행을 다닐 때에 비하면 주머니 사정이 무척 넉넉해졌지만 그래도 배낭여행을 나온 만큼 예전처럼 돈을 최대한 아껴 쓰려고 마음먹고 왔었다. 하지만 이번 미얀마 여행에선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내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500원을 깎기 위해 30분을 실랑이하고, 밥값을 아끼기 위해 하루에 한번은 빵조각으로 때웠던 나이지만 지금 미얀마에선 그럴 수가 없다. 오히려 밥값을 더 받으라고, 이 돈 받고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원에 올라가 2,000개의 탑 사이에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보고자 찾아온 미얀마… 미얀마 사람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들의 미소를 접하면 반대로 마음이 포근해진다. 아픈 미얀마에 평화가 오기를 기도한다.